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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엄마 좌충우돌, 누군가에게 희망과 위안 되기를

중앙일보 2018.07.26 07:01
[더,오래] 서영지의 엄마라서, 아이라서(1) 

중앙일보 기자. 아침에 아이와 함께 정신없이 출근하고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는, 눈 깜짝할 새에 또 집에 들어가 전투 육아를 펼쳐야 하는 ‘일하는 엄마’다. 마음이 건강하고 공감을 잘하는 엄마와 아이로 함께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아이의 마음이 튼튼해질 수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해보겠다는 마음과 같은 처지의 엄마들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야”라는 위로를 건네고픈 마음으로 글을 쓴다. 아이를 키우며 답답하고 힘들던 상황과 그 어려움을 해결했던 방법, 그 일에서 얻은 깨달음과 지혜를 공유하고자 하는 독자의 사연도 받는다. <편집자>

 
올해 초 마련한 육아 일기용 다이어리. 몇 개월 동안 열어보지도 못하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지난달부터 펜을 들었다. 글자가 채워진 날보다 빈칸이 더 많은 일기장이다. [사진 서영지]

올해 초 마련한 육아 일기용 다이어리. 몇 개월 동안 열어보지도 못하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지난달부터 펜을 들었다. 글자가 채워진 날보다 빈칸이 더 많은 일기장이다. [사진 서영지]

 
아이가 태어난 4년 전부터 육아 일기를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가 하루하루 커가는 모습이 기특하고 신기한데 지나고 나면 다 잊을 것 같아 기록해두고 싶었다. 실제로 아이가 며칠 전에 했던 예쁜 말과 행동을 기록할라치면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더 늦기 전에 기록해 놔야겠다고 여러 번 마음을 먹어도 퇴근 후 집에 들어가면 놀자고 달려드는 아이 때문에 다른 일을 할 틈이 생기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17일, 오랜만에 2차까지 참석했던 회식을 끝내고 인적이 드문 광화문 밤거리를 혼자 걷다 스마트폰 잠금 화면의 추천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폭염 속 어린이집 차량에 방치된 4살 아이’로 시작하는 제목이었다. 순간 이 기사를 누를까 말까 망설였다. 또 후회할 것만 같았다.
 
아이를 낳은 뒤로 ‘해외에서 3살 아이를 악어가 물고 가 찾지 못했다’라거나 ‘어린이집 교사가 바늘로 아이를 찔렀다’는 기사를 보면 눈물이 앞을 가렸다. 그러고는 짧게는 몇십 분, 길게는 몇 시간 동안 충격을 이겨내기가 어려웠다. 그 부모의 마음이 어떨지, 그 아이가 얼마나 힘들었을지가 자꾸 떠올라 기사를 괜히 봤다는 생각만 들었다.
 
지난 17일 경기 동두천시에서 A양(4)이 갇혔다가 숨진 어린이집 통원차량. 어른들의 부주의가 원인이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지난 17일 경기 동두천시에서 A양(4)이 갇혔다가 숨진 어린이집 통원차량. 어른들의 부주의가 원인이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폭염 속 어린이집 차량 사고 기사는 충격과 후회가 더 컸다. 내 아이와 같은 나이의 여자아이. 그 뜨거운 차 안에서 숨도 못 쉰 채 아이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엄마를 얼마나 애타게 불렀을지…. 이 사실을 알고 난 부모의 마음은 얼마나 찢어졌을지, 죽을 때까지 이날의 상황을 곱씹고 후회할 이 부모가 어떻게 살아갈지 등을 생각하니 주체할 수 없는 울음이 터져 입을 막느라 힘들었다.
 
'엄마가 지켜줄게' 수없이 되뇌어
12시가 넘어 집으로 돌아오니 아이가 천사 같은 얼굴로 자고 있었다. ‘엄마가 지켜줄게. 다치지 않게 해줄게’를 얼마나 수없이 되뇌었는지 모른다.
 
나는 아침마다 전쟁을 치르며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헐레벌떡 출근해서 정신없이 하루를 달린 뒤 저녁 무렵 집으로 두 번째 출근하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일하는 엄마 중 한 명일 뿐이다. 아동심리나 교육을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도 없다.
 
아침마다 헐레벌떡 집을 나선다. 아이가 옷 투정이라도 하면 또 지각이다. 걸어가기엔 먼 거리라 차를 이용해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데 이렇게 더운 날엔 주차장으로 내려갈 때부터 온통 땀범벅이다. 지난 25일 아침 어린이집 담임 선생님께 부탁해 등원 사진을 찍었다. [사진 서영지]

아침마다 헐레벌떡 집을 나선다. 아이가 옷 투정이라도 하면 또 지각이다. 걸어가기엔 먼 거리라 차를 이용해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데 이렇게 더운 날엔 주차장으로 내려갈 때부터 온통 땀범벅이다. 지난 25일 아침 어린이집 담임 선생님께 부탁해 등원 사진을 찍었다. [사진 서영지]

 
그래도 내가 내 아이와 함께한 시간에서 얻은 배움과 깨달음이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엄마들에게는 혼자가 아니라는 위안을, 뒤따라올 엄마들에게는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이 글이 의미가 있지 않을까.
 
나 역시 아이가 조금 더 어렸을 때, 지금보다 더 초보 엄마였을 때는 도무지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어서 검색도 많이 하고, 맘 카페 도움도 많이 받았다. 같은 처지를 겪은, 나보다 조금은 더 선배인 엄마의 글을 보면 그게 그렇게 위안이 될 수가 없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랐으면 
몇 가지 힘든 일을 겪고 나니 오로지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다른 사람의 아픔에도 잘 공감하는 아이로 자라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어떻게 하면 마음이 튼튼한 아이와 엄마로 함께 잘 성장할 수 있을까 매일 고민하고 연구한다. 이런 고민의 결과물인 이 연재물이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
 
아이가 더 크기 전에 시작할 마음이 생겨서 다행이다. 조금 늦은 퇴근길이 되겠지만, 마음에만 담아뒀던 주제의 글을 드디어 시작했다는 뿌듯함과 앞으로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은 설렘으로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 사연을 받습니다
 
엄마로, 아내로, 딸로, 며느리로 아이를 키우면서 닥쳤던 어려움을 슬기롭게 이겨냈거나 아이의 마음을 잘 다독여준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아이와 관련한 일이라면 어떤 주제라도 좋습니다. 그 이후로 더 힘차게 살아갈 수 있었던 이유, 그 사건을 겪으며 느낀 생각과 깨달음, 그로 인한 삶의 변화 등을 공유해주세요. 같은 상황을 겪는 누군가에게는 선배 엄마의 팁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서영지 기자의 이메일(vivian@joongang.co.kr)로 사연과 관련 사진·동영상, 연락처를 보내주시면 됩니다.
 

서영지 기자 vivi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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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지 서영지 더,오래 팀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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