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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 주장한 박능후 장관 … 민주당·시민단체 반발에 꼬리 내려

중앙일보 2018.07.26 00:08 종합 3면 지면보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9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열린 의료기기 규제혁신 및 산업 육성 방안 정책발표 행사에 참석해 취지와 진행 경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9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열린 의료기기 규제혁신 및 산업 육성 방안 정책발표 행사에 참석해 취지와 진행 경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 공약과 다른 원격의료 관련 소신을 밝혔다가 여당·시민단체의 뭇매를 맞고 닷새 만에 철회했다. 박 장관은 19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의료인-환자 간의 원격의료를 허용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박 장관은 “원격의료의 물결을 타지 않으면 세계 최정상 수준의 한국 의료기술과 서비스가 세계 톱(top) 지위를 지키기 힘들 것”이라며 “초기에는 의사가 환자와 대면 진료를 하고 이후 정기적인 관리는 원격의료를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거동 불편자, 장애인, 격오지 거주자에 대한 진료를 커버할 수 있게 만들어 주면 윈윈(win-win)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민주당 “조율도 없이 … 장관 바꿔야”
박 장관 “의사간 원격 말한 것” 번복
전문가 “일본선 이미 시행하는데”

원격의료는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기기를 이용해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것을 말한다. 지금은 의사-의사끼리만 허용한다. 의료인 간에 자문을 구하거나 의료 지식을 지원하는 형태다. 1990년대 초반부터 원양어선, 도서벽지 등 격오지 환자에 한해 시범사업만 끝없이 진행한다.
 
10여 년 전부터 도시의 노인·장애인 등 병원에 가기 힘든 환자에게 시행하려 시도했으나 의사와 시민단체 반대에 부닥쳐 한 발도 떼지 못했다. 이들은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더 쏠릴뿐더러 의료민영화를 야기한다는 이유를 댔다.
 
박 장관 발언이 알려지자 당·청이 발칵 뒤집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시절 10년 넘게 원격의료에 반대해 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의료인-의료인 사이의 진료 효율화를 위한 수단으로 원격의료를 한정하겠다”고 공약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 장관이 청와대와 조율을 거쳐 발언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런 게 아니었다. 국정 기조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해명하러 온 복지부 공무원이 대신 혼났다”고 전했다. “장관을 교체해야 한다”는 강경한 반응까지 나왔다고 한다. 무상의료운동본부 같은 시민단체는 “정부가 박근혜 정부의 의료 적폐인 의료민영화를 재추진하려 한다”며 반발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박 장관은 닷새 만에 말을 바꿨다. 그는 24일 보건의료 전문지 기자단 간담회에서 “의료인 간 원격의료를 적극적으로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 오해를 불러 잘못 전달됐다”고 말했다.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비슷한 답변을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박 장관이 거동 불편한 만성질환자, 노인 등에게 원격의료가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 논란이 된 이후 생각을 다시 정리해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일본은 스마트폰으로 의사와 환자가 실시간 상담하는 ‘포켓 닥터’를 도입했다. 한국에서는 불법”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한국은 의료정보 전산화가 잘 돼 있고 국민이 스마트폰에 익숙해 잘하면 원격의료가 국민 건강에 큰 도움이 될 텐데 정치적 논쟁에 발목이 잡혀 있다”고 꼬집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원격의료는 수단이지 목표가 아니다. 무엇을 위해 원격의료를 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하는데 그 자체가 정치 이데올로기가 됐다”고 비판했다.  
 
이에스더·정종훈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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