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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 “송영무, 폭탄급 문건 이철희에게 왜 줬냐 말해”

중앙일보 2018.07.26 00:02 종합 6면 지면보기
송영무 국방장관이 25일 한·일 안보전략대화에 참석하고 있다. 송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석구 국군기무사령관과 계엄령 문건 진실공방을 벌였다. [뉴스1]

송영무 국방장관이 25일 한·일 안보전략대화에 참석하고 있다. 송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석구 국군기무사령관과 계엄령 문건 진실공방을 벌였다. [뉴스1]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25일 오전 국방부 고위 간부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엔 2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송 장관이 사실상 거짓말하고 있다고 공격했던 민병삼(기무사령부 100부대장) 대령도 참석했다. 두 사람은 서로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계엄령 문건’ 이틀째 진실게임
국방부 “전후 뒤섞여, 민병삼이 착각”
일각 “기무사 장악 못하고 군 개혁?”
특별수사단, 기무사 압수수색

대한민국의 적과 싸워야 할 국방부는 이날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을 놓고 물밑에서 내전을 벌였다. 전날 국회에서 송 장관과 이석구 기무사령관, 민 대령 등이 계엄령 문건을 놓고 공개 충돌한 뒤 이날은 상호 폭로전으로 이어졌다.
 
국방부는 이날 이석구 사령관이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송 장관에게 보고했던 지난 3월 16일의 출입기록을 초 단위까지 공개했다. 이 사령관이 장관실에 들어가기 위해 신분증을 찍은 시간은 오전 10시38분36초였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 사령관은 10분 정도 대기했고, 송 장관의 다른 일정 때문에 보고 시간은 5분(10시50~55분)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송 장관과 보고를 함께 들은 사람이 있다고도 국방부는 밝혔다. 전날 국회에서 송 장관이 “5분 보고받았다”고 했던 주장의 연장선이다.
 
하지만 기무사 관계자는 “이 사령관은 장관실에서 대기하지 않고 바로 보고를 시작했으며 송 장관 혼자 보고를 받았다”고 반박했다. 이 사령관은 사안이 중해 20분 넘게 송 장관에게 이를 상세히 설명했으며 송 장관도 도중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이는 전날 “20분 보고했다”는 이 사령관 주장의 연장선이다.
 
지난 9일 국방부 간부들과의 간담회에서 송 장관이 ‘기무사 위수령 문건은 문제 될 것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는지에 대한 거짓말 공방도 이틀째 계속됐다.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송 장관을 대변하는 국방부 당국자는 “장관이 거짓말할 이유가 없다”고 부인했다.  
 
반면에 전날 국회에서 송 장관이 그런 발언을 했다고 증언했던 민 대령은 이날 국회에 당시 간담회 발언을 정리했던 자료를 제출했다. ‘장관 주재 간담회 동정’이란 제목의 이 자료에 따르면 송 장관은 “위수령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법조계에 문의해 보니 최악의 사태에 대비한 계획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한다. 장관도 마찬가지 생각”으로 발언한 것으로 돼 있다. 송 장관은 “기무사 검토 문건은 폭탄급인데 기무사에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왜 줬는지 모르겠다. 기무부대 요원들이 BH(청와대)나 국회를 대상으로 장관 지휘권 밖에서 활동하는 것이 많은데 용인할 수 없다. 그래서 기무사를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그러자 국방부 관계자는 "이 자료는 전후 사건이 뒤섞였다. 민 대령이 착각한 것 같다”고 맞섰다.
 
국방부 장관과 기무사령관·기무부대장이 진실 공방을 벌이는 자체가 군의 기강 해이를 부르고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추락시킨다는 우려가 잇따른다. 특히 각종 논란성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던 송 장관이 이번엔 리더십 위기에 몰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직 장성들 사이에선 계엄령 문건으로 위기에 몰린 일부 군 수뇌부가 각자 살기 위해 국민에게 못 볼 꼴을 보여주고 있다는 비아냥도 돌고 있다.  
 
군 관계자는 “국민 앞에서 장관과 기무사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생생히 공개돼 너무 창피하다”며 “쿠데타 세력으로 몰리는 것도 억울한데 집안싸움을 하는 꼴이니 더 황당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예비역 장성은 “송 장관이 국방개혁 2.0의 적임자라고 자부했지만 전혀 사실이 아닌 것 같다”며 “직속 부대인 기무사조차 장악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국방개혁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국방부 특별수사단은 이날 계엄령 문건을 작성한 기무사의 주요 부처 사무실과 관련자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문건 작성 태스크포스(TF)에 참가한 15명이 타깃이다. 이어 문건 작성에 참여했던 기우진(준장) 기무사 5처장을 소환 조사했다. 특수단은 문건 작성을 주도했던 소강원(소장) 기무사 참모장을 조만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이날 3당 원내대표는 “계엄 문건 작성과 관련해 국방부 특별수사단과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 이후 국회 국방위원회 협의를 거쳐 청문회를 개최한다”고 합의했다.  
 
이철재·이근평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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