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스타, 거기 어디?] 테이블 대신 벽돌 언덕에 누워 커피를 마신다…불편해서 더 끌리는 이 카페

중앙일보 2018.07.26 00:01
카페 바닥에 테이블 대신 벽돌 언덕을 조성해 놓은 연남동 커피냅로스터스 내부.

카페 바닥에 테이블 대신 벽돌 언덕을 조성해 놓은 연남동 커피냅로스터스 내부.

이따금 기차 지나는 소리가 들리는 연남동 경의선숲길 끝자락. 홍대입구역보다 가좌역에 더 가까워 상권이랄 것도 없이 조용한 동네다. 기차 방음벽을 마주 보는 골목 귀퉁이에 지난 4월 말 작은 카페가 들어섰다. 이 카페엔 테이블이 없다. 대신 붉은 벽돌을 쌓아 만든 낮은 언덕이 있다. 손님들은 그 언덕을 오르다 맘에 드는 곳에 주저앉아 커피를 마신다. 그 모습은 야외에서 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시는 듯하다. 안과 밖의 경계가 모호한 골목 카페, ‘커피냅로스터스’다.  
 
전면 유리창과 벽돌을 사용한 인테리어 덕분에 골목과 카페 내부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느낌이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전면 유리창과 벽돌을 사용한 인테리어 덕분에 골목과 카페 내부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느낌이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커피냅로스터스 연남점은 외진 위치에도 불구하고 오픈 석달 만에 연트럴파크를 대표하는 포토스팟으로 자리 잡았다. 실내 벽돌 언덕 위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사진, 카페 앞에서 골목길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 등이 인스타그램(이하 인스타)에 부지런히 업로드되고 있다. 본점인 평택점만 있었을 때 3000여 개였던 인스타 해시태그(#커피냅로스터스)가 연남점 오픈 3개월 만에 9000개를 돌파했다.
지난 24일 오전 커피냅로스터스를 찾아가 봤다. 오후 12시~2시 사이에 문을 여는 인근 카페들과 달리 커피냅로스터스는 오전 9시부터 손님을 받는다. “하루 중 아침에 마시는 커피가 가장 좋다”는 이진호(34) 대표의 생각 때문이다. 연트럴파크 맨 끝에 있어 홍대입구역 3번 출구에선 도보로 20분이 걸린다. 뙤약볕 아래서 20분을 걸어 도착하면 커피가 유독 시원하고 맛있을 수 있겠지만, 웬만하면 경의선 가좌역에서 내릴 것을 추천한다. 1번 출구에서 걸어서 8분이다.

 
커피냅로스터스 연남점의 외관.

커피냅로스터스 연남점의 외관.

공간은 모든 게 비스듬하다. 건물이 세워진 골목 바닥부터 기울어 있다. 지붕은 반대 방향으로 경사진 외쪽지붕이다. 정방형에 가까운 공간을 둘러싼 네 면의 벽 중 두 면이 전면 유리창이다. 그 창 너머로 비스듬히 누운 벽돌 언덕이 보인다. 건물 구조상 평평한 바닥을 이용할 수는 없었던 걸까. 그렇다면 왜 이런 건물에 카페를 차리게 된 걸까.
 
벽돌 언덕의 경사가 꽤 가파르다. 맨 위로 올라가면 바리스타들이 커피 만드는 모습을 내려다볼 수 있다.

벽돌 언덕의 경사가 꽤 가파르다. 맨 위로 올라가면 바리스타들이 커피 만드는 모습을 내려다볼 수 있다.

이 대표의 답변은 의외였다. 멀쩡한 평지에 일부러 벽돌을 쌓았다는 것이다. 외부 마감재와 초록 식물로 실내외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 콘셉트를 평택점에서 그대로 가져오면서 약간의 변주를 더했다. “평택점은 바닥을 아래로 파내서 흙을 드러냈어요. 반대로 연남점은 위로 쌓아보기로 했죠.” 손님들이 오르내릴 수 있게 안전하면서도 디자인적으로도 보기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해 오랜 시간을 고민했다고 한다.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방음벽 위 우거진 초록 식물과 외진 철길 골목의 빈티지한 분위기에 녹아들기엔 붉은 벽돌이 제격이었다.
 
커피냅로스터스 평택점의 모습. 바닥재를 들어내고 흙과 식물을 노출시켰다. [사진 커피냅로스터스]

커피냅로스터스 평택점의 모습. 바닥재를 들어내고 흙과 식물을 노출시켰다. [사진 커피냅로스터스]

커피냅로스터스와 마주보는 경의선 방음벽 위에 우거진 초록 식물. 좁은 카페 내부에는 식물이 많지 않지만 이런 외부 환경이 분위기를 완성시켜 준다. [사진 커피냅로스터스]

커피냅로스터스와 마주보는 경의선 방음벽 위에 우거진 초록 식물. 좁은 카페 내부에는 식물이 많지 않지만 이런 외부 환경이 분위기를 완성시켜 준다. [사진 커피냅로스터스]

테이블을 놓을 수 있는 자리에 굳이 불편한 언덕을 만든 걸 두고 ‘미쳤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이 대표는 “커피를 최대한 많이 팔기보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 주력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언덕 위쪽에서 고개를 들면 천장의 사각형 창을 통해 하늘이 보여요. 아무 생각 없이 누워서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휴식 공간을 만들고 싶었죠. 손님이 한 명이라도 그 위에 올라가서 앉아 주면 성공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카페 상호에 낮잠을 뜻하는 ‘냅(nap)’이 포함된 것도 휴식 공간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바람은 이내 이뤄졌다. 벽돌 언덕은 유리 창가에 놓인 벤치형 의자보다 인기가 좋은 자리다.
 
언덕 위 천장에는 사각형으로 작게 창을 뚫었다. 언덕 위에 누워 하늘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이진호 대표의 바람 때문이다.

언덕 위 천장에는 사각형으로 작게 창을 뚫었다. 언덕 위에 누워 하늘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이진호 대표의 바람 때문이다.

포토스팟으로 화제가 됐지만 커피냅로스터스가 인테리어와 콘셉트에만 치중한 카페는 아니다. 이 대표는 평범한 회사원 시절에도 여가시간에 개인 커피 공방을 8~9년간 운영해 온 커피 매니아다. 수 천만원에 달하는 커피머신·로스터기를 갖추고 지인들과 함께 스페셜티 커피를 공부했다. ‘스페셜티 커피’란 ‘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SCAA)’에서 커피 재배·수확 과정, 원두의 외관과 신선도, 향미, 질감 등에 따라 점수를 매겨 선정하는 세계 상위 7%의 커피를 말한다. 스타벅스 리저브 등이 대표적인 스페셜티 브랜드다.
이 대표는 “한동안 커피를 공부하다 보니 더 많은 사람에게 좋은 커피를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카페 브랜드를 만들기로 결심한 뒤 바리스타들을 모아 회사를 차렸다. 공방에서 쓰던 기계들은 현재 평택점에서 그대로 활용 중이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쌓아 올린 언덕 때문에 커피 외에 음식을 팔기는 어렵다. 손님들은 테이크아웃 잔을 손에 들고 나들이 나온 기분으로 카페에 있는 시간을 즐긴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쌓아 올린 언덕 때문에 커피 외에 음식을 팔기는 어렵다. 손님들은 테이크아웃 잔을 손에 들고 나들이 나온 기분으로 카페에 있는 시간을 즐긴다.

테이블이 없으니 디저트나 베이커리류도 판매하지 않는다. 오로지 커피에만 집중한다. 에스프레소 메뉴에 제공되는 원두는 세 가지다. 고소하면서도 보디감이 풍부해 산미(신맛)를 꺼리는 손님에게 추천하는 커피냅로스터스의 블렌딩 원두 ‘마루’, 이 대표를 스페셜티 커피의 세계로 처음 인도한 ‘에티오피아 코케허니’, 오렌지 같은 상큼함과 은은한 단맛을 지닌 ‘과테말라 엘 소코로 카투라’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그 외 핸드드립 브루잉 커피로는 케냐·엘살바도르·코스타리카 등 5개국 원두를 소개하고 있다. 커피 가격은 에스프레소·아메리카노·라떼가 5000원, 콜드 브루 6000원, 그 외 브루잉 커피는 모두 6000원이다.
4월 26일 연남점 오픈 직후 이 대표를 비롯한 커피냅로스터스의 직원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나들이 계절이었던 5월에는 하루 2시간밖에 못 자며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이 대표는 “독특한 콘셉트를 내세웠기 때문에 수익 면에서는 마음을 비운 상태였는데 반응이 예상보다 훨씬 좋아서 다행”이라며 웃었다.

“2호점을 내면서 직원들과 약속을 했어요. 올해 안에 해시태그(#커피냅로스터스) 1만 개를 돌파하면 워크숍을 호주로 가기로. 아마 가야 할 것 같아요, 하하.”

 
관련기사
글·사진=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