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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오입 개헌 당시 스승인 수학자는 기만당한 것”

중앙일보 2018.07.25 10:40
“과거의 수많은 그릇된 기록 외에 오늘날 웹사이트들에도 최윤식 교수와 1954년에 일어난 일어난 사건에 관해서 거짓이 나타나 있다.”

박세희(84) 서울대 수학과 명예교수 주장
"최윤식 박사는 사사오입 수학적인 조언 안 해"

 
대한민국헌정회가 간행하는 월간 『헌정』 5월호에 실린 한 칼럼의 문장이다. 1954년 이른바 ‘사사오입 개헌’ 당시 정권의 억지 주장을 뒷받침해줬다고 그동안 알려진 수학자에 대한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박세희(84) 서울대 수학과 명예교수는 『대한민국학술원통신』에도 ‘스승을 위한 변명, 최윤식 선생과 사사오입 개헌’이라는 같은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사사오입 개헌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중임제한을 없애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세희 서울대 수학과 명예교수는 "사사오입 개헌을 뒷받침했다는 수학자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임현동 기자

박세희 서울대 수학과 명예교수는 "사사오입 개헌을 뒷받침했다는 수학자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임현동 기자

 
수학계 원로인 박 명예교수는 “서울대 학부, 대학원 스승인 고(故) 최윤식 박사가 실제로는 사사오입 개헌을 뒷받침하기 위해 수학적인 조언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박 명예교수에 따르면 최 박사는 “억울하니 진상을 밝혀 달라고 요구하러 가자”는 제자들의 말에 “그래 봐야 추문만 재확대될 뿐이니 참고 기다리면 잊힐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최박사는 사사오입 개헌 당시의 상황을 묻는 박 명예교수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 날(개헌안이 부결된 1954년 11월 27일) 저녁 이익흥군과 손도심군이 찾아왔다. 전자는 경성공업학교 제자이고, 손도심군은 내가 문리대 학장이었을 때 학생회장이어서 잘 안다. 수인사가 끝나고 난 뒤 그자들이 지나가는 말로 203의 2/3가 얼마냐는 산술 문제를 물어서 계산을 해보니 135.333…이라고 답했다. 그랬더니 사사오입을 하면 얼마냐 물어서 근삿값으로 135가 된다고 해준 것이 전부다.”
 
이익흥 전 의원은 서울시 경찰국장, 내무부 장관 등을 역임하고 이후 자유당 공천으로 국회의원이 된 인물이다. 손도심 전 의원도 자유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을 했다.
 
1954년 11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초대 대통령의 중임제한을 없애는 '사사오입 개헌안'이 통과되자 야당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중앙포토]

1954년 11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초대 대통령의 중임제한을 없애는 '사사오입 개헌안'이 통과되자 야당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중앙포토]

 
박 명예교수는 “자유당은 스승에게 초등학교의 산수 문제를 물어본 이후 모든 언론에 ‘수학계의 최고권위자 최윤식 교수의 언명’이라고 강변하기 시작했다”며 “당시 언론 매체들은 스승님에게 전화 등으로 의견을 물어본 적이 없었고 자유당의 공표대로 그대로 보도하기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학 이론 축에도 못 끼는 초등학생용 소위 ‘반올림’으로 수학계의 태두들을 기만해 권위를 악용했던 것이다”고 주장했다.
 
박 명예교수는 또 “이후 ‘야인시대’ 등 드라마나 언론 보도 등에 비굴한 표정을 한 수학자가 사사오입하면 된다고 권력자에게 아부하는 모습이 등장했다”며 “제대로 진실을 알려는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비판했다.  
 
최윤식 박사는 1946년 국립서울대학교가 통합 출범하면서 문리과대학 수학과 초대 주임교수가 됐고, 대한수학회의 전신인 조선수물학회를 창립한 인물이다. 1960년 별세했다.  
 
송우영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
 
사사오입 개헌이란
1954년 11월 27일 자유당이 이승만 전 대통령의 종신 집권을 위해 한 개헌으로 초대 대통령의 중임 제한을 없애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헌안 투표에서 재적의원 203명의 2/3인 135.333…명의 찬성이 필요했지만 135표가 나와 부결됐다. 하지만 자유당은 부결 다음달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한 뒤 “0.333…은 0.5이하로서 수학의 사사오입의 원칙에 따라 버릴 수 있는 수이므로 203명의 2/3는 135명”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개헌안을 통과돼 개헌이 선언됐다. 

 
사사오입 개헌안에 서명하는 이승만 대통령. [중앙포토]

사사오입 개헌안에 서명하는 이승만 대통령. [중앙포토]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최윤식 박사는 사사오입 개헌이 수학적으로 타당하다는 단초를 제공하여 많은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고 기술하고 있다. 위키백과에는 “자유당은 당시 대한수학회 회장이었던 최윤식 교수를 내세워 정족수를 135명으로 하여 가결된 것으로 정정 선포하였다”고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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