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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예멘 난민이 던진 숙제

중앙일보 2018.07.25 00:55 종합 29면 지면보기
여성국 사회팀 기자

여성국 사회팀 기자

제주 체류 예멘인을 놓고 찬반 논란이 거세다. 제주에서 예멘 난민 신청자를 직접 만나 기사를 쓴 이후 “난민 반대한다. 더는 난민 신청도 받으면 안 된다”는 내용의 e메일을 여러 통 받았다. 하지만 한국은 1992년부터 유엔난민협약 가입국이다. 2009년 황우여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난민법이 2013년부터 시행돼 난민에 대한 법적 의무가 있다.
 
여론은 어떨까. 한국 갤럽이 지난 10~12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제주 예멘 난민 수용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0%는 강제 출국 조치를 바란다고 답했다. 가능한 수용은 11%, 최소한 수용은 62%에 달했다. 20%를 제외한 국민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법과 제도에 따라 이들을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소한’과 ‘가능한’은 추상적이지만 법과 난민 심사 제도는 모호해선 안 된다.
 
취재일기 7/25

취재일기 7/25

그간 조용했던 여론은 왜 제주 체류 예멘인 527명 때문에 들끓게 됐을까. 난민 신청자가 늘어난 탓도 있지만 지금 우리사회가 겪는 젠더 문제, 경제 문제를 이들에게 투영해 혐오와 편견을 만드는 건 아닐까. 독일이 난민을 받아들인 이후 범죄가 늘었다는 얘기가 있다. 하지만 한국 법무부가 2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난민 증가에도 독일의 범죄 발생이 늘었다는 근거는 없다.
 
올해 난민 신청자 수는 1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의 논의는 ‘난민 신청자들을 어떻게 배제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그들을 법과 절차에 따라 제대로 심사하고 수용할 것인가’로 나아가야 한다. 난민 신청자들에게 법에 따른 권리를 보장하되, 타당하게 심사할 필요가 있다.  
 
내전과 반군 징집을 피해 제주에 왔다는 예멘인들에겐 저마다의 사연이 있었다. 하지만 많은 국민은 낯선 이들에 대한 합리적 의심도 갖는다. 난민신청자들이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테러나 범죄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부족한 심사 인력을 늘리고, 국가가 나서 난민 전문가를 키워야 하는 이유다. ‘난민심판원’과 연구기관에 대한 체계적 논의도 시작할 때다.
 
제주 예멘인 사태가 난민 혐오와 편가르기 논란으로 끝나선 안 된다. 소모적 논쟁은 1992년 난민협약가입 이전으로 후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동안 소홀했던 난민 문제에 관한 사회적 경험, 정치적 환경과 행정적 조건을 재정비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싶다.
 
여성국 사회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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