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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환율 압박에 리커창 “내수 부양” 장기전 준비

중앙일보 2018.07.25 00:02 경제 3면 지면보기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대한 장기 포석으로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내놓았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할 조짐을 보이자 내수 확대 지원에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중국, 무역전쟁에 재정정책 꺼내
기업에 세금 감면 등 183조원 혜택
인프라 구축용 대규모 채권 발행
인민은행은 위안화 환율 더 낮춰

리커창 중국 총리는 23일 베이징에서 개최한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재정 및 금융 정책을 개선하고 실물 경제 발전을 위한 내수 확대 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성명을 통해 “외부 환경의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주문했다.
 
미·중 무역전쟁 관련 주요 발언과 조치

미·중 무역전쟁 관련 주요 발언과 조치

 
블룸버그 통신은 “미·중 무역 갈등이 깊어지면서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외부의 불확실성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성장을 유지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조치”라고 평가했다. 올해 2분기 중국의 성장률은 2016년 이후 가장 낮은 6.7%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는 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을 확대하기로 했다. 기업의 연구개발(R&D) 비용 지출에 대한 우대 정책을 통해 올해에만 약 650억 위안(약 10조800억원)의 세금과 비용을 줄여줄 계획이다. 올해 전체적인 세금 및 비용 감면 목표액은 약 1조1000억 위안(약 182조6000억원)에 달한다.
 
지방 정부가 인프라 건설 등을 통해 경기 부양을 할 수 있도록 1조3500억 위안(약 224조원) 규모의 채권 발행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금융 건전화 정책을 펴며 지방정부와 국유기업의 부채 축소를 독려하던 기존 방침과 달라졌다. 
 
또 중소기업 15만 곳에 해마다 1400억 위안(약 23조2000억원)을 지원하고, 교통·통신·가스 등 개발 계획에 민간 투자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일 방침이다. 해외 투자를 늘리기 위한 정책을 도입하는 등 개방형 경제로의 전환도 서두르겠다고 재확인했다.
 
중국 정부에 앞서 인민은행이 먼저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인민은행은 23일 금융 시장에 5020억 위안(약 83조3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1년짜리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를 통해 시중 은행에 자금을 공급했는데, 2014년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장 큰 규모였다. 
 
인민은행은 올해 들어서만 세 차례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낮췄다. 6월 지준율 인하로 7000억 위안(116조2000억원)의 자금이 시중에 풀리는 효과가 있다. 궈수칭 중국은행보험감독위원회 주석은 지난주 시중 은행에 “중소기업 대출을 늘려라”라고 주문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정부가 미·중 무역전쟁을 치르면서 부채 축소 정책과 단기 성장률 유지 사이에서 줄타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막대한 유동성 공급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중국 정부가 부채 축소(디레버리지) 정책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상하이 동방증권의 위샤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금은 유동성 보충 단계이지 수문을 확 여는 단계는 아니다. 디레버리지 정책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콩 노무라증권의 팅루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베이징이 디레버리징 정책에서 재정 부양책으로 정책 입장을 옮겨갔다는 점이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통화정책을 느슨하게 운용하면서 위안화 약세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중국과 유럽연합(EU)이 통화 가치를 조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최근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연중 최저점을 경신하고 있다. 24일 인민은행은 위안화 기준환율을 달러당 6.7891위안으로 고시했다. 전 거래일보다 위안화 가치가 0.44% 떨어졌다.
 
중국은 위안화 약세를 의도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위안화 약세의 이유가 “미국과 세계 금융시장이 요구한 대로 환율 변동을 시장에 맡긴 결과”라는 것이다. 미국이 시작한 무역전쟁으로 인해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 감소가 예상되고, 따라서 투자자들이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할 것으로 전망한 데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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