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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스타일] ‘내장 먹는 언니’가 힙하다, 한여름 곱창 열풍

중앙일보 2018.07.24 00:56 종합 20면 지면보기
마지막 단계에서 불판 위에 술을 부어 일으킨 불로 윗부분을 바삭하게 굽는 ‘대한곱창’의 모둠곱창. [장진영 기자]

마지막 단계에서 불판 위에 술을 부어 일으킨 불로 윗부분을 바삭하게 굽는 ‘대한곱창’의 모둠곱창. [장진영 기자]

서울의 한낮 최고 기온이 33도에 달했던 18일 오후 2시. 장안동의 한 곱창집 앞 의자에 젊은 여성 두 명이 부채질을 하며 앉아 있었다. 가게 문은 닫혀 있다. 오픈 시간은 오후 3시. 가평에서 왔다는 양예빈(21)씨는 “오픈과 동시에 자리를 잡기 위해 한 시간 일찍 왔다”며 “저녁 시간엔 더 오래 기다릴 것 같아 낮 시간을 택했다”고 말했다. 이곳은 그룹 ‘마마무’ 멤버인 화사의 단골 곱창집으로 화제가 된 ‘대한곱창’이다. 대기자는 오픈 직전 10명까지 늘었다.
 

‘마마무’ 멤버 화사 먹방 이후 품귀
젊은 여성 중심으로 매니어층 형성
“포화지방 많아 가끔 먹는 게 좋아”

올여름 이열치열 대표 음식은 뜨끈한 탕이 아니라 불 위에서 노릇노릇 구워지는 곱창이 될 전망이다. 지난달 8일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화사가 곱창 먹방을 선보인 이후 ‘곱창대란’이 일었다. 방송에 나온 장안동 ‘대한곱창’은 물론, 안 그래도 줄 서서 먹던 유명 곱창집들에 손님이 몇 배로 몰렸다.
 
 마지막 단계에서 불판 위에 술을 부어 일으킨 불로 윗부분을 바삭하게 굽는 ‘대한곱창’의 모둠곱창. [장진영 기자]

마지막 단계에서 불판 위에 술을 부어 일으킨 불로 윗부분을 바삭하게 굽는 ‘대한곱창’의 모둠곱창. [장진영 기자]

방송 후 한 달이 넘었지만 곱창집에 곱창이 없는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직장인 윤모씨는 얼마 전 단골 곱창집인 ‘합정동 원조 황소곱창’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주문을 받던 직원이 “곱창은 한 테이블당 1인분 이상 판매하지 않는다”고 한 것이다. 나머지 양은 다른 부위로 채우라는 뜻. 서울 시내 대부분의 곱창집이 같은 전략을 써서 간신히 물량을 맞추고 있다. 주문 제한을 두지 않는 곱창집은 오픈 시간을 줄였다. 이 역시 화사가 다른 부위를 섞지 않고 ‘순 곱창’만 먹어서 생긴 일이다.
 
찜통 더위에도 곱창집 앞에서 문을 열기를 기다리고 있는 손님들. [장진영 기자]

찜통 더위에도 곱창집 앞에서 문을 열기를 기다리고 있는 손님들. [장진영 기자]

‘대한곱창’은 아예 메뉴판에 흰 종이를 붙여 ‘곱창’이라는 글을 가렸다. 곱창 주문을 들어오는 대로 다 받으면 도저히 정상 영업을 할 수 없어서다. 대신 대창·막창·염통과 곱창이 함께 나오는 모둠곱창을 주문하도록 유도한다. 김훈 대표는 “최근 한 달 사이 시장에서 곱창 가격이 20~30% 정도 올랐다”고 했다. 이 모든 상황을 두고 ‘화사가 쏘아 올린 작은 곱(곱창 내부에 채워진 소화액)’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정말 연예인 한 사람의 ‘먹방’으로 지금의 곱창 열풍이 시작된 걸까. 업계는 수 년간 곱창 대중화가 이뤄지던 중 화사가 불을 붙인 것이라고 말한다.
 
곱창은 소나 돼지의 작은 창자다. 과거엔 소 곱창에 비해 가격이 저렴했던 돼지 곱창이 양념구이나 전골 재료로 인기를 끌었다. 1인분에 1만원 후반대를 훌쩍 넘는 소 곱창은 젊은 층의 접근이 어려웠다. 내장 부위에 거부감을 가진 이들도 많았다. 거북곱창·교대곱창 등이 자리 잡은 서초동 곱창 골목은 주로 직장인 남성들의 회식 장소로 여겨졌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 본격적인 대중화가 시작됐다. 냄새가 덜하고 씹는 맛이 있는 소 곱창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다. ‘곱창백화점’(2003년)·‘곱창이야기’(2004년) 등 곱창 체인 브랜드가 생겨난 것도 이때부터다. 양(소의 첫 번째 위), 대창(큰창자), 막창(네 번째 위) 등 다른 내장 부위도 함께 떴다. 보다 신선하고 곱이 꽉 찬 곱창을 찾아다니는 매니아층이 형성됐다.
 
그룹 ‘마마무’ 멤버 화사의 곱창 먹방이 화제가 되면서 올여름 곱창대란이 시작됐다. [사진 MBC]

그룹 ‘마마무’ 멤버 화사의 곱창 먹방이 화제가 되면서 올여름 곱창대란이 시작됐다. [사진 MBC]

수요가 늘어난 만큼 많이 팔 수는 없을까. 업계는 “그럴 수만 있다면 정말 좋겠다”며 울상이다. 시장에 풀리는 곱창 물량은 제한적이다. 소 도축량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내장 등 부산물에 대한 수요는 커졌지만 소 도축 물량은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2015년 국내 소 도축 수는 100만 마리가 넘었지만 2016년과 지난해 약 86만 마리로 줄었다. 올해는 지난 5월까지는 겨우 36만 마리에 그쳤다. 소를 적게 잡는데 내장만 구해올 수는 없는 일이다.
 
수입 냉동 곱창에 의존할 수도 없다. 지드래곤·한고은·차승원 등 스타들의 단골집으로 알려진 30년 전통의 ‘삼성원조양곱창’ 서복지 대표는 “요즘 호주 등에서 수입산이 많이 들어 오지만 냉동은 구웠을 때 맛이 크게 떨어져 사용할 생각도 안 해봤다”고 말했다. 삼성원조양곱창은 전라도에서 당일 도축한 내장을 오후 동서울터미널에서 받아와 판매하고 있다. 대한곱창의 김훈 대표도 “곱창의 고소한 맛은 기름에서 오는데 냉동 곱창엔 기름이 잘 안 붙어 있어 생물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과도한 곱창 섭취가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건강지에서 의사·약사·영양학자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건강을 생각해서 되도록 피하는 음식’ 3위에 곱창이 올랐다. 2위는 육가공품, 1위는 탄산음료였다. 비만 전문가인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곱창은 포화지방 덩어리여서 몸에 좋을 수가 없는 음식”이라고 말했다. 지방은 식욕을 자극하지만, 포만감은 적은 특징이 있다. 기름의 고소한 향에 취해 배부를 때까지 곱창을 먹다 보면 고칼로리 함정에 빠지게 된다. 오 교수는 “지방 과다 섭취는 복부 비만은 물론 고지혈증·동맥경화·당뇨병을 유발하기 때문에 가끔 맛을 보는 정도로만 먹기를 권장한다”고 당부했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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