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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엉터리 광견병 백신 파문 … 리커창 “인간 도덕 마지노선 넘었다”

중앙일보 2018.07.24 00:03 종합 16면 지면보기
“이번 백신 사건은 인간 도덕의 마지노선을 넘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가 22일 밤 23시 26분(현지시간) 창성(長生)바이오의 불량 백신 사건에 대해 긴급 담화를 발표했다.  
 
이례적인 심야 담화 발표는 중국 국민의 여론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리 총리는 “반드시 전국 인민에게 하나하나 명명백백하게 설명해야 한다”며 “누가 연루됐건 절대 관용을 베풀지 말고 엄중 처벌하라”고 지시했다.
 
중국 선전 주식시장의 상장 기업인 창성바이오가 최근 인체용 광견병 백신 성능을 조작한 것에 대한 지적이다. 이 업체는 지난해 354만 세트의 광견병 백신을 생산한 시장점유율 23%의 2위 기업이다.
 
창성바이오는 지난 18일엔 DPT(디프테리아·백일해·파상풍) 혼합예방백신이 지난해 성능 불합격 판정을 받아 부당소득 몰수와 벌금 등 344만 위안(약 5억 7400만원)의 처벌을 받았다는 사실도 공시했다.
 
산둥성에 25만개가 넘는 불량 DPT 백신이 공급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모들 사이엔 공포가 퍼졌고, 네티즌들은 “백신 접종을 위해 홍콩으로 가자”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23일 베이징 수도 아동병원에서 자녀 예방접종을 하고 나오던 이(李)씨는 중앙일보에 “인도는 가짜 약을 만들어도 약효는 진짜이지만 우리(중국)가 만든 진짜 백신은 가짜에다가 사람까지 해친다”며 참담한 중국의 의료 현실에 분개했다.
 
최근 개봉 19일 만에 29억 위안(4830억원)의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중국 영화 ‘나는 약의 신이 아니다(我不是藥神)’를 봤다면서 한 말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에는 고가의 만성 백혈병 항암 복제약을 인도에서 구해 환자들에게 저렴하게 공급하는 ‘약의 협객(藥俠)’이 등장한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중국 정부는 외국산 항암 약품의 관세를 철폐하는 등 의료 개혁에 박차를 가했지만 백신 스캔들로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아동병원에서 만난 부모들은 영화와 달리 현실은 악덕 바이오 기업주만 배를 불리고 있다며 분노를 쏟아냈다.
 
여론이 악화되자 관영 매체도 일제히 정부의 신속하고 엄중한 대응을 촉구했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 산둥지사가 운영하는 SNS 매체 둥웨커(東岳客)은 22일 “공황·분노가 만연해선 안 된다. 관련 부처는 즉시 우려에 대처하라”는 글을 게재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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