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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어떻게 '전기차 전쟁터'가 됐나

중앙일보 2018.07.23 17:11
 미·중간 무역전쟁 공방이 한창이던 지난 10일 중국 리커창 총리와 독일 메르켈 총리가 베를린에서 만났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회담에 이어 진행된 두 나라 정부와 기업인들의 만남에 주목했다. 자동차와 관련한 중국과 독일의 새로운 협력 관계가 예고된 까닭이다. 실제로 이날 행사에선 전기차 등 신에너지(순전기차+하이브리드) 차량 분야에서 독일과 중국 자동차 회사들이 22개의 협약을 맺고 공동으로 연구·개발·생산에 나서기로 했다.   
 
미·일 합친 것 보다 큰 중국 자동차 시장
독일에서 총리가 직접 나설 정도로 중국 전기차 시장을 향한 세계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장 규모를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내연기관을 포함한 중국의 전체 자동차 시장 규모는 지난해 2887만 대(판매량 기준)로 9년째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4위인 미국(1724만 대), 일본(523만 대), 인도(401만 대) 내 판매량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다. 이렇게 거대한 자동차 내수시장을 가진 중국이 '친환경'에 눈뜨면서 국가 차원에서 화석연료 차량을 전기차로 교체해가고 있다.  
 
중국에서는 지난해에만 신에너지 차량이 77만7000대나 팔렸다. 한해 전에 비해 53.3%나 늘어난 수치다. 판매 신장 폭은 올해 더 커졌다. 올 상반기에도 41만2000대의 신에너지 차량이 팔려 전년 동기 대비 이 시장이 111.6%나 성장했다. 그런데도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신에너지 차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2.6%에 불과하다. 아직 폭발적인 성장이 본격적으로 오지 않았다는 얘기다.
 
중국 전기차 시장 공략에 가장 공을 들이는 곳은 독일 브랜드들이다. BMW는 지난 10일 베를린 회동에서 중국 창청(長城)자동차와 전기차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을 세우기로 협약을 맺었다. 2020년부터는 선양(瀋陽)에서 합작법인을 운영해온 중국 화천(華晨)자동차와 함께 순수 전기차 BMW iX3를 생산해 중국은 물론 전세계 시장에 공급하기로 했다.  
 
독일·미국 브랜드, 중국 전기차 시장 줄지어 뛰어들어
폴크스바겐은 오는 2025년까지 중국 내 전기차 연구개발 생산에 약 100억 유로를 투자하기로 했다. 또 중국 내 합작파트너인 안후이성 장화이자동차와 오는 2021년까지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폴크스바겐 산하 스페인 토종 자동차 회사 세아트(SEAT)는 장화이폴크스바겐에 지분 투자해 2020~2021년 세아트 브랜드를 중국 시장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미 지난해 광저우모터쇼에서 전기차 브랜드 EQ의 SUV 모델인 EQC를 오는 2019년부터 중국 현지에서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 코나 EV. [중앙포토]

현대자동차 코나 EV. [중앙포토]

 
미국업체들도 뛰어들고 있다. 테슬라는 오는 2020년까지 중국에 공장을 지어 연간 5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테슬라는 외국 자동차업체로는 처음으로 중국 업체와 합작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중국에 자동차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제너럴모터스(GM)도 오는 2020년 중국에서 모두 10여 종의 전기차 모델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미국·독일 브랜드의 중국 내 양산 계획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양산 시기가 대부분 2020년에 맞춰져 있다. 이는 중국 정부의 전기차 확산 정책과 연관이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4월 '더블포인트(雙積分)' 제도를 도입했다. 화석연료 차량을 많이 생산하면 벌점 포인트, 전기차를 많이 생산하면 가점 포인트를 주는 제도다. 이 포인트는 기업들 간에 사고팔 수 있다. 내년엔 자동차업체마다 전체 생산량의  최소 10%, 2020년엔 최소 12%를 신에너지 차량으로 생산해야 한다. 
한국무역협회 상하이지부의 박선경 부장은 "전기차 요구 쿼터를 맞추지 못하고 화석연료 차량을 더 생산하려면 다른 기업으로부터 포인트를 사야 한다"며 "기업 입장에선 생산 비용이 올라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B2면에 계속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전기차 보조금 없애는 대신 간접 지원 많아 
중국 정부의 신에너지 차량 확대 정책은 '직접 지원은 줄이고 간접 지원은 늘린다'로 요약된다. 더블포인트 같은 간접 지원 제도를 도입하면서 대표적인 직접 지원인 보조금 지급 제도는 2020년에 폐지하기로 했다. 그간 보조금 지급 규모는 계속 감소해왔다. 중앙정부가 3만 위안(한화 약 500만원), 지방정부가 3만5000위안(한화 약 580만원) 씩 주던 보조금은 현재 1만 위안 안팎까지 줄어들었다. 2020년에 이마저 완전히 사라지고 나면 중국산 자동차와 해외 브랜드들이 기술력으로 진검 대결을 벌이게 된다.  
 
중국 정부는 보조금이 사라져도 전기차 구매가 줄지 않도록 보완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중국에서는 차량을 소유하려면 경매를 통해 번호판을 사야 하는데 9만 위안(1500만원)이나 되는 가격도 부담스럽지만 낙찰받는다는 보장이 없다. 그러나 전기차를 사면 1500만원을 내지 않아도 되고, 경매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번호판을 확보할 수 있다. 실제 광저우에서는 이번 달 1일부터 외지 번호판의 광저우 주행을 금지했다. 그러자 한 달에 100대 팔리던 BYD 전기차가 열흘 만에 100대나 팔렸다. 광저우 번호판을 쉽게 받을 수 있어서다.  
 
중국 토종 자동차 기업들도 외국 기업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베이징자동차는 2020년까지 연간 50만 대 전기차를, 광저우자동차도 2020년까지 20여 종의 신에너지차를 선보인다. 중국 토종 전기차 업체 비야디는 2020년까지 연간 생산량을 60만 대로 늘릴 계획이다. 이밖에 지리자동차도 2020년까지 전체 생산하는 자동차의 90% 이상을 신에너지차로 채우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브랜드들도 세계 최대 친환경차 시장인 중국 진출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한다. 23일 한국무역협회 상하이지부가 발표한 '중국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완성차 제조부터 부품 협력까지 한국기업이 뛰어들 여지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무역협회의 서욱태 상하이 지부장은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의 급성장에 따라 충전설비 산업, 중고차 유통, 배터리 회수 등 관련 비즈니스도 유망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자동차 관련 정책을 유심히 모니터링하면서 시장에 뛰어들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대차, 코나 앞세워 내년부터 본격 중국 공략 계획 
현대기아차는 2025년까지 38종(현대차 22종, 기아차 16종)으로 친환경차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중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의 전기차 모델을 올해 상반기에 출시했다. ‘코나 EV’는 64kWh급 국산 대용량 배터리를 장착,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406km에 달한다. 기아차에서 출시한 니로EV 역시 1회 충전 주행거리가 385km에 달한다. 현대차는 내년도에 코나를 앞세워 중국 전기차 시장을 진출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 시장의 변화를 그룹 차원에서 관찰하고 있다"며 "주행거리 등 전기차에 필요한 기술력을 앞세워 본격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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