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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교사 방학’ 폐지 청원

중앙일보 2018.07.23 01:36 종합 31면 지면보기
김남중 논설위원

김남중 논설위원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초·중·고교 방학이다. 학생에게 방학(放學)은 말 그대로 ‘일정 기간 수업을 쉬는 일’이다. 교사에게도 방학은 재충전을 위한 ‘쉼과 추스름’의 기회다. 학기 말쯤 되면 교사들도 녹초가 되기 십상이다. 특히 어디로 튈지 모르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는 학생들과 부대끼느라 번아웃(Burnout) 증상을 호소하기 일쑤다. 오죽하면 “교사가 미치기 전에 하는 게 방학, 엄마가 미치기 전에 하는 게 개학”이란 말이 있을까 싶다.
 
그렇다고 교사들의 방학이 ‘마냥 놀고먹는 시간’은 아니다. 상당수 교사들은 방학을 학기 중엔 엄두를 못 내는 재교육의 기회로 활용하느라 외려 더 분주하다. 교육청이 교사의 수업 업그레이드를 위해 개설한 방학 중 직무연수용 온·오프라인 강좌만 수백 개다. 여기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프로젝트로 배우는 경제’, 서울시의 ‘한양도성’ 같은 외부 기관이 쏟아내는 올 여름방학 연수프로그램도 숱하다. 요컨대 교사에게 방학은 배움의 시간이고, 가르침을 준비하는 시간인 셈이다.
 
이런 ‘교사의 방학’을 놓고 때아닌 적폐 논란이 한창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교사의 방학을 없애라”는 청원 10여 건이 올라와 갑론을박 중이다. 그중 ‘41조 연수 폐지’ 청원엔 22일 현재 6400여 명이 동의할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현재 교사의 방학 관련 규정은 따로 없고 교육공무원법 제41조가 원용된다. ‘교원은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연수기관이나 근무 장소 외의 장소에서 연수를 받을 수 있다’는 게 골자다. 이 조항이 사실상 방학 중 교사들의 휴가로 악용되는 적폐라는 게 폐지 청원자들의 주장이다.
 
청원 내용의 한 토막. “수업 연구, 연수 등 모두 학교에 나와서 하라. 방학에 쉬면서 세금으로 월급 받아 미용실 가고, 피부과 마사지 받으며 집에서 편하게 쉬는 건 도둑질이나 다름없다.” 교사에 대한 불신이 짙게 배어 있다.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교사들의 반박 청원 글이 뒤를 이어 올라오고 있다. “교사라는 직업이 자랑스럽지는 않아도 부끄럽지는 않았는데, 진정 부끄럽다.” “나는 적폐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교육 발전을 사랑하는 ‘무명의 교사’다.”
 
교사의 질은 사회의 지지와 신뢰에 비례해 담보되는 법이다. 교사의 방학에 ‘무노동 무임금’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그 신뢰를 그르치는 일이다. 교사들이 초심을 다잡을 때 새기는 게 헨리 반 다이크의 ‘무명교사 예찬시’다. “젊은이를 건져서 이끄는 자는 무명의 교사이며, 그는 실로 인류의 종복이다.”
 
김남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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