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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신청자 이미 3만2700명 … “2011년부터 무슬림들 장안동에 둥지”

중앙일보 2018.07.23 00:59 종합 8면 지면보기
2012년 한국에 온 압둘 모하메드(33·가명)가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희망의 마을센터에서 부인(27)과 함께 한국어 강의를 듣고 있다. [한영익 기자]

2012년 한국에 온 압둘 모하메드(33·가명)가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희망의 마을센터에서 부인(27)과 함께 한국어 강의를 듣고 있다. [한영익 기자]

“한국 사람들이 이미 많은 난민과 함께 살고 있다는 걸 잘 몰라서 더 논란이 커진 것 같아요.”
 

출신국 파키스탄·중국·이집트 순
시리아인 1000명 인도적 체류 허가
“한국인, 주변에 난민 많다는 거 몰라”

시리아 난민 압둘 모하메드(33·가명)는 최근 예멘 난민을 둘러싼 논란을 언급하며 안타까워했다. 동두천의 한 폐차 야적장에서 만난 그는 국내 폐차장을 돌며 쓸 만한 부품들을 수거해 중동 상인들에게 되파는 일을 한다. 2주 전 마지막 거래를 했다는 압둘은 “지금 여기 쌓인 부품들은 이집트와 이라크 상인들이 주문한 물건들을 모아둔 거다. 한 컨테이너를 거래하면 200만원 정도 받는다”고 말했다.
 
압둘의 고향은 시리아에서도 내전의 참상이 가장 심각한 알레포다.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유서 깊은 도시지만 공습과 시가전으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압둘의 경우는 전쟁이 고향을 덮치기 전인 2012년 초반부터  한국에 머물렀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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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국에서 몇 달간 일하다 고향에 돌아갔더니 전쟁으로 엉망이 됐더라”고 회상했다. 어쩔 수 없이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 그는 이때부터 난민 신세가 됐다. 정식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다른 시리아인들과 마찬가지로 2014년부터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아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일하고 있다. 정식으로 사업자 등록도 했다. 1000명이 넘는 시리아 난민 대다수가 압둘처럼 폐차장을 중심으로 자동차 부품 수출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압둘은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내전 이전부터 시리아인들은 한국에서 중고차 부품 관련 일을 해왔다”고 말했다.  
 
압둘과 마찬가지로 중고차 부품 판매 일을 하는 아부디(가명)와 아네스(가명)도 각각 2011년과 2012년부터 한국에 머물러 왔다. 아부디는 최근 국내에서 벌어진 예멘 난민 논란을 지켜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한다.  
 
그는 “예멘 사람들을 가짜 난민이라고 하는 게 이해가 안 간다. 정말 시리아와 비슷할 정도로 위험하고 살기 힘든 곳인데…”라며 한숨을 쉬었다.  
 
난민들을 지원하는 ‘피난처’의 이호택 대표는 “2011년부터 이미 많은 무슬림 난민이 서울 답십리와 장안동 등지에 모여 살고 있다”고 말했다.
 
난민 신청자들은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서 살아가고 있다. 한국에 난민 신청을 한 외국인이 지난해 기준 이미 3만 명을 넘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누적 난민 신청자 수는 3만2733명이다. 이들 대다수(2만9818명, 91.1%)가 2011년 이후 난민 신청을 한 만큼 상당수가 여전히 국내에 머물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 난민 신청자 가운데 예멘처럼 이슬람을 국교로 하는 나라 출신도 많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적별 난민 신청자 통계를 보면 난민 신청자 수가 가장 많은 나라는 파키스탄(4268명)이었다. 그 뒤를 중국(3639명), 이집트(3244명)가 따랐다. 이집트 역시 이슬람교를 믿는 나라다.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아 국내에 머무르는 시리아인도 1120명이다.
 
활동가들은 한국 사회가 이미 살고 있는 난민들의 존재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듯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에서 중동 출신 난민들을 지원하는 희망의 마을센터 정연주 센터장은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무슨 외국인들이 이렇게 돌아다니냐며 역정을 내면 정말 힘들다. 심지어 집을 깔끔하게 해놓고 사는 사람들을 보고 ‘난민이 왜 이렇게 잘사냐’고 비난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디어에서 이슬람의 이미지가 가해자로 묘사된 게 난민 반대 정서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종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범이슬람권 57개국 중 엄격한 율법을 따르는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소수”라고 말했다.
 
한영익·김정연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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