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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만들어줍니다” 인터넷 광고 … 가짜 난민 브로커 활개

중앙일보 2018.07.23 00:50 종합 8면 지면보기
지난 14일 저녁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는 제주 예멘인들의 난민 인정을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날 인터넷 카페 ‘난민반대 국민행동’ 등 집회 참가자 500여 명은 ‘국민이 먼저다’ ‘난민법을 개정하라’ ‘무비자를 폐지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이들은 예멘 난민이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이른바 ‘가짜 난민’이라며 즉각 송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에 갇힌 난민<중> 실태와 편견
‘파룬궁 박해’ 등 조작 39명 적발
1년간 난민 허위신청자 1474명
“무비자 폐지” 난민반대 운동 불러
“악용 세력 때문에 진짜 난민 피해”

가짜 난민이 존재한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다. 현행법상 난민 신청은 불법 체류나 추방을 앞둔 경우와 상관없이 외국인이면 가능하다. 불법 체류자 신분이 노출된 외국인이라도 난민 신청을 할 경우 체류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한 난민 지원 로펌 관계자는 “취업이나 체류 등을 목적으로 법무부 심사와 소송을 거쳐 2~3년이 소요되는 긴 심사 기간을 악용하는 외국인과 전문 브로커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올해 6월 말까지 법무부에 적발된 난민 브로커는 39명, 난민 허위신청자는 1474명이다. 지난 1일에도 서울 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는 중국인 180여 명을 인터넷 광고로 모집해 가짜 난민 신청을 대행한 브로커 등 일당 8명을 적발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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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룬궁’ ‘전능신교’ 등 특정 종교를 신봉하다가 본국에서 박해를 받았다고 허위 사실을 신청서에 쓰도록 하는 게 주된 수법이었다. 또 최근 제주도에서는 경찰에 오피스텔 성매매 혐의로 적발된 태국인 여성 6명 가운데 한 명이 난민 신청자로 드러난 사례도 있었다.
 
법무부는 난민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를 ‘남용적 난민신청’이라 규정하고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달 29일 난민 관련 대책을 발표하면서 “관계기관과 협력해 난민신청자에 대한 신원 검증을 철저히 함으로써 테러, 강력범죄 등 문제 소지가 있는지도 꼼꼼하게 심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정도 법무부 난민과장은 “우리나라는 난민협약 가입국으로 난민 보호에 대한 국제적 책임이 있다. 남용적 신청자가 늘어나면서 진정한 난민이 신속히 보호받지 못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난민지원단체들은 모든 난민을 ‘가짜 난민’으로 보는 시각은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법무부가 남용적 난민신청 제한을 위한 난민법 개정, 난민심사기간 단축 등을 추진한다고 발표하자 난민지원 15개 시민단체연합 ‘난민네트워크’ 등은 “난민제도 후퇴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며 반발했다. 공익법센터 어필의 이일 변호사는 “가짜 난민이라는 용어는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고착화하고 심사제도를 무력화할 위험을 갖고 있다”며 “난민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심사제도부터 국제적인 기준에 맞춰 절차적 권리를 보장해야 억울한 피해자에게 가짜라는 낙인을 찍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건수 강원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난민 지위 신청자가 갈수록 늘어나지만 지금의 전문성이 부족한 제도로는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면서 제대로 된 난민 심사를 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국가·난민 정황 정보에 대한 전문가 집단을 양성해 진짜 보호 대상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가려낸다면 악용의 여지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규진 기자 choi.k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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