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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 시세 80%로 올리면 6억 집 보유세 90만원 뛴다

중앙일보 2018.07.22 17:04
 '공시가격 현실화'하면 보유세 44~59%↑…정부는 방향 못정하고 고민만
 
정부의 부동산 보유세 개편안이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여러 세금을 매기는 데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 조정은 그 파급력이 엄청난데도 내용ㆍ시행 시점이 불투명해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중앙일보가 국민은행 WM 스타자문단의 자문을 받아 공시가격 3억4000만~19억7600만원 아파트 16곳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정부의 보유세 개편안에 더해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을 80%로 올리면(현재 60% 가정) 보유세 부담이 지금보다 44~59%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가격 6~7억원대 아파트의 경우 보유세가 올해 약 160만~180만원에서 230만~270만원으로 48%가량 증가한다. 더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다주택자의 부담은 이보다 훨씬 크다.    
 
이는 정부안을 토대로 종합부동산 세율을 0.1~0.5%포인트 높이고(3주택자 이상은 0.3%포인트 추가 과세) 공정시장가액비율(공시가격의 반영 비율)을 최고 90%까지 올린 것으로 가정한 상황에서, 공시가격까지 함께 높아지며 상승효과가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토부는 국토교통분야 관행혁신위원회(위원장 김남근)의 권고에 따라 공시가격을 시세에 가깝게 올리는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다. 김 위원장이 개인 의견을 전제로 “시세의 90% 이상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지만, 국토부는 공시가격 인상의 파괴력 때문에 실제 적용에 대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시가격을 만지는 건 종부세 인상과는 함의가 전혀 다르다. 여러 세금을 매기는 토대인 과세 표준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우선 공시가격이 오르면 재산세가 오른다. 고가 주택 보유자가 부담하는 종부세와 달리 재산세는 집을 보유했다면 누구나 낸다. 준조세 성격인 재건축 초과이익부담금, 건강보험료 등의 부담도 함께 증가한다. 여기에 기초생활보장, 장애인연금 등 복지제도의 기준으로도 쓰인다. 최근 몇 년간 땅값이 많이 오른 제주에서는 공시가격 상승으로 기초연금 수급 탈락자가 대거 발생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나온 개편안이 다주택자 등 고가 주택 보유자를 타깃으로 한 ‘핀셋 증세’였다면, 공시가격 조정은 사실상 ‘보편적 증세’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는 이유다. 이런 점에서 공시가격 현실화가 실제로 이뤄질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최종찬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은 “세금 부담이 늘면서 소비가 줄어들고, 고정 소득이 적은 노인층 등의 피해가 예상된다”며 “고용지표 등 곳곳에서 위기 징후가 포착되는 가운데 내수 부진까지 이어지면 장기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공시가격 조정은 중산층ㆍ서민을 대상으로 증세하지 않겠다는 현 정부의 정책 방향과 충돌한다”라며 “조세 저항이 크기 때문에 실제로 강하게 추진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부동산 세제는 파급효과의 범위와 강도가 엄청난데도 충분한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유세 개편 권고안은 ‘재정개혁특위’, 보유세 개편 확정안은 기획재정부, 공시가격 현실화 권고안은 ‘ 국토교통부 혁신위’ 등으로 주관부서가 다르다 보니 서로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도 언제 얼마큼 높일지 ‘가이드라인’을 정하지도 않았는데, “시세의 90% 이상 반영” 같은 아이디어 차원의 이야기가 정제되지 않고 흘러나왔다. 당장 주택을 구매하려는 실수요층들은 자신이 앞으로 내야 할 보유세 부담이 어느 정도 될지 파악도 못 하고, 혼란만 커지고 있는 셈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가구 자산의 대부분이 주택에 집중된 한국에서 부동산에 얽힌 세금은 정밀하게 조정해야 한다”며 “부동산 공시가격 조정, 공정시장가액 상향, 세율 인상이라는 3대 핵심축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 한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이견을 조율할 컨트롤타워가 없다 보니, 보유세 인상을 논하면서 거래세 부담 완화 방안은 빠지는 등 교통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정책의 목표가 세수를 늘리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집값을 잡기 위함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세수 증대가 목표라면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 올해 1~5월 국세 수입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6조9000억원 늘었다. 현재 속도대로라면 올해 세금 증가 폭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20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자칫 정부에서 타깃으로 삼고 있는 ‘강남권’의 집값은 잡지 못하고, 비강남권 주택 소유자의 세금 부담만 키우는 역효과도 우려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강남권(A), 기타 서울 지역과 수도권(B), 지방(C) 등 삼극화가 뚜렷한 상황에서 보유세 부담을 키우면 A와 B 중심으로 똘똘한 한 채에 집중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서울ㆍ강남권의 선호를 더욱 부각시켜 지방의 격차를 키울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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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격=국토교통부가 매년 4월 말 발표한다. 한국감정원이 실거래가와 인근 지역의 시세ㆍ건축연도ㆍ입지여건 등을 참고해 산정한 감정평가액을 기초로 한다. 아파트의 경우 실거래가의 50~70%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실거래가가 높건 낮건, 각종 부동산 관련 세금은 이 공시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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