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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입니다"…장난인줄 알았던 전화, KTX해직자 인연으로

중앙일보 2018.07.22 16:33
지난 21일 코레일에 경력직읋 채용하기로 사측과 합의한 KTX 해고 승무원(왼쪽)들이 서울역에서 투쟁 해단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은 자신의 트위터에 KTX 해고 승무원들을 향한 축하 메시지를 올렸다.[연합뉴스]

지난 21일 코레일에 경력직읋 채용하기로 사측과 합의한 KTX 해고 승무원(왼쪽)들이 서울역에서 투쟁 해단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은 자신의 트위터에 KTX 해고 승무원들을 향한 축하 메시지를 올렸다.[연합뉴스]

지난해 2월, 김승하 철도노조 KTX열차 승무지부장이 서울 홍대 거리를 지나던 중 모르는 전화가 걸려왔다. 2006년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서 정리해고 된 박 지부장은 280여명의 해직 동료들과 함께 10년 넘게 복직 요구를 하던 중이었다. 김 지부장이 통화 버튼을 누르자 “박원순 서울시장입니다”라는 인사말이 들려왔다.
 
김 지부장은 서울시장이 갑자기 자신에게 전화를 건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엔 누군가 장난으로 박 시장의 성대모사를 하는줄 알았다. 하지만 말을 주고 받다보니 박 시장이 맞다는 확신이 들었다. 박 시장은 김 지부장에게 “힘 내시고요.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 주세요”라고 말한 뒤 통화를 마쳤다.
 
김 지부장을 비롯한 KTX 해직자들은 그해 7월 서울역에서 열린 ‘KTX 해고승무원 문제 해결을 위한 토크콘서트’에 박 시장을 초청했다. ‘연락 달라’는 박 시장의 말을 기억하고서다.
 
박 시장은 흔쾌히 초청에 응했고, 이 자리에서 “승무원들과 함께 하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이었다”며 “KTX 해고 승무원은 지하철 스크린도어 노동자 김군과 같은 외주화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했다. 박 시장이 언급한 김군은 2016년 5월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사망한 스크린도어 보수업체 직원이다.
 
김군은 당시 외주 업체 소속으로 스크린도어 보수작업을 하던 중 역에 진입하는 열차를 피하지 못해 목숨을 잃었다. 자회사로 이적을 거부하다 정리해고 당한 KTX 승무원들과 김군을 모두 같은 ‘외주화 피해자’로 본 것이다. 박 시장은 당시 사고 직후 “이 사건은 무조건 제 불찰, 제 책임”이라고 했었다.
 
결국 21일 코레일과 철도노조의 합의로 KTX 해고승무원의 투쟁은 12년만에 끝이났다. 이들 중 일부는 소정의 채용 시험 절차가 남아있지만, 승무원들은 박 시장에게 “시장님 저희 복직 합의했습니다” “정말 너무너무 감사드려요. 꼭 찾아뵙고 인사드릴게요”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박 시장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메시지 중 일부를 공개하며 “13년 만의 복직! 바로 KTX 여승무원의 기쁜 소식이다”라고 적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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