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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불임의 원인 찾았다...정자의 머리와 꼬리 잇는 단백질 'SPATC1L'

중앙일보 2018.07.22 12:00

이 연구는 일종의 조각 모음과 같다. 생식세포의 구성요소를 하나하나 찾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그 생성원리의 근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을 비롯한 포유류의 정자 형성에 기여하는 핵심원리가 발견됐다. 광주과학기술원 생명과학부 조정희 교수 연구팀에 의해서다. 19일 한국연구재단은 정자의 머리와 꼬리를 있는 ‘SPATC1L’ 단백질이 최초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남성불임의 원인 진단 및 남성 피임약 개발ㆍ나아가 정자 생성원리의 근원 규명에 국내 연구진이 또 한 발자국 다가서게 됐다.
정자 형성에 기여하는 특이 단백질 SPATC1L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SPATC1L은 정자의 목 부분에서 머리와 꼬리를 이어주며 연결부위의 골격구조를 안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중앙포토]

정자 형성에 기여하는 특이 단백질 SPATC1L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SPATC1L은 정자의 목 부분에서 머리와 꼬리를 이어주며 연결부위의 골격구조를 안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중앙포토]

 
정자의 목 ‘SPATC1L’...유전자 가위로 없앴더니 수정 능력 상실
 
이번 발견된 SPATC1L은 정자의 머리와 꼬리를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한 마디로 정자의 '목' 기능을 하는 것.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SPATC1L이 생쥐 정자의 머리와 꼬리를 잇는 연결 부위에 존재하며, 다른 단백질을 조절해 연결 부위의 골격구조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규명했다.
 
또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해 SPATC1L이 발현되지 않는 생쥐모델을 제작하기도 했다. 유전자가위란 동식물세포의 유전자를 교정하는 데 사용하는 기술로 특정 DNA 부위를 잘라내는 데 사용되는 인공효소. 이를 통해 생쥐에게 SPATC1L이 발현되지 않도록 했더니 예외없이 모든 정자에서 머리와 꼬리가 분리 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다른 신체적 이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실험용 생쥐에서 SPATC1L을 제거했더니 예외없이 정자의 머리와 꼬리가 분리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 실험에는 유전자 가위(CRISPER/Cas9)기술이 사용됐다. [중앙포토]

실험용 생쥐에서 SPATC1L을 제거했더니 예외없이 정자의 머리와 꼬리가 분리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 실험에는 유전자 가위(CRISPER/Cas9)기술이 사용됐다. [중앙포토]

연구를 진행한 조정희 교수는 “정자에서만 발현되는 유전자는 300개 가까이 된다”며 “10년 넘게 이들을 하나 하나 실험하다가 이번 발견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SPATC1L에 대한 항체를 제조, 여기에 관찰이 쉽도록 형광 물질을 달았다”며 “오로지 정자의 목 부위에서만 반짝 거리는 특이 단백질을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고 발견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불임의 원인 진단ㆍ남성용 피임약 개발 등 파급효과 기대
 
연구팀은 SPATC1L 발견이 남성 불임의 원인 진단과 남성용 피임약 개발에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남성 불임의 원인으로 하나의 가능성이 추가됨으로써 진단이 보다 용이해진 것. 연구팀은 또 SPATC1L의 정체를 밝힌 만큼 이 기능을 억제하는 저분자화합물, 즉 남성용 피임약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SPATC1L 발견은 불임의 원인을 진단하고 남성용 피임약 개발 등 생식학과 임상분야에서 파급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이번 SPATC1L 발견은 불임의 원인을 진단하고 남성용 피임약 개발 등 생식학과 임상분야에서 파급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아직 정자 특이 단백질에 관한 연구는 미흡한 실정이다. 그러나 조 교수는 “이번 실험은 조각 모음과 같다”며 “정자의 특이 단백질에 대해 하나 하나 정체를 규명해 가다 보면 언젠가는 정자의 생성원리와 그 프로그램 전체를 이해할 수 있는 날도 올 것”이라고 밝혔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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