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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맛 우유 인기는 독특한 용기 덕분?

중앙일보 2018.07.22 11:00
[더,오래] 김현호의 특허로 은퇴 준비(10)
어려서부터 우유를 많이 먹으라는 말을 자주 들었지만, 흰 우유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대신 바나나맛 우유를 자주 먹었다. 바나나맛 우유가 흰 우유만큼 몸에 좋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아직도 가장 좋아하는 우유라는 것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하고 같이 간 목욕탕에서 목욕을 마친 후 아버지가 사주신 바나나맛 우유의 달콤하면서도 시원한 맛은 아직도 선명하다. 지금은 여러 브랜드의 바나나맛 우유가 나와 있지만 내가 즐겨 마시는 건 여전히 그 키 작고 뚱뚱한 용기에 담겨있는 바나나맛 우유다.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사진 김현호]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사진 김현호]

 
빙그레가 1974년도에 출시한 이 제품은 지금까지도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데, 그 인기에는 독특한 형상의 용기가 분명 한몫을 했다고 생각된다. 실제로도 구글에서 ‘바나나맛 우유’로 이미지 검색을 하면 대부분 빙그레의 제품 이미지가 검색되고 있다. 바나나맛 우유의 대표 이미지인 셈이다.
 
상표와 같은 기능 수행하는 ‘트레이드 드레스’ 
이처럼 상표(Trade mark)와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제품의 포장, 용기를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라고 한다. 유사 제품으로부터 소비자가 식별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상표뿐만 아니라 제품의 포장, 용기를 활용할 수 있다.
 
이 제품이 출시된 1974년은 트레이드 드레스라는 개념이 나오기 전임을 고려하면 당시 빙그레의 제품 패키징 전략이 탁월했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만약 빙그레가 바나나맛 우유를 그러한 개성 있는 용기에 담지 않고 일반 우유팩에 담아서 팔았다면 그 제품이 그렇게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를 한번 찬찬히 생각해보자. 작고 뚱뚱한 단지 형태의 투명 용기는 왠지 모르게 귀엽고 친숙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이 용기 내부에 담긴 우유의 노란색은 용기의 형상을 통해 소비자에게 볼륨감 있게 전달된다. 바나나라는 과일의 느낌을 친숙하면서도 먹음직스럽게 전달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음료 용기의 디자인도 디자인보호법을 통해 독점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실제로도 빙그레는 자사의 다양한 제품의 용기과 포장 등에 대해 디자인 등록 출원을 해둔 것으로 확인된다.
 
다만 디자인권의 존속기간이 출원일로부터 20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974년 출시된 바나나맛 우유 용기는 당시에 디자인 등록을 받아두었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이미 소멸한 상태일 것이다.
 
용기 디자인 등록 존속기간 이미 소멸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보통의 음료 용기는 한손으로 잡기 편한 크기로 만들기 마련인데, 바나나맛 우유는 한손으로 잡다가 자칫 놓칠 수도 있는 정도의 부피감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자칫 아이들은 놓칠 수도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이 용기의 측면에는 쉽게 미끄러지지 않도록 작은 돌기가 측면 둘레를 따라 두줄로 형성되어 있다.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는 손에서 미끄러지지 않게 용기 측면에 작은 돌기를 두줄로 만들어 놓았다. [사진 김현호]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는 손에서 미끄러지지 않게 용기 측면에 작은 돌기를 두줄로 만들어 놓았다. [사진 김현호]

 
디자인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기술적 요소가 적용되어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제품의 중앙 둘레에는 사용자의 손가락에 걸릴 수 있는 돌출턱이 링 모양으로 형성돼 있다. 사용자는 이와 같은 돌출턱을 통해 용기를 보다 안정적으로 움켜쥘 수 있다.
 
그런데 이 용기를 좀 더 관찰해보면 숨어있는 기술적 요소들이 계속 나온다. 우유를 마시기 위해 용기 상단의 호일 덮개를 벗겨내면 용기의 입구(주둥이)가 좀 독특한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용기 입구의 테두리가 수평 방평으로 일정한 폭을 형성하며 안쪽으로 돌출되어 있다. [사진 김현호]

용기 입구의 테두리가 수평 방평으로 일정한 폭을 형성하며 안쪽으로 돌출되어 있다. [사진 김현호]

 
용기의 입구의 테두리가 수평 방향으로 일정한 폭을 형성하며 안쪽으로 돌출되어 있는데, 이러한 판형 테두리는 다음과 같은 기술적 효과를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 입을 대고 우유를 마시다 멈추는 경우에 용기의 측면으로 우유가 흘러내리는 것을 막아준다. 둘째, 용기가 좌우로 흔들려도 판형 테두리가 일정 정도까지는 우유가 외부로 쏟아지는 것을 막아준다. 이와 같이 제품의 용기에 적용된 기술적 요소들은 물론 특허로서 보호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위의 바나나맛 우유 용기에 적용된 기술은 특허로서의 보호를 기대하기 어렵다. 빙그레의 바나나맛 우유의 용기에 대한 특허출원 정보가 확인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제품 출시 당시에 특허등록을 했더라도 수십 년이 지난 지금은 특허권이 소멸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술적 요소와 미적 요소가 모두 적용된 창작물을 ‘기능적 디자인’이라고 부른다. 주변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는 예로서, 자동차 타이어의 표면에 형성되어 있는 홈의 패턴 구조도 기능적 디자인에 속한다.
 
실제로 자동차 타이어의 패턴 개발 과정에는 공학 기술자와 디자이너가 함께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동차 타이어의 패턴은 제동력 향상과 관련된 기술적 요소를 갖추어야 함과 동시에 시각적으로도 어느 정도 멋진 형상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기능적 디자인은 디자인 보호법을 통해 디자인권으로 보호받음과 동시에 특허법 상 특허권으로도 보호받을 수 있다. 이른바 독점의 장벽을 이중으로 설치할 수 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바나나맛 우유 용기는 디자인적 요소와 기술적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표의 기능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빙그레의 바나나맛 우유 용기의 입체적 형상만을 보고도 이를 다른 제품과 구별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빙그레는 비교적 최근이지만 바나나맛 우유 용기의 형상에 대해 상표 출원을 한 것으로 다음과 같이 확인되고 있다.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상표견본. [사진 상표출원공고]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상표견본. [사진 상표출원공고]

 
하지만 위의 상표 이미지에는 사람의 얼굴을 도형화한 이미지가 삽입돼 있다. 짐작건대, 빙그레는 자사 제품 용기가 갖고 있는 상표로서의 식별력을 심사관이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한 듯하다. 그러나 등록된 상표권의 효력 범위가 부가된 이미지로 한정 해석될 수 있다.
 
디자인권·특허권·상표권 모두 허점 투성이 
지금이라도 사람의 얼굴을 도형화한 이미지를 제거한 상태로 다시 출원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처럼 살펴본 바에 의하면 빙그레는 자사 제품의 용기에 대해 디자인권, 특허권, 상표권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취득하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경쟁사는 동일한 용기에 바나나맛 우유 또는 유사 제품을 담아 판매해도 무방할까?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빙그레는 해당 용기를 오랜 기간 사용함으로써 용기의 형상에 대한 시장의 높은 인지도를 갖추게 됐다. 
 
그 결과 빙그레의 용기를 모방하는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제3자가 빙그레의 바나나맛 우유 용기와 유사한 형태의 용기에 바나나맛 젤리 음료를 담아 판매한 사례가 있었다.
 
빙그레, 용기 모방한 경쟁사에 승소
빙그레는 바나나맛 우유 용기의 디자인을 적용한 바나나맛 젤리 제품을 만든 업체를 상대로 부정경쟁행위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했다. [사진 빙그레 제공]

빙그레는 바나나맛 우유 용기의 디자인을 적용한 바나나맛 젤리 제품을 만든 업체를 상대로 부정경쟁행위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했다. [사진 빙그레 제공]

 
이에 빙그레는 2017년 12월경 바나나맛 젤리 제품을 제조, 판매한 업체를 상대로 부정경쟁행위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였고 2018년 1월 승소한 바 있다.
 
재판부는 당시 결정문에서 “빙그레 바나나맛우유 용기는 외관 형태, 디자인 등이 독특하고 이를 1974년 출시 이래 일관되게 사용해 온 점, 지속적인 마케팅 활동을 통해 자사 제품 중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점 등을 비추어 볼 때 출처표시기능과 아울러 주지, 저명성을 획득하였음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또 “바나나맛젤리 제품의 용기, 디자인 등 외관 아니라 젤리 모양 자체도 전체적으로 상당한 유사성이 인정되므로 바나나맛우유 용기가 가지는 구매력, 신용 등을 감소시켜 상품표지로서의 출처표시기능을 손상하게 하는 행위로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빙그레로서는 분명 자부심을 가질만한 판결이다. 빙그레의 바나나맛 우유가 다른 경쟁사의 제품과 비교했을 때 맛이나 영양이 더 뛰어난지에 대해서는 필자로서는 솔직히 확신이 없다. 하지만 빙그레가 사용해 온 용기의 형상이 경쟁사를 압도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아이러니하지만, 때로는 본질보다도 포장이 중요할 때가 있는 것이다.
 
김현호 국제특허 맥 대표 변리사 itmsnm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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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호 김현호 국제특허 맥 대표 변리사 필진

[김현호의 특허로 은퇴준비] 15년간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지적재산권 창출, 보호, 활용을 도운 변리사. 변리사 연수원에서 변리사 대상 특허 실무를 지도했다. 지적재산은 특허로 내놓으면 평생 도움이 되는 소중한 노후자금이자, 내 가족을 위한 자산이 된다. 직장과 일상에서 떠올랐던 아이디어를 자신만의 특허로 내기 위한 방법을 안내한다. 특허를 내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도 알려준다. 아이디어 많으신 분들 특허부자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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