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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취미, 은퇴 후 우울한 삶 벗어날 최고의 포석

중앙일보 2018.07.22 09:00
[더,오래] 정수현의 세상사 바둑 한판(7)
은퇴 후 뭘 해야 할지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일선에서 물러나 여가를 즐기면서 여유롭게 지내고 싶지만, 이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직장에서의 은퇴는 제2의 인생의 출발점이다. 그래서 시니어는 인생의 장기전에 대비하는 전략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
 
오랫동안 일해 온 직장에서 물러날 때 제2의 인생이 시작된다. 그동안 일에 치여 살았으나, 이제부터는 자신이 하고 싶은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은퇴는 행복한 전환점이다. 실제로 은퇴한 후 더 활발하게 지내는 사람이 적지 않다. 바쁘게 사느라고 못다 한 일을 하고 친구들을 만나다 보니 스케줄이 빡빡하다. 이들은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다.


은퇴 1, 2년 뒤 허무함 못 이겨 세상 뜨기도
활발한 제2의 삶이 되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준비하지 않은 사람은 갑자기 변화된 환경에 당혹감을 느끼게 된다.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활발한 제2의 삶이 되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준비하지 않은 사람은 갑자기 변화된 환경에 당혹감을 느끼게 된다.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이처럼 활발한 제2의 삶이 되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준비하지 않은 사람은 갑자기 변화된 환경에 당혹감을 느끼게 된다. 은퇴하고 나서 1, 2년 내 세상을 뜨는 사람도 있다. 경제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갑자기 쓸모없는 존재가 된 듯한 허무함과 무력감이 엄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제2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돈일 것이다.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분주한 사회활동은 사치임이 분명하다. 노인복지가 늘어나고 있지만, 정부의 손에만 의존하기엔 역부족이다. 결국 뭔가 일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쉽지 않은 과제다. 자칫 청년층과 일자리를 나눠 갖는 구조가 되면 모양새가 좋지 않다. 또한 그런 일자리도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제2의 인생을 맞이한 시니어는 일자리와 관련해 어떤 전략을 펴야 할까? 전략적 경기인 바둑에서 아이디어를 찾아보자. 바둑에서 추천하는 가장 기본적인 전략은 자신의 강점을 살리라는 것이다. 무턱대고 뭔가를 하려고 하지 말고 자신이 남보다 잘하는 것이나 뛰어난 점을 활용하라는 것이다.
 
바둑 고수는 본능적으로 이 전략을 사용한다. 가령 대마 싸움에 능한 기사는 전투력을 발휘해 승리로 이끌려고 한다. 반면에 계산에 능한 기사는 집 차지로 대결하려고 한다. 전투력이 약한 사람이 싸움으로 대결하려고 하면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1956년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주최한 특별 3번기에서 우칭위안(왼쪽)이 하시모토 우타로 9단(오른쪽)과 대국하고 있다. 이날 자리는 하시모토의 왕좌전 2연패를 기념해 마련됐다. [사진제공=일본기원]

1956년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주최한 특별 3번기에서 우칭위안(왼쪽)이 하시모토 우타로 9단(오른쪽)과 대국하고 있다. 이날 자리는 하시모토의 왕좌전 2연패를 기념해 마련됐다. [사진제공=일본기원]

 
예전에 일본 바둑계를 평정한 불세출의 기성 우칭위안 9단은 전투의 달인인 가리가네 준이치 8단과 대결할 때 도저히 힘으로 맞서 싸울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자신의 돌 몇 점을 떼어주고 집으로 리드하는 전법을 썼다고 고백했다. 우 9단은 자신이 능한 포석 기술 등을 발휘해 호전적인 상대방을 제압한 것이다.
 
강점으로 대결하는 것은 바둑뿐만이 아니라 경쟁하는 모든 분야에서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전략이다. 마케팅에서도 자사의 핵심역량, 즉 강점을 살려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전략의 핵심이다. 축구에서도 수비력이 강한 팀은 수비를 단단히 해 놓고 역습 기회를 노린다.
 
은퇴 후 활동에서도 강점을 활용하는 전략이 중요함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이 전략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심지어는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도 잘 모른다.


은퇴 후 기타 치며 노래해 수입 올리는 샐러리맨
평소 기타 치며 노래하는 것을 좋아했던 A씨는 은퇴하자마자 기타를 메고 세상으로 나갔다. [사진 pixabay]

평소 기타 치며 노래하는 것을 좋아했던 A씨는 은퇴하자마자 기타를 메고 세상으로 나갔다. [사진 pixabay]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강점을 살려 성공적으로 사는 케이스가 있다.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던 A 씨는 평소 기타 치며 노래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은퇴하자마자 기타를 메고 세상으로 나아갔다. 동호인들과 만나고 음악으로 봉사활동도 한다. A 씨는 음악과 함께 하는 삶에 만족감을 느끼며 카페 등에서 짭짤한 수익도 올리고 있다.
 
또 하나의 사례로 공기업에 다녔던 B 씨도 있다. 그는 처음 보는 사람과도 구수한 대화를 나누는 장기가 있다. 직장에서 나온 후 지인이 하는 부동산 업소에 나가 상담해 주는 일을 한다. 고객의 말에 귀 기울여주고 세상 돌아가는 얘기도 하며 재테크 등에 관한 조언도 한다. 일종의 경청 서비스를 하면서 고객에게 도움을 주자 B 씨는 이 부동산 업소의 명물이 되었다.
 
은퇴 후 활동을 고려하는 사람은 먼저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 강점을 어떻게 발휘할까를 연구해 보면 행복한 제2의 인생이 절대 멀지 않을 것이다.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shjeong@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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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현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필진

[정수현의 세상사 바둑 한판] 바둑에 올바른 길이 있듯이 인생에도 길이 있다. 중년과 노년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정수가 아닌 꼼수와 속임수에 유혹을 느끼기 쉽다. 인생의 축소판으로 통하는 바둑에서 삶의 길을 물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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