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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본 남북 탁구 단일팀, "가능성은 확인, 하지만 더 강해지려면..."

중앙일보 2018.07.22 08:59
21일 열린 코리아오픈 탁구 혼합복식에서 정상에 오른 장우진(왼쪽)과 차효심이 우승을 확정짓고 기뻐하고 있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21일 열린 코리아오픈 탁구 혼합복식에서 정상에 오른 장우진(왼쪽)과 차효심이 우승을 확정짓고 기뻐하고 있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남북 스포츠 단일팀'의 원조, 탁구가 22일 폐막하는 2018 코리아오픈 국제대회에서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남녀 복식 각 1개 조, 혼합 복식 2개 조 등 총 4개 조가 구성된 남북 단일팀은 금메달 1개, 동메달 1개로 코리아오픈을 마쳤다. 혼합복식에서 장우진(남)-차효심(북) 조가 중국 조를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고, 남자복식에서 이상수(남)-박신혁(북) 조가 동메달을 땄다. 또 여자복식의 서효원(남)-김송이(북) 조는 16강에서 단식 세계 1,2위 조합으로 구성된 주율링-왕만유 조에 2-3으로 석패했지만 끈질기게 따라붙으면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당초 남북 단일팀에 이같은 결과를 기대하진 않았다. 남북은 지난 16일에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처음 호흡을 맞췄다. 함께 한 지 1~2일 만에 대회에 나선 선수들에게 성과를 기대하긴 쉽지 않았다. 그러나 남북은 대회를 거듭할수록 시너지를 냈다. 장우진-차효심은 홍콩, 대만, 중국 등 만만치 않은 강호들을 차례로 제압했다. 이상수-박신혁도 8강에서 중국의 랑지쿤-얀안 조를 3-2로 제압하면서 '만리장성' 벽을 넘었다.
 
2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18 코리아 오픈 국제탁구대회 남북단일팀 한국 이상수(오른쪽)와 북한 박신혁이 남자복식 4강전 홍콩과의 경기에서 0-3으로 완패, 결승행이 좌절됐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2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18 코리아 오픈 국제탁구대회 남북단일팀 한국 이상수(오른쪽)와 북한 박신혁이 남자복식 4강전 홍콩과의 경기에서 0-3으로 완패, 결승행이 좌절됐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5월 스웨덴 할름스타드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을 통해 가까워진 남북 선수들은 2개월여 만에 다시 만나 한층 더 가까워졌다. 적어도 서로 어색하거나 용어가 달라 말이 통하지 않는 건 사라졌다. 두 달 전, 단체전 세계선수권에 이어 코리아오픈에서 북한의 최일과 호흡을 맞춘 유은총(포스코에너지)은 "세계선수권 때 북측 여자 선수들과는 친해졌지만 남자 선수들은 반대로 잘 몰랐던 게 사실이다. 그래도 계속 훈련하고 마주치니까 금방 친해져서 재미있게 경기를 했다. 의지도 더 타오르고, 더 잘 하고 싶은 생각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상수는 "처음에 서로 사용하는 탁구 용어부터 먼저 정리했다. 그리고 서로 잘 하는 기술들을 얘기하면서, 어떤 게 편하고, 불편한 지 나누고 그것에 맞춰 작전을 짰다. 이어서 시합하고 호흡을 더 맞추면서 더 좋아졌다"면서 "서로 실수가 나오면, 너무 신경쓰지 말자고 서로 다독였고, 거리낌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다시 해볼 수 없는 경험이었다"고 설명했다.
 
1991년 이분희(왼쪽)와 함께 지바 세계탁구선수권에서 맹활약했던 현정화. [연합뉴스]

1991년 이분희(왼쪽)와 함께 지바 세계탁구선수권에서 맹활약했던 현정화. [연합뉴스]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 단체전 우승을 통해 남북 탁구 단일팀 효과를 이미 경험했던 현정화 한국마사회 감독은 "탁구에서 남북 단일팀이 잘 될 수 있는 건 서로의 시너지가 있다는 걸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 감독은 "91년 세계선수권의 성과가 없었다면 모르겠지만, 이미 그 성과를 낸 과거가 있기 때문에, 남북은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모두 단일팀의 필요성과 의미를 인정하는 것이다. 마음을 모으면 잘했단 걸 서로 매우 잘 알고, 그만큼 국제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탁구 남북 단일팀은 빛을 발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21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18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 혼합복식 정상에 오른 남북단일팀 장우진-차효심 조가 중국을 꺽고 27년만에 국제대회 정상에 우뚝섰다. 사진은 시상식 뒤 기념촬영하는 모습.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21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18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 혼합복식 정상에 오른 남북단일팀 장우진-차효심 조가 중국을 꺽고 27년만에 국제대회 정상에 우뚝섰다. 사진은 시상식 뒤 기념촬영하는 모습.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물론 이같은 남북 탁구 단일팀이 일회성이 아닌 꾸준한 교류를 통해 실질적인 기량 발전과 더 큰 성과로 이어지길 바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유은총은 "좀 더 시간을 여유롭게 두고 준비했다면 좋았겠다. 미리 알게 돼서 서로 어떤 게 잘 맞고 안 맞는지 장단점을 함께 파악하는 시간이 더 충분히 주어졌으면 좋았겠다"고 말했다. 또다른 91년 남북 단일팀 멤버였던 김택수 남자탁구대표팀 감독은 "단순하게 일회성으로만 끝날 게 아니라 우리가 북측에 가서 훈련을 하고, 북측도 우리 쪽으로 내려와서 연습하면서 대회가 아닌 평상시에도 함께 훈련하고 교류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전=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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