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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항로 이탈! 비상 걸린 국적항공사···아시아나항공 '밥 한끼'가 열어젖힌 판도라 상자

중앙일보 2018.07.22 00:02
전방위 수사 움직임 속 유동성 위기까지 불러…연말 만기 차입금만 1조9000억원, 경영권 ‘흔들’

[심층취재] '노밀(No meal)' 사태로 회사도 총수도 백척간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7월 4일 서울 금호아시아나 광화문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논란이 된 기내식 사태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7월 4일 서울 금호아시아나 광화문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논란이 된 기내식 사태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오늘은 밥 주시나요?” 발권 업무를 담당하는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A 직원은 “발권을 시작하면서부터 손님들에게 죄송하다고 100번 1000번 말한다”면서 “기내에서 서비스하는 승무원들은 손님들 불만과 항의에 응대하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라고 하소연한다.
 
일선 현장에서 고초를 겪은 직원들은 ‘기내식 사태’의 원인으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지목하며 그의 민낯을 하나둘씩 공개하고 나섰다. 하늘에서의 ‘한끼’에서 시작된 논란은 이제 아시아나항공을 넘어 오너 리스크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그간 아시아나항공 문제는 옆집(대한항공)의 잇따른 갑질 퍼레이드 속에 가려져 있던 측면이 있었다. 사실상 올해 상반기는 연이어 터져나온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갑질 논란이 뒤덮었다. 그러나 7월 1일, 하반기가 시작되자마자 그 바통을 박삼구 회장이 건네받은 격이 됐다. 사상 초유의 ‘노밀(No Meal)’ 사태가 발생하면서 비행기 출발이 지연됐고 기내식 공급업체 교체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에 기내식 협력업체 사장이 압박을 못 이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비난 여론이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결국 박삼구 회장이 서둘러 나서서 공식 사과했지만 박 회장의 직원들에 대한 갑질, 과잉의전 의혹 등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논란은 확산일로에 있다.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직원들은 집단행동에 나섰고, 검찰·공정위·관세청 등 정부 당국은 박 회장을 둘러싼 의혹을 파헤칠 태세다. 박 회장은 사면초가 신세다.
 
7월 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열린 ‘아시아나항공 노밀(No Meal)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문화제’에서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등 직원들이 박삼구 회장에게 책임을 물으며 경영진 교체를 촉구하고 있다.

7월 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열린 ‘아시아나항공 노밀(No Meal)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문화제’에서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등 직원들이 박삼구 회장에게 책임을 물으며 경영진 교체를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진짜 위기는 이제부터’라는 시각이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처한 유동성 위기가 올 연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채권단이 박 회장을 향해 칼을 빼 들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기내식 공급업체 교체 논란, 무엇이 문제였나
7월 4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을 기다리는 아시아나 항공기들. / 사진:연합뉴스

7월 4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을 기다리는 아시아나 항공기들. / 사진:연합뉴스

 
노밀 사태의 발단은 2003년부터 아시아나항공 기내식을 15년간 공급해 온 LSG스카이셰프코리아(이하 LSG)와의 재계약이 틀어지면서 시작됐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은 2016년 9월 중국 하이난항공그룹(HNA)과 합작으로 게이트고메코리아(이하 GGK)를 설립해 7월 1일부터 기내식을 공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 3월, 건설 중이던 GGK 영종도 공장에 화재 사고가 발생하면서 기내식 대란의 전조가 나타났다.
 
아시아나항공은 급한 대로 중소업체인 샤프도앤코와 3개월 단기 계약을 맺고 기내식 공급난을 막으려 했다. 기존 LSG 직원까지 동원해 하루 2만5000~3만 명 분의 기내식을 공급하려 했지만 사태를 수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공장 화재 이후 공급업체 변경 일정(7월 1일)에 맞춰 시뮬레이션을 매주 실시했고, 발견된 문제점에 대해 지속적인 수정 및 보완작업을 수행했다”면서 “공급업체 변경 후 기내식 생산은 목표대로 이뤄졌으나 운송·탑재하는 과정에서 지연돼 공급 중단사태가 발생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결과적으로 기내식 공급업체를 변경하지 않았다면 이번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왜 15년간 유지해 온 LSG와의 관계를 끊었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됐다. 이에 대해 박삼구 회장은 7월 4일 기자간담회에서 “LSG에 원가를 공개하도록 했었는데 공개하지 않아 수차례 요청했고, 합의하지 못해 다른 곳을 물색했다”며 “경영참여, 원가 공개, 기내식 질 등 면에서 아시아나에 유리하다고 판단해 게이트고메코리아(GGK)와 계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간중앙의 추가 질의에 아시아나항공 측은 “지난 4년간 LSG 측에 기내식 생산 과정에서 원재료비 공개를 끊임없이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협력 과정에서 상호 신뢰 관계가 무너진 것이 계약 연장 불발의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밝혔다.
 
박 회장과 아시아나항공 측의 설명에 LSG는 즉각 반발했다. 박 회장의 기자간담회 다음날인 5일 LSG는 “모든 부분에서 아시아나와 계약 조건을 준수해 왔다”며 “박삼구 회장의 전날(4일) 기자회견 답변에서 원가 미공개와 품질 우려에 대한 정직하지 못했던 주장에 대해 분명히 바로잡고자 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박 회장이 언급한 원가, 품질에 대해서 LSG는 “원가 가격에서 항상 계약에 명시된 사항을 적용해 왔다”며 “품질에 대해 제기된 부정적인 견해에 대해서도 당사와의 계약 기간 동안 아시아나항공은 뛰어난 기내식 서비스를 인정받아 여러 차례 스카이트랙스 어워드를 수상했음을 강조하고 싶다”고 반박했다.
 
아시아나항공과 LSG가 계약 연장 의사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두 회사는 2016년부터 재계약 협상에 나섰다. 협상 과정이 순조롭지 않았다는 증거는 결렬 이후 LSG가 아시아나항공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당시 LSG는 “계약 연장을 위해 아시아나항공 측에 최대한 좋은 조건의 제안을 수차례 전달했다”며 “하지만 아시아나는 계약 연장을 위한 공식 협상이나 공정한 입찰의 기회조차 제공하지 않았다”며 비판했다. 이어 LSG는 아시아나항공 측이 계약 연장 조건으로 금호홀딩스 신주인수권부사채(BW) 구매를 강요했다고 공정위에 신고했다. LSG 측은 공정위에 제출한 문건에서 “기내식 공급 계약 연장을 조건으로 아시아나 측이 1500억~2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요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논란의 ‘신주인수권부사채 1600억원’, 공은 공정위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7월 4일 서울 금호아시아나 광화문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기내식 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를 하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7월 4일 서울 금호아시아나 광화문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기내식 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를 하고 있다.

 
묘하게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16년 3월 중국 하이난항공 그룹으로부터 16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하이난항공그룹이 금호홀딩스로부터 16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매입하는 조건이었다. 금리 0%에 만기는 20년이었다. 아울러 아시아나항공은 하이난항공그룹 자회사 게이트고메스위스와 합작해 기내식 법인 게이트고메코리아(GGK)를 설립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이 회사 지분 40%도 확보했다.
 
일련의 흐름에 대해 LSG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사인 금호홀딩스가 중국 하이난항공그룹을 대상으로 20년 만기 중도상환 없는 무이자·무보증 조건의 신주인수권부사채 1600억원을 발행한 점 ▷LSG와 5년 단위로 재계약을 해온 반면 GGK와 30년 계약을 맺은 점 등을 들어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당시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하이난항공그룹과 BW 계약을 체결한 것은 그룹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사안으로 아시아 나항공과는 별개”라고 반박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기내식 사태가 터지자 논란의 1600억원을 놓고 의혹은 재점화됐다.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사업을 앞세워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한 자금을 끌어왔고, 결과적으로 박 회장의 사적 이익 추구가 기내식 사태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이에 대해 “신규 기내식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합리적인 경영 판단에 의한 결과”라며 “경영 참여 확대를 통한 투명성을 제고(지분 확대, 등기이사 증원)하고, 자본 확충(지분 40% 획득) 및 케이터링 서비스 품질향상(최신식 설비 신규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고 업체 변경 사유를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LSG와의 협상 과정에 대해서도 “LSG는 기내식 공급계약 연장 협상 과정에서 신뢰를 잃었으며, 공급업체 선정이 늦춰질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점을 활용해 명확한 계약조건을 제시하지 않고 시간을 지연시키기도 했다”며 책임을 LSG 측으로 돌렸다. 아시아나항공이 2016년 1월 GGK를 신규 기내식 공급 업체로 사실상 결정한 이후 계약이 임박한 9월에야 LSG 측이 뒤늦게 구체적인 투자금액을 알려왔으나 투자금액의 지급시기 및 방법 등도 불명확한 제안이라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두 회사 간의 계약은 끝났지만 공방은 현재진행형이다. LSG가 아시아나항공을 공정위에 제소한 사안이 결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LSG는 기내식 사업자 교체와 관련해 아시아나항공을 총 세 차례에 걸쳐 공정위에 제소했다. 앞선 두 차례의 제소는 기각됐고 지난해 접수된 세 번째 제소가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공정위 조사가 기내식 사태를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 스모킹건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알려진 것과는 달리 앞서 기각된 두 번의 제소 내용에 대해서도 공정위에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위에서 그간 LSG가 제소했던 ▷계열사 자금 지원을 빌미로 사업자를 교체한 것에 대한 불공정 계약 ▷아시아나항공의 거래상 지위 남용 ▷계열사 부당 지원 등의 사안을 폭넓게 열어 놓고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사는 기업집단국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집단국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9월 신설한 대기업 조사 전담 조직으로 김 위원장의 재벌 개혁 의지에 대한 상징으로 통한다. 앞서 공정위는 올 초 금호아시아나그룹 현장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해 신고가 들어왔다”며 “조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앞선 두 차례 기각과 다른 결론을 내린다면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공급업체 변경에 문제가 있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기내식 사태’발 파장이 커질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석연찮은 해명과 직원들의 잇따른 폭로가 이어지면서 박 회장은 여론의 십자포화 공세에 직면해 있다. 산 넘어 산이다. 이번 기내식 사태로 인해 박 회장은 수사를 받을 처지까지 몰렸다.
 
7월 9일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기내식 업체 LSG가 금호아시아나그룹과 협상하면서 경쟁사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했는데도 거부당했다”며 박삼구 회장과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대표를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서울남부지검은 이틀 뒤 11일 해당 사건을 형사6부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현재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조세포탈과 횡령, 배임 혐의를 다루고 있는 곳이다.
 
 
전방위적 수사 움직임 속 소송 앞둔 박삼구 회장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태가 발생한 지 닷새째인 7월 5일 서울 금호아시아나 광화문 사옥 로비. 이곳에 전시된 모형 항공기 앞으로 한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태가 발생한 지 닷새째인 7월 5일 서울 금호아시아나 광화문 사옥 로비. 이곳에 전시된 모형 항공기 앞으로 한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세관 당국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 회장 일가 역시 조양호 회장 일가와 마찬가지로 세관 심사를 받지 않고 직원들을 통해 짐을 들여왔다는, 일명 ‘프리패스’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SBS 보도에 따르면 박 회장 일가의 짐은 세관 검색을 받지 않고 세관 심사대 앞에서 기다리는 직원들에 의해 옮겨졌다고 전직 협력업체 직원들이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은 세관당국에 짐을 빨리 옮기기 위해 검사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으며, 검사를 받은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박 회장 일가 짐에 특별한 표시를 해 가장 먼저 꺼낼 수 있는 컨테이너에 별도로 싣기도 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은 “수행 직원이 짐이 실린 카트를 밀고 회장과 같이 세관을 지났으며 수하물만 따로 나가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수행 직원이 같이 짐을 밀고 나갔다면 회사 직원과 과거 세관 직원의 과잉 의전 수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른바 ‘세관프리패스’ 유형이 조양호 회장 일가 사례와 유사해 쉽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있다.
 
사안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7월 12일 한 승무원이 지상 근무자로부터 박 회장이 선물로 쓸 도자기라며 상자를 건네받아 미국 LA 현지 직원에게 전달했다는 MBC 보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세관 신고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밀수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 일가의 경우 다수의 탈세, 밀수 제보가 있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수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박 회장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제보나 혐의 관련 보도가 나온다면 수사로 전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우려를 나타낸다. 7월 9일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제8차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사태로 고객 불만이 높아지는 상황을 넘어 이제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오너 일가의 갑질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이번 아시아나 사태는 총수 일가가 기업을 사유물로 생각하고 아시아나항공을 활용해 총수를 위한 자금을 확보하려다 생긴 어처구니없는 사태”라며 “정부는 단순히 항공 관련 법령만으로 아시아나 사태를 볼 것이 아니라 기업 경영 전반에서 총수 일가의 불법 행위가 없었는지 면밀히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조양호 회장 일가를 겨냥해 진행된 전방위적인 수사가 재현될 여지가 있는 셈이다.
 
박 회장은 민사소송에도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주주들은 기내식 사태와 관련해 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준비 중이다. 주주대표소송은 소액주주가 회사에 손해를 끼친 임원을 상대로 회사를 대신해 제기하는 소송이다. 상장사 0.01%, 비상장사 1% 지분이 모일 경우 소송 제기가 가능하다.
 
소액주주를 대표해 소송을 준비 중인 법무법인 한누리는 “중국 하이난항공그룹이 금호홀딩스에서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 1600억원 어치를 무이자로 인수하도록 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사업권을 이용한 것은 업무상 배임이자 전형적인 회사사업기회유용에 해당한다. 대주주의 개인적 이익 추구로 인해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가치가 현저히 훼손됐다“면서 소송 이유를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의 발행 주식은 총 2억5523만5294주. 소 제기를 위해서는 6개월 이상 보유한 주주의 주식 2만524주가 필요하다. 한누리 측은 7월 13일 현재 9만 주에 가까운 주식을 위임받은 상태다. 한누리의 임진성 변호사는 “주주대표 소송을 진행하기 위한 최소 요건이 충족돼 곧 소 제기청구서를 발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이 해당 청구서를 접수하고 30일 이내에 경영진(박삼구 회장, 김수천 사장, 서재환 사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지 않을 경우 8월 중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겠다는 게 한누리 측 계획이다.
 
임 변호사는 “기내식 문제뿐 아니라 아시아나항공이 지분 100%를 보유했던 금호터미널을 2016년 헐값 매각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사안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2016년 아시아나항공은 시장가치 1조원에 달하던 금호터미널 지분 100%를 금호기업에 2700억원에 매각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진짜 위기는 지금부터… 연말 만기 차입금만 1조9000억원
올해 3월 일어난 GGK 영종도 공장 화재 현장. 이 사고는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태의 발단이 됐다. / 사진:연합뉴스

올해 3월 일어난 GGK 영종도 공장 화재 현장. 이 사고는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태의 발단이 됐다. / 사진: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과 박삼구 회장이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지만 기내식 사태는 표면적인 문제에 불과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 본질적인 위기라는 뜻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차입금 총액은 약 4조4000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올 연말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규모는 약 1조9000억원(ABS 6000억원, 은행권 채무 3000억원, 항공기 금융리스 3000억원 등)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차입금 상환을 위해 올 상반기 에어부산 지분과 인천 제2격납고 담보대출,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CJ대한통운 지분 매각,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 매각, 전환사채 발행 등을 통해 1조2000억원 정도를 조달했다. 하지만 갚아야 할 규모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남은 기간에 아시아나항공이 자금을 더 조달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미 지난 6월 초 3억 달러(약 3200억원) 규모 30년 만기 영구채 발행을 추진했으나 9.5%의 고금리에도 투자자가 모이지 않아 불발됐다.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자회사 아시아나IDT와 에어부산의 상황도 여의치 않다. 아시아나항공 100% 자회사 아시아나IDT는 지난해 상장을 추진했지만 금호타이어 매각 이슈로 성사되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이 46% 지분을 보유한 에어부산은 다른 주주들의 반대로 세 번이나 상장하는 데 실패했다. 앞서 지난 4월 아시아나항공은 KDB산업은행 등 채권은행단에 자발적 자구계획을 내고 이를 토대로 양해각서를 맺었다. 자발적 자구계획에서 비핵심자산을 매각하고 전환사채와 영구채 발행 등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자발적 자구계획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채권단의 지원을 받기 어려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영구채 발행, 자회사 상장 같은 자구계획 방안 중 몇 가지만 계획대로 실행되지 않으면 채권단으로서는 만기 연장 등 아시아나항공을 지원할 명분이 사라진다”며 “현재의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넘어선 자율 협약이나 워크아웃 형태의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항공사 특성상 해외 채권이나 비협약 채권이 많다”면서 “해외에서 먼저 회수할 움직임을 보인다면 주가나 신용도에서 큰 손실을 볼 것이다. 이 경우 먼저 손쓰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채권단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이번 기내식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아시아나항공이 하반기에 큰 위기가 올 것이다’라는 말은 시장에 파다했다”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채권단 주도의 매각설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재계 서열 20위권 내 복수의 기업이 아시아나항공을 통해 항공사업에 진출하려 한다는 얘기가 꾸준히 돌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독자생존이 가능한 기업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금줄 역할을 하면서 재무 상황이 악화된 것”이라며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기 전 채권단에서 매각을 검토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을 포기하는 대신 금호산업과 금호고속의 경영권을 보장하는 수준의 빅딜 시나리오다.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재인수가 무산되자 올해부터는 항공(아시아나항공)·건설(금호산업)·고속(금호고속)을 주축으로 그룹을 재건하기로 하고 내실을 쌓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진행될 경우 박 회장의 그룹 재건의 꿈은 사실상 물거품이 된다.
 
문제는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리스자산과 부채를 회계장부에 기재하는 새 리스회계기준(IFRS16)이 내년에 도입되면 지난해 말 기준 720% 수준이던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1000%에 육박하게 된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ABS(자산유동화증권) 발행 규모는 1조557억원으로, 부채 비율 상승에 따라 신용등급이 BBB-급 미만으로 하락 시 조기상환 요건에 들어간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측은 기내식 사태의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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