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너선 바딘 틴더 공동창업자, 엘리 시드먼 대표(CEO) 인터뷰

중앙일보 2018.07.22 00:02
이젠 스마트폰이 중매도 한다. ‘지인’ 찬스는 이제 ‘앱’이 맡았다. 해외에선 카카오톡을 쓰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아직 한국에선 생소하나 조만간 누굴 만나려면 데이팅 앱부터 열어야 할지 모른다. 세계 1위 데이팅 앱 틴더에는 벌써 5000만 명이나 등록돼 있다. 페이스북도 달려드는 데이팅 산업. 틴더 창업자와 대표 얘기를 직접 들어봤다.
 

한국 데이팅 앱의 미래

인터뷰에 나선 틴더 공동창업자 조너선 바딘(오른쪽)과 대표 엘리 시드먼(왼쪽)

인터뷰에 나선 틴더 공동창업자 조너선 바딘(오른쪽)과 대표 엘리 시드먼(왼쪽)

데이팅이 돈이 되는 세상이다. 올해 4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는 2018년 페이스북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페이스북이 가진 세계 최대의 소셜네트워크망을 통해 인연을 연결하는 데이팅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어쩌면 당연하다. 이미 전 세계 20억 명이 자신의 프로필과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려뒀다. 데이팅을 위한 프로필만 열면 서비스는 바로 시작할 수 있다. 저커버그 창업자는 “데이팅 서비스가 가벼운 만남(hook up)이 아니라 진정한 관계 구축(real long relationship)을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의도야 어찌 됐든 자선사업가가 아닌 거물급 소셜네트워크 기업이 중매를 자처하고 나선 건 일단 데이팅 시장이 ‘돈’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당장 글로벌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시장을 주름잡던 틴더에 비상이 걸렸다. 글로벌 시장 규모 6조원으로 추산되는 이 시장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번 데이팅 앱이 틴더였다. 앱 시장 분석 업체인 앱애니에 따르면 지난해 게임을 제외하고 사용자가 매월 가장 돈을 많이 쓰는 앱은 넷플릭스가 1위, 틴더가 그 뒤를 이었다. 틴더 가입자 중 월평균 10~20달러(1~2만원) 정도를 쓰는 이가 매월 300만 명에 달한다.
 
‘스와이프(화면을 살짝 밀어내는 동작)’. 틴더 이용법을 대표하는 단어다. 2012년 미국 LA에서 설립된 틴더는 상대방 프로필 사진과 간단한 소개를 보고 마음에 들면 오른쪽으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왼쪽으로 ‘스와이프’ 하면 된다. 오른쪽으로 ‘스와이프’ 한 사용자끼리 매칭(연결)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틴더는 매일 196개국에서 20억 회에 달하는 스와이프가 일어난다고 했다.
 
페이스북의 도전에 틴더는 비즈니스 네트워킹 서비스 강화도 노리고 있다. 이미 2015년에 미국 포브스와 제휴해 매년 선정하는 ‘30세 이하 영향력 있는 30인’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 네트워킹 서비스를 개발한 바 있다. 중매에서 비즈니스 네트워킹까지, 무엇이든 일단 만나야 성사되는 법이다.
 
반면 한국 시장은 답보 상태다. 우선 부정적인 인식이 크다. 성매매 등 범죄에 활용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18세 이상만 사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미성년자가 타인의 정보를 도용해 가입한 후 범죄에 노출되기도 했다. 한국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200여 개가 넘는 데이팅 앱 중 상당수가 수요를 유지하기 위한 중복 앱인 경우도 많다.
 
이 때문일까. 한국 시장 규모는 몇 년째 1000억원대에 머물러 있다. 2017년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한국 소비자 지출 합산 상위 10개 앱(게임 제외) 중 4개가 데이팅 앱이었지만, 실체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국내 1위 데이팅 앱인 ‘아만다(아무나 만나지 않는다)’의 지난해 매출은 66억원이었다. 한 해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한국 일반적인 게임 앱보다도 못하다.
 
한국 창업자 입장에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날이 성장하는 글로벌 데이팅 앱 기업에는 남다른 비결이 있는 걸까.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 응한 조너선 바딘 틴더 공동창업자, 엘리 시드먼 대표(CEO)에게 한국에서 수년간 데이팅 앱을 운영해온 송유창 큐티네트웍스 대표가 질문을 던졌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틴더 본사 내부

틴더 본사 내부

 
한국 데이팅 앱이 많지만 시장은 크지 않다.
조너선 바딘 틴더 공동창업자(이하 바딘): 한국에선 선입견과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한국 내 데이팅 앱 서비스 보급률은 미국·유럽보다 한참 낮다. 에어비앤비가 좋은 사례다. 자기 집에 낯선 이를 들이고 모르는 사람 집에서 잠을 잔다. ‘여행은 살아보는 것’이란 가치가 통한 셈이다. 자연스레 부정적인 인식이 변하기 시작했다. 틴더도 낯선 사람을 만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할 뿐이다.
 
지난 2월 한국 평창올림픽 때 틴더 트래픽이 1850%나 폭증했다.
엘리 시드먼 틴더 대표(CEO) (이하 시드먼): 올림픽 같은 세계적인 축제가 있으면 그럴 수 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전역에서 트래픽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킹스맨, 그레이 아나토미 등 영화나 TV 드라마에서 틴더 얘기가 자연스럽게 퍼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데이팅 앱에 편견이 강한 탓에 타 지역보다 서비스 보급률은 한참 낮은 수준이다. 반대로 성장 가능성이 그만큼 큰 시장이기도 하다.
 
한국 시장은 어떤 곳인가?
시드먼: 한국 시장은 그 자체로도 의미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진출하는 교두보로 보고 있다. 모바일 시장도 이미 탄탄한 데다 관련 IT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류 마케팅도 눈여겨보고 있다. 한국 데이팅 앱 업체와 파트너십을 체결할 생각도 있다. 한국 시장에서 데이팅 앱에 관한 편견을 같이 해소하며 성장해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기존 틴더 사용자에게 특별한 경험을 줄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언제라도 협력에 나서고자 한다.
 
틴더의 ‘스와이프’는 참신함과 편리함이 무기지만, 가볍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바딘: ‘성공적인’ 관계에 ‘만남’은 필수다. 꼭 그 과정이 복잡할 필요는 없다. 친구, 지인에게 부탁하고, 이렇게 마련된 자리에서 첫 만남을 갖는다. 첫 만남 이후 과정은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이해하려면 끊임없이 대화하고 여러 방면에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틴더는 첫발을 좀 더 쉽게 내딛게 할 뿐이다. 방법이 편하다고 만남 자체가 부정적일 수 없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와 한강에서 치맥을 즐기거나 핫플레이스로 뜬 카페에서 커피 한잔 정도 즐기는 설렘. 틴더는 그런 설렘을 공유하고 싶다. 이와 더불어 한국 사용자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틴더 ‘회사소개서’에 “사용자의 80%가 ‘의미 있는 관계’를 찾는다”고 돼 있다.
바딘: ‘의미 있다’는 말이 ‘진지하다’는 말이라고 규정할 수 없다. 물론 19세부터 31세까지 응답에 나선 사용자 중 80%가 “의미 있는 관계를 추구한다”고 밝힌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의미는 응답자마다 다르다고 본다. 다만 틴더는 “누군가의 삶에 가치를 부여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연결고리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틴더가 ‘성공적인’ 관계를 위해 모든 과정을 쉽게 해주는 건 아니지만, 누군가에겐 원대한 만남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
 
불량회원, 남녀성비 등은 어떻게 관리하나?
시드먼: 우선 사용자의 안전과 보안을 매우 중시한다. 사이버 폭력에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한다.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는 이가 있다면 곧바로 신고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신고 절차도 간단하다. 프로필 상단에 있는 점 3개를 클릭하고 ‘신고’를 선택하면 끝이다. 틴더 커뮤니티 전담 대응팀이 즉각 뛰어들어 실시간으로 사용자를 분석하고 대응 조치에 나선다. 남녀 성비의 경우 남성 비율이 조금 더 높지만, 남녀 비율은 대등한 수준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틴더의 탄생 배경이 궁금하다.
바딘: ‘틴더’는 불쏘시개를 뜻한다. 새 관계를 시작하는 두 사람 사이에 튈 스파크(불꽃)를 표현한 말이다.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잘 맞는다. 어느 날 한 친구가 데이트를 신청하려 했지만 두려움 때문에 주저했다. 결국 이들은 만나지 못했다. ‘거절당할 두려움’을 줄여주면 적어도 만나고 싶다는 말은 건넬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서비스 개발에 착수했다.

‘호불호’를 표시하는 ‘스와이프’ 기능은 그냥 순전히 서로에 대한 호감만 표시하는 기능이다. 어떤 정보도 설문도 없다. 서로가 서로에게 호불호를 던진다. 여타 서비스처럼 50개에 달하는 설문에 응해야 대화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틴더는 이런 방식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사람을 만나는 방식은 계속 변해왔으며, 틴더는 간편함과 재미로 만남이 가진 또 다른 재미를 알리는 데 노력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현재 세계 1위는 틴더다. 비결이 뭔가?
시드먼: 직관적인 스와이프 UI, 상호 동의 방식(Double Opt-in)이 세계 1위를 차지한 비결이다. 그만큼 이전의 복잡한 방식과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는 방증이다. 틴더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조금 변화시켰다. 수많은 데이팅 앱과 플랫폼에 영감을 줬으며, 온라인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을 일상사로 만들었다. 실제로 매일 2600만 건의 매칭이 이뤄지고, 누적 수치로는 200억 건을 돌파했다. 2014년만 해도 다들 틴더를 몰랐지만, 이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리는 앱 중 하나가 됐다.
 
힘든 점은 없었나?
바딘: 부정적인 선입견을 깨는 게 가장 힘들었다. 아시아권이 특히 그렇지만 출시 초기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틴더가 인간관계를 피상적으로 만들고, 이런 식으로 데이트에 나설 이는 한 명도 없을 것”이란 다소 원색적인 비난도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틴더가 새로운 사람에 다가가는 것 이상을 준다는 걸 깨닫게 된 것 같다.
 
비즈니스 영역을 점차 넓혀간다고 들었다.
시드먼: 맨시티, 코카콜라 등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데이팅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독특한 경험을 주고 싶어서다. 매칭 서비스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각종 이벤트와 프로모션 진행에 효과적이다. 맨시티 같은 스포츠 구단의 경우 팬들과 더 긴밀한 의사소통을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틴더에 이미 가입한 수백만 명이 브랜드 커뮤니티에 동참할 수 있는 고객이기도 하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바딘: 새로운 서비스 개발이 최우선이다. 틴더가 이 자리까지 올라선 것도 사용자의 생활방식을 바꾸는 데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 항상 또 다른 혁신적인 서비스가 없을까 고민하다. 더 나아가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도 적극적으로 매칭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에도 노력할 생각이다.
 
※ 송유창 대표는…카이스트 대학원 석사학위 과정 중 데이팅 앱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가 차린 큐티네트웍스는 2012년 국내 데이팅 앱 ‘크리스천데이트’를 출시했고, 현재까지 1000커플을 결혼에 골인시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엔 데이팅 앱 외에도 ‘로스쿨 스마트법전’을 출시하는 등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를 기획, 운영하고 있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도움 송유창 큐티네트웍스 대표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