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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에 다시 일터로 … KTX 해고 여승무원 180명 특채

중앙일보 2018.07.21 15:45 종합 16면 지면보기
오영식 코레일 사장(왼쪽)과 강철 전국철도노조 위원장. [사진 코레일]

오영식 코레일 사장(왼쪽)과 강철 전국철도노조 위원장. [사진 코레일]

 코레일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다 2006년 정리해고된 KTX 여승무원들이 코레일 정규직으로 채용될 길이 12년 만에 열리게 됐다. 하지만 채용 분야가 당초 요구했던 승무원 업무가 아닌 '역무직'인 데다 현재 자회사에서 근무하는 승무원들과의 형평성 문제 등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역무직 … “승무원 될 때까지 투쟁”
자회사 간 승무원과 형평성 논란

 
 21일 코레일과 전국철도노조가 공개한 '해고승무원 문제 해결을 위한 노사합의서'에 따르면 해고 여승무원 가운데 특별경력채용(6급 사무영업직) 대상은 ▶2006년 옛 한국철도유통에서 정리해고되고 ▶코레일 자회사에 취업한 경력이 없고 ▶1차(2008년), 2차(2009년), 3차(2011년), 4차(2011년)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에 참여한 사람들이다. 
 
 이 같은 조건을 적용하면 애초 정리해고된 280명 가운데 180명 정도가 채용 대상이다. 이들 중 입사를 원하는 해고 승무원은 2개월가량의 인턴 과정과 채용시험을 거쳐야 한다. 실제 채용은 내년 중에 이뤄질 예정이며 1차 33명, 2차 80명, 그리고 3차에 나머지 희망 인원을 뽑게 된다. 
 
KTX 해고승무원들 중 180명은 코레일 정규직 입사 길이 열리게 됐다. [연합뉴스]

KTX 해고승무원들 중 180명은 코레일 정규직 입사 길이 열리게 됐다. [연합뉴스]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지난 10여 년 동안 지속되어 온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당사자들의 고통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노사 합의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철도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역에서 교섭 보고대회를 갖고 두달여 진행해온 천막 농성 해단식을 가졌다. 
 
 정부는 일단 코레일 노사 간 합의를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황성규 국토교통부 철도국장은 "기본적으로 노사가 협의해서 풀어야 할 사항이었다. 노사가 여러 차례 논의를 통해 해결책에 합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KTX 해고 승무원들이 코레일 직접 고용을 요구한 가장 큰 명분이 '안전 담당 업무'였지만 이번에 합의한 분야는 상대적으로 연관성이 적은 역무직이라는 점이다. 애초 명분에서 후퇴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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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를 의식해서인지 철도노조는 이날  "이번 교섭을 통해 해고 승무원들의 코레일 정규직 복직은 성사되었으나, 13년간 꿈꾸던 KTX 열차승무원으로의 복직은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며 “해고 승무원들은 코레일이 KTX 승무업무를 직접고용 업무로 전환할 때까지 투쟁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역무직으로 입사하더라도 코레일이 KTX 승무업무를 직접 담당할 때까지 계속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코레일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승무업무를 자회사에서 본사로 가져올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향후 노사 갈등을 일으킬 쟁점이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또 2006년 당시 코레일의 제의를 수용해 자회사 정규직으로 옮겨간 여승무원들의 반발도 우려된다. 이들을 포함해 현재 코레일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의 여승무원은 500명가량 된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이번 합의로 당시 회사의 방침을 수용했던 여승무원들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모양새가 됐다"며 "이들 역시 본사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지 않겠느냐" 고 지적했다. 
 
 이철 전 코레일 사장도 "회사 방침에 따라 자회사로 옮겨간 여승무원들에 대한 대책이 빠진 합의안은 사태를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도화선이나 마찬가지"라며 "코레일 내 다른 자회사, 더 나아가서 다른 공기업에까지 유사한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특별채용 형식으로 코레일 정규직이 될 해고승무원을 바라보는 코레일 공채 직원들의 부정적인 여론도 경영진에는 부담이 될 전망이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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