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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만 1위 하란 법 있나"…정당한 마케팅 기준 질문 던져

중앙일보 2018.07.21 09:00
지난달 발표한 '웨이 백 홈'으로 음원차트 1위를 달리고 있는 숀. 2010년 데뷔한 밴드 칵스의 멤버로 DJ와 프로듀서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디씨톰엔터테인먼트]

지난달 발표한 '웨이 백 홈'으로 음원차트 1위를 달리고 있는 숀. 2010년 데뷔한 밴드 칵스의 멤버로 DJ와 프로듀서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디씨톰엔터테인먼트]

“숀(손)도 안대고 닐로(날로) 먹네.”
요즘 음악팬들이 자조적으로 내뱉는 말이다. 지난 4월 가수 닐로가 ‘지나오다’로 음원차트 1위에 오른 데 이어 17일 밴드 칵스 멤버 겸 DJ인 숀이 ‘웨이 백 홈(Way Back Home)’으로 1위에 오른 것을 비꼬는 말이다. 트와이스ㆍ블랙핑크ㆍ마마무 등 걸그룹이 총출동해 여름 대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인디신에서 주로 활동하던 가수들이 어떻게 1위로 올랐는지 모르겠다며 차트 조작 의혹을 받고 있다.

숀ㆍ닐로 등 잇단 인디가수 1위에
음원 사재기 및 차트 조작 논란 커져
차트 프리징 개선책에도 큰 변화 없어
"실시간 차트 폐지해야" 목소리 높아져

 
지난 1월 3인조 발라드 그룹 장덕철의 ‘그날처럼’이 1위에 올랐을 때까지만 해도 의혹의 시선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리메즈엔터테인먼트 소속인 장덕철과 닐로의 상승 추이가 기존 역주행과 다른 패턴을 보이고, 숀이 마케팅을 의뢰한 페이스북 페이지 ‘너만 들려주는 음악’ 역시 리메즈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문제가 커진 것이다.
 
가온차트 주간 순위 추이를 보면 장덕철은 100위권 진입 7주 만에 1위를 달성한 반면, 닐로는 4주로 줄어들었다. 숀은 지난달 27일 발표 이후 139위로 진입해 현재 16위로 2주 만에 1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가온차트의 김진우 수석연구위원은 “2018년 1, 2분기 음원 결산 1위가 모두 리메즈 소속”이라며 “EXID의 ‘위아래’나 윤종신의 ‘좋니’ 등 기존 역주행곡들은 세로라이브나 직캠 등을 계기로 바닥을 다지면서 순위가 상승했는데 별다른 이슈 없이 올라온 것에 대한 합리적 의구심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음원차트 1위로 올라선 닐로는 올 2분기 음원차트 1위를 차지했다. [사진 리메즈엔터테인먼트]

지난 4월 음원차트 1위로 올라선 닐로는 올 2분기 음원차트 1위를 차지했다. [사진 리메즈엔터테인먼트]

이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소셜 미디어 마케팅 회사로서 정당한 마케팅을 했을 뿐 불법적인 요소는 없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자신들도 피해자라며 문화체육관광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했다. JYP엔터테인먼트 박진영 대표가 18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업계의 여러 회사와 이 문제에 대해 논의를 통해 조사를 의뢰할 계획”이라 밝히며 문제를 공론화되자 숀의 소속사 디씨톰엔터테인먼트는 이튿날 직접 검찰에 수사까지 의뢰한 상태다.
 
문체부 대중문화산업과 관계자는 “한터차트를 통해 진정서가 접수된 모모랜드의 경우 실물 음반 판매 목록이 있어 사재기가 아님을 쉽게 밝혀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음원은 한 사람이 여러 ID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훨씬 더 복잡하다”며 “현재 접수된 3건과 관련해 데이터 분석 업체를 선정하고 6대 음원사이트(네이버뮤직, 벅스, 멜론, 소리바다, 엠넷닷컴, 지니)에 관련 자료를 요청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음원사이트에 접속하면 가장 먼저 등장하는 실시간 차트. 1~3위는 시간별 추이를 그래프로 제공한다. 20일 오후 7시 기준 24시간 동안 약 89만명이 숀의 '웨이 백 홈'을 이용했다. [멜론 차트 캡처]

음원사이트에 접속하면 가장 먼저 등장하는 실시간 차트. 1~3위는 시간별 추이를 그래프로 제공한다. 20일 오후 7시 기준 24시간 동안 약 89만명이 숀의 '웨이 백 홈'을 이용했다. [멜론 차트 캡처]

본지가 음악산업 관련 종사자 10명의 의견을 취합한 결과 이번 사태에 대한 의견은 모두 제각각이다. 한 대형 기획사 홍보 담당자는 “우리 오빠들 1등 만들려고 팬덤끼리 경쟁하며 밤새 스트리밍(실시간 재생)을 돌리는 상황에서 페이스북 구독자 같은 라이트 유저가 경쟁해서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만약 그렇게 1위가 만들어질 수 있다면 가요계의 혁명이다. 누가 그걸 이용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정당한 바이럴 마케팅의 일환이라는 시각도 있다. 중견 홍보대행사 대표는 “바이럴 마케팅을 안 하는 회사는 한 군데도 없다. TV나 라디오 광고가 정당한 마케팅 수단인 것처럼 SNS에서도 잘 만든 영상이 얼마든지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대형 기획사 출신의 아이돌 위주로 돌아가는 차트에 다양성을 불어넣는다는 측면에선 오히려 반길 일”이라며 “다만 관련 마케팅 비용이 계속 올라가면 자금력이 있는 회사만 버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인디레이블 대표는 “우리도 광고비를 최대 1000만원까지 집행해봤는데 그쪽은 규모가 다를 것”이라며 “만약 5000만원, 1억원을 들여 먹힌 것이라면 매스미디어에서 소셜미디어로 옮겨가는 매체 시장의 공백기를 잘 치고 들어간 것이지만 실제로 불법적 요소 없이 그것이 가능한지는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한국조지메이슨대 국제학부 이규탁 교수는 “문제의 핵심은 바이럴 마케팅이 아니라 가짜 계정 개설 및 스트리밍 횟수 조작 여부인데 마케팅 쪽으로 끌고 가는 게 문제”라며 “음악 시장이 세분화를 넘어 파편화되면서 소수에 의해 움직일 수 있는 시장이 돼버렸다”고 분석했다.
 
트와이스 음원총공팀은 5개 음원사이트에서 1위를 달리고 있으나 지니에서 2위를 기록하자 해당 사이트에서 음악 나누기를 진행했다. [사진 트와이스 음원총공팀 트위터]

트와이스 음원총공팀은 5개 음원사이트에서 1위를 달리고 있으나 지니에서 2위를 기록하자 해당 사이트에서 음악 나누기를 진행했다. [사진 트와이스 음원총공팀 트위터]

아이돌 팬덤과 바이럴 마케팅 모두 차트의 신뢰도를 떨어트리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주장도 있다. 아이돌 그룹 음원이 발표되면 음원총공(총공격)팀은 전투태세에 돌입한다. 트와이스 트위터 총공 계정을 통해 “22시 기준 현재 멜론 음원사이트 3위곡 추이가 무섭습니다. 스밍하시면서 댄나(댄스 더 나잇 어웨이) 다운 대기해주세요”라고 실시간으로 지령이 올라오면 이에 맞춰 행동을 개시하는 식이다. 방탄소년단 음원 최근 음원사이트 ID를 모집하고 운영하기 위해 음원 모금계좌를 개설하기도 했다.
 
이용자 수가 적은 새벽 시간대에 집중 공격이 이어지자 음원사이트들은 11일부터 오전 1시에서 7시까지 6시간 동안 시간별 차트를 발표하지 않는 ‘차트 프리징(freezing)’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해 2월 자정 음원 발매를 폐지한 데 이어 추가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시행 열흘이 지났지만 심야 시간 이용자가 2%가량 감소했을 정도로 효과는 미미한 상태다. 음악평론가 김작가는 “팬덤 입장에서는 오전 1시 차트가 아침까지 유지되니 오히려 총공을 하기에는 더 편해진 셈”이라며 “차트가 대중의 취향을 반영한 결과가 되어야 하는 데 목적이 되는 것은 이미 그 기능을 상실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차트 폐지론도 다시 불붙고 있다. 문용민 음악평론가는 “한번 차트에 오르고 나면 음원사이트 첫 페이지에 나오는 노래만 듣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며 “경쟁심을 자극하는 실시간 차트를 그대로 남겨두고 시간만 변경해서는 효과를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스틱엔터테인먼트의 수장 윤종신은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 차트와 ‘톱 100’ 전체재생은 확실히 문제”라며 많은 사람이 자신의 취향을 가질 수 있도록 ‘톱 100’ 전체재생 버튼을 없애고 첫 페이지는 개인별로 자동 큐레이션 될 것을 제안했다. 실시간 차트를 제공하지 않고 큐레이션 기반으로 운영되는 아이튠스나 스포티파이처럼 가야 한단 얘기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최광호 사무국장은 “더 많은 이용자를 유입하고자 하는 음원사이트의 사업적 목적도 있기 때문에 당장 실시간 차트를 없앨 수는 없다. 바로 폐지하기보다는 허들을 조금씩 높여가면서 문제점이나 개선점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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