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임신이 축복? 나에겐 지옥이었다”…프랑스 작가의 고백

중앙일보 2018.07.21 08:30
『임신! 간단한 일이 아니었군』(북레시피)의 컷

『임신! 간단한 일이 아니었군』(북레시피)의 컷

 
우리는 흔히 얘기한다. 임신은 축복이며, 기쁨의 연속이라고. 일견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를 오롯이 견뎌내야 하는 산모에겐 ‘고통의 시간’이기도 하다. 지난 7일 국내에 번역ㆍ출판된 프랑스의 그래픽노블 『임신! 간단한 일이 아니었군』의 작가 마드무아젤 카롤린은 임신을 일러 “내 인생이 송두리째 거덜 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임신은 당혹감으로 시작해 고통으로 이어지는 제약의 연속이라는 얘기다. 기존 책들과는 달리 『임신! 간단한 일이 아니었군』은 산모가 겪는 임신의 민낯을 그리고 있다. 임신을 알게 된 순간부터 산모가 겪게 되는 일상의 변화를 위트 있게 담았다. 지난 20일 작가 마드무아젤 카롤린을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작가 마드무아젤 카롤린. [사진 VOLLMER-LO]

작가 마드무아젤 카롤린. [사진 VOLLMER-LO]

 
카롤린은 “임신을 하면서 관련 책들을 사봤는데 하나같이 임신은 ‘마법의 순간’이며, 모두가 기뻐하는 일로 적고 있었다”며 “이걸 보고 임신한 게 달가워하지 않았던 스스로 죄책감까지 느꼈고, 몸은 몸대로 병든 닭처럼 아프고 감정 조절도 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한마디로 임신은 ‘지옥’이었는데 여태껏 봤던 임신 관련 책에는 이런 이야기가 하나도 없었다”며 “그저 새 생명을 잉태한 것을 행복해해야지 푸념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고 덧붙였다. 카롤린이 이를 그려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이 때문. 죄책감을 갖는 여성들에게 '그건 당연한 거다, 나도 그랬다'고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임신! 간단한 일이 아니었군』의 시작은 이렇다. 주인공이 소파에 앉아 기도하는 마음으로 임신테스트기를 들여다본다. 두줄이 나타나는 임신테스트기. 바닥에 드러누운 주인공은 말한다. ‘웬 날벼락...’ 심경은 시시때때로 변하고, 좋아하는 술은 물론 타르타르와 카르파초도 삼가야 한다. 헛구역질은 계속되고 요의는 또 어찌나 자주 화장실에 가게 하는지. 그런데 남편이라는 사람은 “정말 굉장하지 않아? 임신이 여자를 변화시킨다는 게”라며 한가한 소리나 해댄다.
 
『임신! 간단한 일이 아니었군』(북레시피)의 컷

『임신! 간단한 일이 아니었군』(북레시피)의 컷

 
카롤린은 “나는 임신 후 입덧과 피로감으로 침대에 못 박혀 지냈는데 아주 끔찍한 경험이었다”며 “임신은 삶에 있어서 정말 특별한 9개월로, 비할 데 없이 소중한 시기이지만 동시에 전적인 혼돈의 시기다. 그러한 경험은 기쁘게 받아들이라고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사실 그가 이 작품을 그린 건 2003년 첫 아이를 가지면서다. 당시 프랑스 출판사 대표들은 대부분 남성이었고 ‘임신’에 대해선 전혀 관심이 없었다. 결국 이 작품이 프랑스에 나온 건 2010년. 출판에 꼬박 7년이 걸렸다. 이후 꾸준히 인기를 끌며 2015년 개정판이 발간됐다. 당시 첫 아이는 16살이 됐다. 카롤린에게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프랑스 육아법’에 관해 묻자 “나는 한국의 육아가 프랑스보다 훨씬 더 엄격할 것이라고 추측했는데 이런 질문은 받으니 재밌다”며 “프랑스에선 부모들이 아이들을 얌전하게 하려고 너무 쉽게 아이패드나 스크린 앞에 붙어 있게 한다. 나는 그저 아이들이 종이책을 많이 읽고 편식하지 않으면서 집안일을 같이 하는 아이로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임신! 간단한 일이 아니었군』(북레시피)의 컷

『임신! 간단한 일이 아니었군』(북레시피)의 컷

 
프랑스 그래픽노블 작가인 카롤린은 자전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작품들을 그려오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 소개된 그래픽노블 『제가 좀 별나긴 합니다만』(쥘리 다셰)의 일러스트를 맡기도 했다.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주인공이 자신이 ‘아스퍼거 증후군’임을 알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자전적 내용을 담았다.
 
카롤린은 “후속 작품으로는 아이와 함께 성장해가는 엄마의 복합적인 감정을 담을 예정”이라며 “아이를 무척 사랑하지만 친정엄마에게 아이를 맡겨서 숨통 좀 트이게 하고 싶다는 생각만 하는 엄마, 그러면서도 또 아이가 없으면 금세 보고 싶어지는 이런 ‘징글징글’한 관계에 대해 그리려 한다“고 말했다.
 
카를린은 “그저 남들이 다 하니까, 혹은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니까 하는 생각으로 임신해선 안 된다. 경이로운 만큼 혼란스럽고, 그런 만큼 또 준비가 필요한 게 임신”이라며 “임신으로 힘든 독자들이 그저 이 책을 읽고 ‘어머,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이 프랑스 여자도 나와 똑같은 감정을 느끼고 혼란스러워했구나!’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