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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퍼 끌고 가서 맛보는 최고의 샌드위치

중앙선데이 2018.07.21 02:00 593호 28면 지면보기
빵요정 김혜준의 빵투어: 서울 자양동 ‘브레드팩토리 빵야’ 
 어느 날 아침이었다. 문득 흰 우유 한 잔과 진한 향의 마늘 바게트가 먹고 싶어졌다. ‘어느 빵집을 가야 하지?’ 머릿속에서 데이터가 슬라이드 넘어가듯 차례대로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 어떤 선택을 한들, 집에서 차를 타고 30분 정도는 달려야 한다는 점에 바로 포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유명하다는 빵집들은 늘어가고 빵투어는 유행처럼 번지는데, 나는 왜 민낯의 얼굴에 슬리퍼를 끌고 갈 수 있는 동네 빵집을 찾기가 힘든 걸까. 결국은 종이 봉투에 한 번, 도톰한 비닐 봉투에 또 한 번 잘 싸놓았던 냉동실 속 빵 한 덩어리를 꺼내 토스터에 데우고, 다진 마늘과 연유로 만든 소스 대신 냉장고의 버터를 덜어내 한 끼를 대신했다.  
 
최근 한 제과 잡지의 편집장과 이야기를 하다 빵집 한 곳을 소개받았다. 취재를 다녀왔는데 무심코 집어 든 빵 한 조각이 너무나 맛있어서 놀랐던 곳이라며 그곳의 주소와 제빵사의 이름을 알려줬다. 요즘 유행하는 작고 아기자기한 그런 곳이 아니라 정말 집 앞에 있어 매일매일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 수 있는 그런 ‘우리 동네 빵집’이라는 표현과 함께.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한걸음에 달려간 그곳은 서울 자양동 ‘브레드팩토리 빵야’였다. 아직 서른 중반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제빵사가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내일모레 마흔을 앞둔 유병용 셰프였다. 시원한 아이스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빵은 언제부터 시작했냐는 질문에 그는 말문을 열었다.  
 
“얼마 안 되었어요, 17년 정도?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그 이상 꾸준히 해오고 있는 빵집들과 제빵사분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1999년 처음 ‘김상엽 제빵학원’을 선택하면서 지금까지 쉼 없이 빵을 만들어 온 것 같아요. 그러다 지난해 9월 이곳에 문을 열었죠.” 실제로 그는 열 아홉살부터 마흔을 얼마 앞두지 않은 지금까지 매일 제빵사로서의 직업을 가지고 일상을 꾸려나가고 있는 기술인이었다.  
 
“매출이나 성공의 기준으로 본다면 쉽지 않은 상권이에요. 버스에서 내려서도 초등학교를 따라 들어와야 하니까요. 그런데 제가 이곳으로 빵집을 정한 이유가 있어요. 사는 집과 제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가 앞에 있고, 키친에는 2~3명만 있으면 충분한 규모의 가게를 원했기 때문이에요. 지금까지 일이 우선시 되던 습관을 버렸죠. 가족과의 단란한 시간이나 건강을 잃고 얻는 성공보다 일상의 질이 높아지면 직업인으로서의 성취감도 자연스레 올라갈 거라고 생각해요.”  
 
제과제빵 산업에서 손꼽히는 행사인 2017 서울국제빵과자페스티벌(SIBA)의 기술지도위원으로 활동할 정도로 실력을 갖춘 그이지만 품목이나 분위기 역시 ‘동네 빵집’에 맞춘다. 샌드위치부터 케이크까지, 전형적인 ‘복합형 베이커리’로 서민적인 입맛의 제품들을 내놓는다. 가격 역시 ‘동네’의 부담 없는 수준에서 접근하려고 한다.  
 
반면 재료만큼은 눈을 높였다. 유 셰프 스스로 10여 년 전부터 밀가루로 만든 빵을 먹을 때 생목이 올라올 정도로 소화가 잘 안 됐단다. 그래서 100% 유기농 밀가루와 호밀 사우어 발효종으로 모든 메뉴의 베이스를 바꾸게 되었다. 그 후로는 본인도 밀가루에 대한 반응이 ‘안 그러거나 혹은 덜하거나’로 바뀌었다고 한다.  
 
발효종을 키워 제품을 만들다 보니 정해진 작업 시간에 비해 작업속도가 빨라질 수 없다는 것이 최대 단점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속 가능한 일. 꾸준히 반복하여 이뤄내는 일, 일상과 같은 일이 직업 아니겠느냐”며 미소 지었다. “그렇게 만든 빵을 손님들도 매일 들러 사 가면 더 바랄 게 없죠.”  
 
초콜릿 브리오슈

초콜릿 브리오슈

‘브레드팩토리 빵야’의 추천 메뉴는 생크림을 바른 초콜릿 브리오슈. 브리오슈 반죽에 오렌지 필을 넣고 구워낸 후 4단으로 시트를 나눠 자연스러운 단맛을 내기 위한 포도당을 살짝 가미한 빵이다.  
 
샌드위치 역시 유 셰프의 꼼꼼함을 그대로 담고 있다. 클럽· 프레시· 에그 파인애플 샌드위치도 맛나지만, 크루아상 샌드위치는 지금까지 맛본 샌드위치 중 가장 알찬 구성임을 자신한다.  
 
크루아상 샌드위치

크루아상 샌드위치

그리고 지금까지도 머릿속에 계속 떠오르는 진하고 달콤한 마늘 바게트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강추 아이템이다. 오전 8시에 문 열어 오후 11시까지 불이 켜지는 이 작은 빵집에서 어마어마한 만족감을 꼭 한 번 느껴보길. ●
 
▶브레드팩토리 빵야
서울시 광진구 뚝섬로 56길 38-1
02-444-3676
오전 8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일요일 휴무
 
작은 빵집이 맛있다』 저자. ‘김혜준컴퍼니’대표로 음식 관련 기획·이벤트·브랜딩 작업을 하고 있다. 르 꼬르동 블루 숙명에서 프랑스 제과를 전공했다. ‘빵요정’은 그의 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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