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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사랑의 시대

중앙선데이 2018.07.21 02:00 593호 4면 지면보기
이미지의 시대입니다. 한 장의 사진이 때로 더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동강국제사진제가 열리고 있는 전시장은 할 말 많은 사진들의 재잘거림으로 가득했습니다.  

 
올해 국제 주제전의 테마는 ‘사랑의 시대’입니다. “사랑이 위태로운 시대, 사랑에서 힘을 찾자”는게 전시를 기획한 신수진 예술감독의 메시지였죠.  
 
영국의 로티 데이비스는 운명 같은 첫사랑을 연출합니다. 기차역 계단에서 무거운 짐을 사이에 두고 눈이 맞거나(‘워털루 스테이션’),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불현듯 전기가 오르기도 하죠(‘도서관’). 미국의 존 나이만은 농장에서 키우는 가축들을 집주인들의 거실로 초대합니다(‘친숙한 영토’). 그야말로 ‘식구’요 ‘반려자’로서 입니다. 
 
미국 작가 그레그 시걸의 ‘기억되는’ 연작은 뭉클했습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을 찍는 작가는 그들의 ‘리즈 시절’ 사진 하나를 골라 프로젝터로 투사해 현재의 풍경으로 활용하죠. 연애 시절 사진을 차마 보지 못하고 할아버지의 등 뒤로 숨어버리는 캐롤 베이츠 할머니의 얼굴에는 만감이 교차합니다.  
 
우리는 태어나서 사랑을 하고 죽습니다. 삶이 아무리 힘들어도, 사랑의 힘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극복할 수 있다고, 사진들은 말합니다. 전시장 바람벽에 적힌 글도 그랬습니다. “우리의 철학이 기술을 따라잡을 수 있게 하시고, 우리의 연민이 힘을 따라잡을 수 있게 하시며, 두려움이 아니라 사랑이 변화의 동력이 되게 하소서”(댄 브라운의 『오리진』중)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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