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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평양 간 조명균에 “한·미 훈련 중단 남측 덕 아니다”

중앙선데이 2018.07.21 01:00 593호 7면 지면보기
뉴스분석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오른쪽)이 5일 남북통일농구대회 참석 차 평양을 방문한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오른쪽)이 5일 남북통일농구대회 참석 차 평양을 방문한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4·27 남북 정상회담과 6·12 북·미 정상회담으로 조성된 비핵화 협상 국면에 경고등이 켜졌다. 샅바싸움 수준을 넘어선 불협화음이 잇따라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 6~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3차 방북 이후 북·미는 선(先) 비핵화 조치와 선(先) 종전 선언으로 대치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미 국무부는 대북제재의 고삐를 죄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고, 북한은 4·27 정상회담 이후 처음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비난하며 한국 압박에 나섰다.
 

비핵화 협상, 북·미 입장 차 뚜렷
핵시설 신고 등 미국 3대 요구에
종전 선언 먼저 응하라는 북한
문 대통령에게는 “훈시질 해댄다”

청와대, 정의용 실장 미국 급파
남북 정상회담 9월 이전 개최 검토

◆미 “북한 지원하면 독자행동 하겠다”=미국 국무부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유엔 제재를 위반해 북한 정권을 계속 지원하는 주체(entities)에 대해 독자적인 행동을 취하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20일 보도했다. 지난해 유엔 대북제재 결의에 따른 금수 품목인 북한산 석탄이 러시아에서 환적된 후 한국에 반입됐다는 유엔 안보리 전문가 패널 보고서 관련 VOA의 논평 요청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도 2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15개 이사국 대표들과 만나 최근 대북제재 완화 움직임에 대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낼 예정이다.
 
이뿐이 아니다. 비핵화-체제 안전보장을 둘러싼 북·미 간의 입장 차도 뚜렷해졌다. 방미 중인 한국의 여야 5당 원내대표단과의 만남에서 스티븐 멀 미 국무부 정무차관보 대행은 지난 19일(현지시간) “폼페이오 장관은 방북 당시 북한에 ▶핵·미사일 소재지를 포함한 북한 핵 프로그램 전체 리스트 신고 ▶비핵화 시간표(time table) 작성 ▶싱가포르 공동성명 이행 등 세 가지를 요구했다”고 소개했다. 멀 대행은 “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은 ‘체제 보장에 대한 신뢰할 만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선행돼야만 (세 가지 요구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 방북 직후인 지난 7일 외무성 담화를 통해 “종전 선언을 하루빨리 발표하는 것이 조·미 사이의 신뢰 조성을 위한 선차적 요소”라고 주장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나 “미 정부는 미·북 사이에 큰 차이가 있고 앞으로 복잡한 협상이 예상되지만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북·미 협상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이날 중앙SUNDAY에 “폼페이오 장관 방북 당시 북·미 간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았고, 판을 깨지 않기 위해 후속 협상을 위한 워킹그룹 구성에만 합의했다”며 “이런 이유로 워킹그룹은 앞으로 워킹(작동)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8월 초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이용호 외무상이 만날 순 있지만 공식 협상 채널(폼페이오, 김영철)이 아닌 데다 북·미 간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北, 4·27 회담 후 첫 문 대통령 직접 비난=북한 노동신문은 20일자에서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을 반박하면서 4·27 정상회담 이후 처음으로 문 대통령을 비난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개인 필명의 논평에서 “더욱 경악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갑자기 재판관이라도 된 듯이 조·미(북·미) 공동성명의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그 누구가 ‘국제사회로부터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감히 입을 놀려댄 것”이라고 밝혔다. ‘그 누구’라는 표현을 써 실명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문 대통령의 싱가포르 렉처 발언을 직접 겨냥한 것이다. 신문은 이어 “허황된 ‘운전자론’에 몰입돼 쓸데없는 ‘훈시질’을 해대는 것은 조선반도의 평화 과정에 풍파만 일으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폼페이오 방북 직전에도 한국 정부에 불만을 표출했다. 한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김영철 부위원장은 지난 5일 남북통일농구 대표단(단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미국의 한·미 연합훈련 중단 결정은 남측 때문이 아니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조치를 결단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극히 가역적 조치’라고 폄하하면서 종전 선언 채택을 주장한 7일 외무성 담화의 연장선에 있는 발언이다.
 
북한은 또 2016년 집단 탈북한 북한 식당 종업원들의 송환 문제를 8월 이산가족 상봉에 연계시키겠다는 경고도 했다. 북한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20일 “우리 여성 공민들의 송환 문제가 시급히 해결되지 않으면 일정에 오른 북남 사이의 흩어진 가족, 친척 상봉은 물론 북남 관계에도 장애가 조성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 종전 선언 성사에 집중=청와대는 이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미국에 급파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후속 실무협상을 촉진하기 위해서”라고 방미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는 9월 9일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일 또는 9월 말 뉴욕 유엔총회에 맞춰 북·미 또는 남·북·미 종전 선언을 하는 방안을 재추진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종전 선언의 시기와 구체적인 내용을 놓고 미국·북한과 물밑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올가을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9월 이전으로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서울=박유미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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