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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페북 뛰어든 바이오, 한국은 규제 묶여 뒷걸음

중앙선데이 2018.07.21 01:00 593호 17면 지면보기
바이오헬스 연구에 세계적인 정보기술(IT) 부호들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지난 17일(현지시간) 화장품업체 에스티로더의 명예회장 리어나도 로더와 함께 알츠하이머병의 조기 진단법 개발에 3년간 3000만 달러(약 338억원)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가족 중 여러 명이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게이츠는 지난해 11월 치매발견펀드에도 5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괴짜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대표는 사람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기업에 투자한다. 머스크가 100% 단독으로 투자해 설립한 스타트업 뉴럴링크는 인간의 뇌를 인공지능(AI) 수준으로 끌어올려 정보처리 속도를 높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세계 바이오산업 연평균 6% 성장
작년 시장 규모 1조7318억 달러

정부, 2022년까지 4조 투자 방침
빅데이터·줄기세포 연구는 제한

일본 기술, 중국 자금에 밀릴 우려
규제 완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글로벌 IT 기업도 앞다퉈 바이오헬스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고 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아예 바이오 전담 자회사 칼리코와 베릴리를 설립한 뒤 노화 예방, 헬스케어 데이터 등을 연구한다. 올해 3월 베릴리는 존슨앤존스와 공동으로 기존보다 크기도 작고 저렴한 수술용 소형 스마트 로봇을 개발했다. 페이스북은 2016년 챈 저커버그 바이오허브를 설립합 뒤 인체를 움직이는 세포 지도를 만들고 에이즈·알츠하이머 등 난치병을 연구한다.
 
 
구글 등 IT 기업들 앞다퉈 키워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한국공학한림원이 올해 1월 내놓은 ‘코리아 바이오헬스의 도전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바이오헬스산업 규모는 최근 10년간 연평균 6% 성장했다. 지난해 시장 규모는 1조7318억 달러에 달한다. 민세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각종 의료기기 발달로 관련 데이터가 빠르게 늘면서 빅데이터 분석에 강점을 지닌 IT기업이 헬스케어 데이터를 활용한 질병 진단과 치료제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는 반대로 한국의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티픽아메리칸이 선정하는 바이오산업 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2009년부터 매년 하락하면서 2016년 24위까지 떨어졌다. 신흥국 중에서도 경쟁력이 뒷걸음질치고 있다. 미국 바이오컨설팅업체 푸가치컨실리엄에 따르면 2016년 싱가포르·이스라엘·대만과 함께 상위권에 꼽혔던 한국의 바이오산업 경쟁력이 지난해 칠레·멕시코 등과 함께 중위권으로 하락했다.
 
물론 한국은 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 부문에선 적지 않은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2012년 셀트리온의 램시마가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로 유럽 판매 허가를 회득한 뒤 현재 오리지널 의약품 점유율도 넘어섰다. SK는 최근 미 바이오제약 위탁개발생산업체(CDMO)인 앰팩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인수 금액은 8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는 국내 바이오제약 업계의 해외 제약사 인수 중 가장 큰 규모다. 또 바이오 연구가 꾸준히 늘면서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 경쟁력은 세계 11위(2015년)다.
 
정부는 지난 5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차세대통신, 드론 등 13개 분야에 올해 약 1조3334억원 투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총 9조 230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13개 분야 중 맞춤형 헬스케어와 혁신신약 등 2개 분야에만 투자 금액의 절반에 육박하는 4조4000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맞춤형 헬스케어 연구개발에 2조7600억원을 투입해 암 진단·치료법과 병원정보시스템 개발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규제 완화에는 소극적이다. 국민건강보험 덕에 빅데이터에 기반한 미래 헬스케어를 육성하는 기반이 될 수 있는 전 국민의 보건의료 데이터를 갖추고 있지만 이를 ‘공익적 목적’에만 활용할 수 있다. 기준이 모호하다 보니 현장에서는 “자료를 달라”는 연구진과 “공익에 맞다는 근거를 대라”는 관련 부처가 충동하기 일쑤다. 줄기세포, 유전체 분석 등 바이오 관련 규제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현재 한국에선 유전자 치료 임상 연구 대상 질환 범위는 암과 에이즈 등에 한정돼 있다. 최윤희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바이오헬스산업의 특성상 생물체를 주요 대상으로 연구해야지만 한국은 아직까지 현장 실험실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바이오시밀러 부문선 성과
 
이와 달리 중국이나 일본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바이오산업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부터 ‘익명가공정보’에 한해 본인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게 허용했다. 미국은 사후규제 방식을 통해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했고, EU 역시 학술·통계 등 비영리 목적에 대해서는 동의 없이 정보 공유를 허가했다. 덕분에 일본은 항체 의약품 분야와 의료기기 분야에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올림푸스 광학, 후지필름, 도시바 의료 등이 아시아 10대 의료기기 혁신 주체로 손꼽힌다. 또 아베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유도만능줄기세포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줄기세포치료제 및 재생의료 시장 선점을 위해 전략특구를 지정하고 임상과 상업화 연구를 지원한다.
 
후발주자인 중국은 풍부한 자금으로 한국을 압박한다. 중국 정부는 2015년 3월 바이오기술 등 첨단산업을 육성하는 ‘중국제조 2025’ 전략을 발표했다. 특히 저가 복제약 대신 신약을 개발해 글로벌 제약시장의 리더가 되겠다는 게 목표다. 대규모 자금을 세계 1위 바이오 기술력을 지닌 미국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벤처캐피탈은 올 1분기에만 미국 생명공학(BT) 기업에 14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미국 BT기업의 1분기 전체 자금 조달액(37억 달러)의 40%에 해당한다.
 
중국의 경쟁력은 지난 6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바이오 행사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 2018’(바이오USA)에서 입증됐다. 관람객 이동이 가장 많은 중앙 출입구 앞에 중국 전시관이 머크·존슨앤존스·화이자 등 세계적인 제약사와 나란히 자리를 했다. 45개 중국 기업이 참여한 전시관도 76개 참가국 중 최대규모였다. 박하영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일본은 기술력과 시장 규모가 선두권이고 중국은 풍부한 자금으로 기술 격차를 좁혀가는데 한국만 주춤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이 기술 개발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부가 규제 완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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