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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세 카터 효과 본 면역항암제, 폐암 잡을 ‘최종병기’

중앙선데이 2018.07.21 01:00 593호 23면 지면보기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폐암 환자에 대한 항암 약물 치료법은 세포 독성 약물치료밖에 없었다. 이것 역시 대부분 인체 내에 축적되는 독성 때문에 사용 기간에 제한이 있었고, 효과 또한 제한적이었다.
 

면역 세포 항암 능력 돕는 원리
80세 이상 고령, 흡연자도 효과

일부 환자 면역기능 너무 강해져
다른 장기 공격하는 부작용 숙제

국내 허가된 치료제는 3종뿐
효능 불확실한 처방 조심해야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2000년대 초반 들어 폐암 약물치료에 획기적인 변화가 나타났는데 이는 표적 항암 치료제의 등장이었다. 표적 항암 치료제는 암의 발생과 증식의 원인이 되는 특정 유전자를 표적으로 공격한다. 그래서 기존 세포 독성 약물치료에 비해 부작용은 적고 효과는 월등히 우수하다. 다만 표적 치료제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자는 전체 비소세포성 폐암 환자의 25% 이내에 불과하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도입된 면역 항암 치료가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 몸의 면역 세포는 마치 경찰관 같은 기능을 해 암 세포가 발생하면 정상 세포와 다른 외부 물질로 인식하고 공격한다. 이 과정은 암 세포 발생 초기에 일어나며 우리가 암의 발생을 인지하기도 전에 암 세포는 면역 세포에 의해 사멸된다. 하지만 초기 암 세포가 우리 몸의 공격을 피하게 되면 빠른 속도로 증식한다. 그래서 우리가 느끼고 인지할 정도의 암으로 커지게 되는데, 이러한 암 세포의 발생과정을 ‘암 세포의 면역 회피’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암 세포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PD-L1(세포사멸 라이간드-1)이란 단백질을 세포 표면에 드러낸다. 이 PD-L1과 면역 세포가 상호 작용을 하게 되면 면역 세포의 항암 능력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폐암과 관련해 현재 개발되거나 허가를 받고 사용 중인 모든 면역 항암제는 PD-1/PD-L1 억제제다. 암 세포에 대한 우리 몸의 면역세포 본래의 기능을 회복시키면서 항암 효과를 보인다. 이전에 한 가지 이상의 세포 독성 항암 치료를 받은 비소세포성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에서 PD-1/PD-L1 억제 면역 치료제는 세포독성 항암 치료보다 우수한 치료 성과를 냈다. 현재 국내에 허가된 폐암 치료 면역 항암제 약물은 키트루다, 옵디보, 티센트릭 등 3가지가 있다. 이 중 한 가지 약제를 선택해 2차 항암제로 사용할 수 있다.
 
현재까지 승인된 비소세포성 폐암 면역 치료제

현재까지 승인된 비소세포성 폐암 면역 치료제

면역 항암 치료의 유용성은 전체적으로 부작용이 낮다는 데서도 찾을 수 있다. 일반적인 세포 독성 항암제는 신장이나 간 기능이 떨어질수록 부작용이 커지고 환자의 연령이 높을수록 독성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비해 면역 항암 치료는 고령에서도 충분히 사용될 수 있는 약물이다. 실제로 80세 이상의 폐암 환자에겐 면역 항암제가 유일한 치료법이다. 미국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간과 뇌에 전이가 있는 피부 흑색종 암을 앓고 있었는데 키트루다 약물 치료를 받은 후 매우 좋은 효과를 보였다. 당시 그의 나이가 90세였다.
 
또한 면역 항암 치료제는 이전까지 표적 항암 치료제의 불모지라고 할 수 있는 폐암환자 군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다. 비소세포성 폐암은 크게 선암과 편평상피세포암으로 나뉘는데 표적 항암 치료제의 대상이 되는 환자군은 주로 비흡연자, 선암 조직을 가진 폐암 환자였으나 면역 항암 치료제는 흡연자, 편평상피세포 폐암 환자에서도 우수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면역 항암 치료제도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면역 항암제가 우리 몸의 면역세포를 깨워서 암에 대한 공격성을 회복시키는 것인데 일부 환자에서는 그 면역 기능이 과하게 일어나 암 이외의 다른 신체 장기가 공격을 받기도 한다. 피부염, 폐렴, 장염, 갑상선염 등의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다. 면역 항암 치료를 받는 환자 중 약 5%는 심각한 면역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어떤 특징을 가진 환자가 면역 부작용이 과하게 일어날 지 예상하기는 힘든 상태다. 또한 전체 환자의 약 20% 이내에서 종양 크기가 의미 있게 줄어들고 있어서 앞으로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복합 요법 등의 여러 치료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면역 항암 치료제가 실제 폐암 환자에게 사용된 것은 3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거둔 결과만 보더라도 획기적인 치료제라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최근 종양학회에서 발표되는 연구 내용 중 면역 항암 치료제와 관련된 획기적인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예를 들어 수술적 치료가 어려운 3기 비소세포성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항암 방사선 치료를 마친 뒤 임핀지라는 PD-L1 억제제를 1년 간 사용했더니 폐암 환자의 생존기간이 크게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 식약청은 올해 초부터 임핀지 면역 치료제 사용을 허가했다. 이와 같은 활발한 연구에 의해서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면역 항암 치료제의 문제점이 하나하나 풀리고 폐암 환자에서 면역 항암치료의 영역이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면역 항암 치료제는 세포 독성 항암 약물과 표적 항암제의 뒤를 이어 폐암 환자들에게 큰 희망을 주고 있고, 머지않아 폐암 항암 치료에서 일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비싼 약값은 면역 항암 치료제의 혜택이 많은 환자들에게 돌아가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제약회사와 보험 당국이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허가된 면역 항암 치료제는 키트루다, 옵디보, 티센트릭과 같은 PD-1/PD-L1 관련 치료제다. 면역치료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는 가운데 폐암 환자들은 효능이나 안전성 등이 증명되지 않은 면역 치료제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선종무 삼성서울병원 암병원·폐식도암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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