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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괴물은 거리 활보, 그에 맞선 정의는 가면을 써야 하는 사회

중앙선데이 2018.07.21 01:00 593호 29면 지면보기
김정기의 소통 카페 
14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직원 주도로 열린 갑질 총수 퇴진 촉구 집회의 모습. [뉴시스]

14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직원 주도로 열린 갑질 총수 퇴진 촉구 집회의 모습. [뉴시스]

‘짐이 곧 국가’라던 어느 절대 군주의 재림일까. 시대착오적인 갑질로 한국사회를 분노하게 하는 일부 괴물 기업주들. 괴물의 출현은 늘 아수라장을 동반한다. 강물에 유입된 이상 물질이 만들어낸 영화의 괴물은 무고한 시민을 깔아뭉개고 물어뜯고 흔적도 없이 삼키며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영화 속 괴물의 난동은 한시적이었지만 한국형 괴물 회장들의 문제는 지속적이고 현재진행형이다. 특정 기업에서만의 문제가 아니고 일반 기업에서도 흔하게 일어난다는 게 중론이다. 더 큰 심각한 문제는 회장 혼자만의 갑질로 끝나지 않고 혈연을 매개로 확대 팽창한다.
 

두 항공사 오너와 일가 폐해 척결
보복 공포 없이 나설 수 있게 해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개 항공사 오너의 ‘짐이 곧 기업’이라는 갑질도 전형적인  불편한 진실이다. “오늘은 회장님 모습이 아주 즐거워 보여요/ 회장님 두 손에 담겨진 새빨간 장미가 함께 웃네요.” 꽃을 든 여승무원들이 율동과 함께 부른 노래다. “교육 수료식을 하고 선물 보따리를 싸서 회장님 보러 광화문 사옥 회의실에 가서 퍼포먼스를 하고 한 명씩 인사, 포옹, 손잡기 등을 합니다.” “너는 달려가서 안겨라. 우는 사람도 지정하고 악수하고 껴안고 사랑한다고 소리쳐라.” “여기가 북한인가? 정말 엄청 충격 받았던 기억나네요.” 아직도 똥오줌 못 가리고 천지를 분간 못하는 갑질 무리는 자발적 참여라는 거짓말을 일삼고 있다.
 
대한항공 가족들의 갑질 퍼레이드는 뉴스의 단골이 된 지 오래다. 장녀의 땅콩 회항, 둘째 딸의 물 컵 투구, 부인의 욕설과 패악, 아들의 1998년 인하대 편입학과 2003년 졸업에 대한 교육부의 부정 판정과 취소 결정, 조 회장의 인하대 이사장 임원 승인 취소 요구. 1998년이면 20년이나 지난 일이다. 옛날부터 제멋대로 그리 해온  것이다. 천민자본주의의 횡포가 타인의 존엄성과 법쯤은 안중에도 없이 풍토병으로 정착한 것이다.
 
지금 광화문에서는 갑질 폐해를 척결하자는 집단 시위가 우리 사회를 향해 간절하게 읍소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사회제도와 법이 해결능력을 지니지 못하기에 일어난 저항의 비폭력 소통이다. 사회운동으로서 정당한 소통인데 얼굴에 가면을 쓰고 있다. 신원이 밝혀지면 예견되는 괴물들의 또 다른 갑질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이쯤 되면 거대한 고용주와 힘없는 고용인의 문제를 넘어 정의로운 한국사회의 존재 유무에 대해 의문이 든다. 갑질의 감시와 공포는 여전히 거리를 활보하고, 정의의 소통은 가면 뒤에 숨어야 한다면 제대로 된 세상이 아니다. 이래서야 똑같은 국민이라고 할 수 없다.
 
인간의 존엄성을 위한 사회운동으로서 합리적인 소통이라면 어떤 공포도 없는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인간성을 모독하고 사회의 정의를 위협하는 앙시앙 레짐(절대왕조체제)의 후예인 갑질은 몰아내야 한다. 인간의 얼굴을 한 기업과 사회를 견인하기 위한 새로운 소통방식에 힘을 보태야 한다. 이제 저 얼굴의 가면을 벗겨 주어야 한다.
 
김정기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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