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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평균 속도가 시속 7.5㎞ ?

중앙선데이 2018.07.21 01:00 593호 32면 지면보기
책 속으로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
이반 일리치 지음, 사월의책
 
이동 수단으로서 자동차는 자전거보다 정말 더 빠를까. 투자 시간·비용 대비 속도를 따져보면 그렇지도 않다.
 
이 책에 따르면 1970년대 미국인은 1년에 1600시간 이상을 자기 차에 바쳤다. 주행 중 교통체증에 갇히거나 주차공간을 찾아 헤매는 시간만이 아니다. 자동차 구입비부터 연료비·보험료·세금·교통위반 벌금 등을 벌기 위해 하루 중 깨어있는 16시간 가운데 4시간 이상을 투자했다. 이렇게 해서 연평균 이동한 거리는 1만2000㎞. 이렇게 보면 시속 7.5㎞에 지나지 않는다. 성인 평균 보행속도보다 약간 빠르다.
 
여기에 차량 소음과 공해, 신체상의 위험까지 고려하면 얼마의 비용이 추가될지 알 수 없다. 40여 년 전 미국 얘기지만, 요즘 한국 사회에도 그리 어색하지 않다.
 
이 책은 1970~80년대를 풍미한 오스트리아의 급진적인 사상가 이반 일리치(1926~2002)가 당대 사회를 독점하고 있는 시스템에 대한 토론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2004년 국내 출간됐던 74년 판본의 개정판을 최근 새로 번역해 ‘이반 일리치 전집’으로 묶어냈다.
 
저자는 교통과 에너지를 중심으로, 모두가 더 빠른 자동차를 가지려 하는 속도중독과 과잉소비의 만연이 인간을 획일화된 자본주의의 틀에 가두고 자연파괴를 가속화한다고 비판했다. 그 해법으로, 자전거로 상징되는 적정 기술을 활용하는 ‘절제’를 들었다. 자전거는 인간의 이동 속도를 높이고 행동반경을 넓히면서도 공간과 시간·에너지를 적게 쓴다. 정해진 길로 가라고 떠밀지 않기 때문이다.
 
고도성장만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현대문명의 믿음은 과연 옳을까. 이런 반문을 품어본 독자라면 흥미롭게 와 닿을 만한 책이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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