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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핵 해법 혼선 … 대북제재는 지속돼야

중앙선데이 2018.07.21 01:00 593호 34면 지면보기
북한 비핵화가 미궁에 빠지면서 북한으로부터 혼란스런 시그널이 나오고 있다. 어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감히 재판관이나 된 듯이 입을 놀려댔다”“쓸데없는 훈시질”이라는 거친 표현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했다. 지난 13일 싱가포르에서 문 대통령이 “북미 정상이 직접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국제사회로부터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며 북한의 비핵화 합의 이행을 촉구한 데 따른 반발이다. 노동신문은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에 대해서도 “운전자는커녕 조수 노릇도 변변히 하지 못한다”며 깎아내렸다. 4·27 판문점 선언 이후 장밋빛 남북관계에 심각한 경고음이 나온 것이다.
 

북 신문, 문 대통령에 “쓸데없는 훈시질”
대북제재 효과로 지난해 북 -3.5% 성장

북한의 태도 돌변은 대북제재가 풀리지 않고 있는 데 따른 분풀이로 분석된다. 반면 미국은 오히려 느슨해진 대북제재의 끈을 다시 조이려는 분위기다. 미 국무부는 어제 북한산 석탄의 한국 유입과 관련, “북한 정권을 지원하는 주체에 대해 독자적인 행동을 취하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석탄들은 러시아에서 ‘국적 세탁’을 거친 뒤 스카이 엔젤호와 리치 글로리호에 실려 지난해 10월 인천과 포항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유엔 제재를 어긴 이 운반선들은 어제 오전에도 억류 등 별다른 조치 없이 우리 영해를 항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정부가 북한 석탄 유입을 방치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이달 들어 북한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하루 1000명 수준으로 두 달 전보다 10배나 늘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번 방중해 시진핑과 회담한 뒤 중국의 대북제재가 느슨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북한은 석탄·철광석 금수에 따른 금단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문 대통령을 향해 악담을 퍼부을 만큼 경제 사정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대북제재가 해제되지 않는 본질적 이유는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7일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핵 프로그램 리스트와 비핵화 시간표를 요구했으나 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은 즉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북한은 도리어 체제보장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고 스티븐 멀 미 국무부 정무차관보 대행이 밝혔다. 북한은 나아가 주한미군의 존재를 약화시키는 종전선언에만 매달리고 있다. 그제 댄 코츠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물리적으로 1년 이내에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해체할 수 있지만 아마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비관한 것처럼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널뛰기 비핵화 정책도 한몫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엔 2년 안에 북한을 비핵화하겠다고 했다가 지금은 “시간 제한도 속도 제한도 없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이런 혼선을 정리하려면 북 비핵화를 위한 ‘제재와 협상’의 대원칙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어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3.5%로 고난의 행군 이후 20년 만의 최저였다. 대북제재가 확실하게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탓에 최근 김정은 위원장은 자주 경제 현장을 다니며 생산을 독려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북·미협상을 적극 지원하되 제재의 고삐도 늦춰서는 안 된다. 전쟁도 막아야 하지만 북한 비핵화에 한반도의 평화와 미래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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