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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트럼프의 관세 폭탄에 굽신거리지 않을 것

중앙선데이 2018.07.21 00:02 593호 14면 지면보기
줄리언 에번스-프리처드

줄리언 에번스-프리처드

“교착상태(Deadlock)다.”
 

중국 경제 전문가 프리처드 진단
트럼프 ‘첨단기술 중상주의’ 추구
‘중국제조 2025’ 정책 변경 요구
보호관세 25% 관련 품목에 집중

중국, 당장은 성장률 둔화 불가피
대미 수출품 절반 정도에 고관세
장기적으론 내수 기반으로 선회

요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처지다. 영국계 민간 경제분석회사인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중국 담당 수석 분석가인 줄리언 에번스-프리처드의 진단이다. 프리처드는 싱가포르에서 중앙SUNDAY의 전화를 받고 “두 사람 모두 상대의 양보를 압박하며 맞서고 있다”고 말했다.
 
물밑 협상이 이뤄지고 있기는 한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6월까지는 직간접적으로 상대에게 요구 사항을 전달하기 위한 실무진의 만남이 이뤄지곤 했다. 하지만 7월 들어서는 별다른 대화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두 나라 모두 끝까지 가보겠다는 것인가.
“현재까지 트럼프나 시진핑은 그렇다. 트럼프는 최대한 압박하고, 시진핑은 힘껏 저항하는 방식으로 상대가 물러날 때까지 현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타협의 여지는 있는가.
“트럼프가 무역적자 축소를 원하는 게 아니다. 시진핑이 추구하고 있는 경제 전략의 수정을 요구한다. 바로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2025)’의 포기다.”
 
 
보호관세로 무역전쟁 이긴 사례 없어
 
중국제조 2025는 인공지능(AI) 등 주요 기술의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 중국 정부가 2015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경제 전략이다. 트럼프가 이달 7일 매기기 시작한 보호관세 25%가 주로 이와 관련된 품목에 집중되고 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트럼프가 중국제조 2025를 겨냥하는 게 왜 타협을 어렵게 하는가.
“중국이 미국에서 벌어가는 돈을 줄이는 것만이라면 시진핑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트럼프가 원하는 액수를 맞춰줄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시진핑한테 ‘정책 목표를 포기하라’고 하고 있다. 시진핑이 물러설 곳이 없는 셈이다.”
 
그렇다면 올 9월 트럼프가 중국산 2000억 달러에 대해서도 예고한 대로 보호관세를 매긴다는 뜻인가.
“상당히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상품 가운데 절반 정도가 보호관세의 영향을 받는다. 지난해 중국이 미국에 판 상품은 5054억 달러어치 정도였다. 사들인 규모는 1300억 달러어치다.”
 
그 정도면 시진핑이 트럼프 공세를 견디기 힘들어 보인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12조 달러 정도다. 트럼프의 보호관세 대상이거나 대상이 될 규모는 2500억 달러 정도다. GDP의 1.3% 정도다. 또 트럼프의 보호관세 때문에 중국 성장률은 0.5%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공세가 무시할 정도는 아니다. 다만 베이징이 굽신거리도록 만큼은 아니다(It's almost certainly insufficient to compel Beijing to grovel).”
 
트럼프의 경제 브레인들은 중국의 수출 의존도를 근거로 압박하면 시진핑이 물러설 것이라고 말한다.
“보호관세로 무역전쟁을 승리한 사례는 역사적으로 별로 없다. 게다가 중국제조 2025처럼 기술 중상주의가 원하는 만큼 효과를 낸 적은 거의 없다.”
 
프리처드가 말한 기술 중상주의는 이른바 ‘첨단기술 콜베르주의(High-Tech Colbertism)’다. 정부가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경쟁국가에 기술이 전파되는 것을 막는 전략이다. 루이14세 시절인 17세기 프랑스의 장-밥티스트 콜베르(1619~1683년) 재상이 추진한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제조업 육성 전략을 다른 중상주의와 구별해 부르는 말이다. 몇몇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중국에 쓰는 전략이 콜베르 중상주의와 비슷한 것으로 본다. 그런데 콜베르 정책은 당시 프랑스 제조업을 어느 정도 육성시키기는 했지만 관세나 감시 등으로 기술 전파를 막지 못해 실패했다는 게 경제사학자들의 설명이다. 또 첨단기술 콜베르주의는 프랑스 등이 2차대전 이후 채택했지만, 국경을 뛰어넘는 기술과 인재 이동을 바탕으로 한 정보기술(IT)에 맞지 않아 2000년대 들어 폐기됐다.
 
 
올해 중국 성장률 5%, 금리 인하할 듯
 
영국과 한국의 몇몇 전문가들은 중국이 트럼프 압박 때문에 금융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무역전쟁으로 중국의 수출이 줄어들고 기업 실적이 나빠져 끝내 빚을 갚지 못하게 되면서 은행이 부실화한다는 시나리오다. 우리도 무역전쟁과 중국 경제 내부의 문제 때문에 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본다.”
 
중국 성장률이 얼마나 될 것으로 보는가.
“우리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올해 중국 성장률을 5% 안팎까지 낮아질 것으로 본다.”
 
그런가? 이번 주에 나온 2분기 성장률은 6.7%나 된다.
“중국 정부의 숫자 마사지가 상당히 이뤄진 것으로 본다. 통계 마사지는 최근 들어 특히 심하게 이뤄지고 있는 듯하다. 무역압박에도 경제가 굳건하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듯하다.”
 
그렇다면 중국 경제가 올 2분기에 실제로 얼마나 성장했다고 보는가.
“공식 통계보다 1%포인트 정도 낮을 것으로 본다. 다만, 무역전쟁 탓은 아니다. 중국 정부가 부채를 줄이기 위해 긴축한 탓이 크다.”
 
무역전쟁 충격이 더 크지 않을까.
“중국의 시중은행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대출이 부실화하면 중앙 정부가 나설 준비가 돼있다. 서방처럼 기업 부실이 금융위기로 이어지기 힘든 구조다. 또 무역전쟁에 대비해 중국이 통화정책 방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기준금리 인하 등의 조치를 내놓을 전망이다. ‘신중한 통화정책’의 포기다.”
 
말대로라면, 중국은 트럼프 공격을 잘 견딜 것으로 보인다.
“아니다. 당장은 중국이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이 어떤 대응책을 쓰더라도 성장률 둔화 등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어떻게 달라지나.
“이참에 중국은 경제구조를 수출 의존형에서 내수 기반형으로 더욱 빠르게 바꿔나갈 것이다. 무역전쟁으로 한국의 대중 수출 등이 줄어들 순 있겠지만, 중국 경제의 구조변화를 잘 이용하면 장기적으론 큰 문제가 안 될 수 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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