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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선 엇각의 마법 … 지구 둘레 4만㎞, 2200년 전 쟀다

중앙선데이 2018.07.21 00:02 593호 28면 지면보기
수학이 뭐길래
중학교 1학년 기하 단원 중에 ‘평행선의 성질’이란 게 있다. 여기서는 동위각과 엇각 그리고 맞꼭지각의 특징을 소개한다. 어디에 쓰이는지 잘 모르고 배우고 있지만 이런 각 이론은 실제로 여러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에라토스테네스 ‘빛은 평행’ 착안
지구 중심과 연결해 엇각 되는 곳에
막대 세워 그림자로 각도 알아내고
두 지점 거리 이용해 지구 둘레 측정
동위각, 지도·태양고도 계산에 활용

 
 
에라토스테네스가 잰 지구둘레 0.16% 오차
 
독일의 수학자 가우스(1777~1855)가 태양의 고도를 보다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 발명한 육분의.

독일의 수학자 가우스(1777~1855)가 태양의 고도를 보다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 발명한 육분의.

엇각을 이용해 최초로 지구 둘레의 길이를 계산한 수학자는 에라토스테네스(기원전 276~194)다. 그의 계산은 시에네의 우물에서는 하지 정오에 태양이 뜰 때 우물 안에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로부터 시작됐다. 이후 그는 해시계로 사용하던 그노몬이라는 막대를 같은 시간 자신이 살고 있던 알렉산드리아에 세웠다. 이때 에라토스테네스는 태양이 멀리 떨어져 있어 태양으로부터 지구로 도달하는 빛이 평행하다고 가정했다.
 
이럴 경우, 알렉산드리아에서 그노몬이 만들어 내는 그림자의 각도를 θ라고 하면, 알렉산드리아와 시에네 사이의 거리를 호로 갖는 지구의 중심각은 평행선에서 엇각이 서로 같다는 정리에 따라 마찬가지로 θ가 된다. 에라토스테네스는 θ가 7.2도이고 시에네에서 알렉산드리아까지의 거리가 5000스타디온(고대 그리스의 길이 단위)임을 확인했다.  
 
이때 비례식을 사용하면 7.2도의 중심각의 호가 5000스타디온이 되므로, 지구의 둘레는 중심각이 360도일 경우로 계산하면 25만2000스타디온이 나온다. 이를 환산하면 4만㎞가량 되는데, 최근의 정확한 값과 비교해도 0.16%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지구에서 별까지의 거리를 계산하는 데는 맞꼭지각이 사용된다. 이 방법을 처음 제시한 인물은 기원전 2세기 그리스의 위대한 수학자인 히파르쿠스다. 이외에도 엇각이나 맞꼭지각 등은 각종 천문 계산에 적용되어 계산을 편리하게 만들었다. 고대 그리스의 천문학에서 각도를 재고 계산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였다.
 
 
메르카토르 ‘항해용으로 조정된’ 지도 제작
 
서유럽 르네상스기에 이르러 이러한 기법은 천문학을 넘어 보다 실용적인 측량 문제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는 원거리 항해가 중요해지면서 지도가 함께 발전했다.  
 
지도학의 대가인 메르카토르는 1569년 ‘항해용으로 적절하게 조정된 지구의 새롭고 좀 더 완전한 표현’이라는 제목의 세계 지도를 제작했다. 이 지도는 항해에 매우 유용한 방식으로 제작되었는데, 그 비밀은 지도 투영법에 있었다.  
 
메르카토르는 지구 전체를 종이로 감싼다고 생각하고 지구의 중심과 지구 위의 점들을 이은 선을 감싼 종이까지 연장했다. 이 경우 지구의 표면은 남북으로 길쭉한 모양으로 바뀌는데, 메르카토르는 형태를 보전하고자 했으므로 이때 남북으로 늘어진 만큼 다시 동서로 늘려서 형태를 보전했다. 그 결과 지도는 수직의 격자선들로 구성되었는데, 세로선들은 모두 정남과 정북을 향하는 방향으로 세워졌다.
 
① 두 평행선과 사선이 만날 때 생기는 동위각과 엇각 그리고 맞꼭지각. ② 엇각을 이용한 지구둘레 계산. ③ 육분의를 태양을 향해 조정한 상태.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① 두 평행선과 사선이 만날 때 생기는 동위각과 엇각 그리고 맞꼭지각. ② 엇각을 이용한 지구둘레 계산. ③ 육분의를 태양을 향해 조정한 상태.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이때 가령, 뉴욕에서 케이프타운까지 가려고 한다고 하자. 당시의 항해술을 감안할 때 안전하고 정확한 바다 항로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메르카토르의 지도를 이용하면 문제가 쉽게 해결된다. 그저 지도상의 뉴욕과 케이프타운을 연결해 선분을 긋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 선분을 항정선이라고 하는데, 잘 보면 세로선이 모두 평행한 상태에서 뉴욕과 케이프타운을 연결하는 항정선은 세로선과 49도의 동위각을 만들고, 세로선이 평행하므로 이 동위각들은 모두 동일하다. 따라서 뉴욕에서 출발하면서 계속해서 북극 방향과 49도를 이루는 방향으로 가다 보면 어느새 케이프타운에 도착하게 된다.
 
물론 항정선을 따라가더라도 안전한 항해를 위해서는 현재 위치의 위도와 경도를 측정하는 문제가 중요하다. 그런데 경도를 측정하는 것은 당시 정확한 항해 시계가 제작되지 않은 상태에서 매우 어려운 문제였으므로, 대개의 경우 항해는 위도 계산에 의존했다. 항정선을 따라가면서 위도를 제대로 체크하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때 위도는 태양의 고도를 알면 바로 구할 수 있다. 특정한 날에 태양이 얼마만큼 기울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값은 천문학자들의 관측을 통해 이미 알려져 있었다. 위도 측정에는 초기 직각기가 사용됐다. 직각기는 두 막대가 직각으로 교차되어 있는 방식인데, 긴 막대에 직각으로 꽂혀 있는 막대기의 끝을 태양과 정확히 맞추면 고도를 구할 수 있다.  
 
 
태양 고도 계산하려 수학자들 육분의 고안도
 
이런 가운데 수학자들은 태양의 고도 계산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육분의를 고안했다. 육분의 안에는 수학적 원리가 숨어 있는데, 가령, 그림을 통해 그 원리를 간단하게 살펴보자(그림 3). 육분의는 태양 빛이 B 거울에 반사되고 다시 그 빛이 거울 C에서 반사되어 H를 거쳐  눈 D로 이어지는 원리로 구성되어 있다. 이 경우 태양의 고도인 각 GHC는 동위각인 GBA와 동일하다. 이때 인덱스바 BE가 눈금 0에 있을 때는 광선 AB와 광선 CD가 평행하다. 그런데 인덱스바를 E지점에서 F지점으로 40도만큼 이동하면 선 AB는 선 GB의 위치로 이동한다. 따라서 각 GBA는 마찬가지로 40도가 된다. 이때 각 GBA의 동위각인 각 GHC도 40도가 되므로 태양의 고도는 40도가 된다.
 
앞에서 살펴본 사례 외에도 동위각과 엇각을 포함한 다양한 각들은 각종 분야에 적용됐다. 그것은 광학의 빛의 경로를 설명하는 데도 활용되었으며, 다양한 지형을 측량하는 데도 활용됐다. 기하학은 역사적으로 가장 실용적인 분야 가운데 하나였다. 바로 그 역사를 아는 것은 또 다른 사고와 응용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조수남 수학사학자 sunamcho@gmail.com
서울대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박사. 현 서울대 강사이다. 과학사와 수학사를 연구하고 있다. 고등과학원 초학제연구단에서 연구했으며, 『욕망과 상상의 과학사』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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