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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의 스텔스 전쟁, 한국만 후진국인가

중앙일보 2018.07.20 00:07 종합 24면 지면보기
스텔스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올해 말 우리 공군에는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가 도입되고 일본은 이미 들어왔다. 지난해 북핵 제재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미국은 B-2 스텔스 폭격기와 F-22 랩터 및 F-35 스텔스 전투기를 대거 동원해 북한을 압박했다. 한반도 상공에 뜬 미 공군의 스텔스기 위협에 놀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외부 활동을 자제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도 스텔스 전투기 본격 가동에 나섰다. 동북아 하늘이 이미 스텔스 전장이다.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스텔스는 21세기 게임 체인저
동북아의 스텔스 경쟁 본격화

스텔스기 대표주자는 F-22 랩터
중국도 개발했지만 문제 많아

투명망토 입고 적진 침투 가능
한국,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야

21세기 전쟁에서 진정한 게임 체인저는 스텔스 무기다. 상대방에게 좀처럼 발견되지 않으면서 전투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스텔스 무기체계와 전투복 등이다. 스텔스 전투기는 적기를 먼저 발견해 공대공 미사일로 승패를 가를 수 있다. 스텔스 기술로 만든 전투복과 전투장비로 무장한 특수부대나 해병대가 적진이나 해안에 상륙하면 적은 레이더나 적외선 탐지기로 발견하기 어렵다. 그 이후 결과는 어떻게 이어질까. 스텔스 전투복은 주변의 숲이나 건물과 동일한 무늬로 보여 적진의 방어막을 뚫고 침투할 수 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적의 기습을 받을 때 그 결과는 뻔하다. 격전이 벌어지는 전장에서 적이 육안은 물론 적외선 탐지경에도 나타나지 않는 전차로 공격해온다면 그 공포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미 군사 선진국들은 이런 스텔스 무기체계를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다.
 
누가 뭐래도 스텔스 무기의 대표주자는 전투기다. 5세대 전투기의 핵심 기능이 스텔스다. 이 가운데 미 공군의 F-22와 F-35 전투기, B-2 폭격기가 명성을 날리고 있다. 이 스텔스기들은 미 본토와 주일 미 공군기지 등에 배치돼 있다. 대당 3억6000만 달러(4370억원) 고가인 F-22 랩터는 미 의회가 전 세계 어떤 전투기와 공중전을 벌여도 이길 수 있도록 하라는 주문으로 개발됐다. 2005년부터 미 공군이 운영해 왔다. 전투기의 최강자다. 공대공 및 공대지 미사일은 물론 연료통까지 전투기 내부에 탑재한다. 레이더파의 반사를 줄이기 위해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gn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gnang.co.kr]

전투기 구조설계로 레이더파를 난반사 시키고 폴리머나 유리섬유 등의 재질로 레이더파를 흡수한다. 전투기의 날개와 공기 흡입구의 구조도 레이더파가 가능한 한 적게 반사하도록 설계됐다. 그 덕분에 길이 19m에 날개폭이 14m인 전투기가 적의 레이더에는 골프공 크기로 보인다. 이 때문에 맨눈으로 식별할 수 있는 거리까지 가야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비해 탐지 범위 500㎞의 베라 레이더를 장착한 F-22는 적이 알아채기도 전에 미사일로 날려버린다. 이런 성능 때문에 아예 해외 판매가 금지돼 있다.
 
F-35 라이트닝Ⅱ는 F-22의 기술을 모아 만든 동생뻘인 보급형이다. 공군(F-35A)·해군(C타입)·해병대용(B타입·수직이착륙기) 3종류로 개발했다. 3080대를 생산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생산 단가가 낮아졌다. 우리 공군도 FX사업으로 F-35A 40대를 구매키로 했다. FX사업 결정 당시 F-15SE와 유러파이터 등과 경합을 벌였지만, 평가위원들을 모든 항목에서 F-35A에 최고 점수를 줬다. 앞으로 동북아 환경에서 생존하려면 스텔스기가 필수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공군에 도입될 F-35A는 당장은 북한 탄도미사일 등을 제거하는 킬 체인 역할을 하지만, 차후엔 중국 등 주변국의 스텔스기를 견제할 수단이다. 해군이 독도함 3번함을 건조하면 우리도 수직이착륙 F-35B를 사야 할지도 모른다. 이런 특성을 고려해 일본도 42대를 구매하고 영국은 138대, 이스라엘 50대 등 10여개 우방국이 구입했다. 랩터보다 덩치는 작지만 나머지 구조와 특성은 유사하다. 특히 F-35끼리는 적에게 노출이 적은 스텔스 통신으로 방대한 정보를 주고받는다. 이 덕분에 기존 전투기처럼 편대 대형을 유지하지 않고 멀찌감치 떨어져 임무를 수행해 작전범위가 넓어진다.
 
러시아와 중국도 미국의 스텔스기를 따라잡고 있다. 러시아는 수호이(Su)-57을 F-22 대항마로 개발했다. 하지만 스텔스 기능은 미국과 다른 플라스마 방식을 사용한다. 전투기 주변에 플라스마를 뿜어 레이더파를 상쇄시키는 방법인데 러시아는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중국도 미국 기술 해킹과 러시아 지원 등으로 J-20(공군용)과 31(해군용)을 개발했다. 하지만 그 기능은 아직 증명되지 않고 있다. 특히 중국은 자체 개발한 전투기 엔진이 제 성능을 내지 못해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고 한다.
 
스텔스 전쟁은 거대한 함정에도 적용되고 있다. 미 해군 줌왈트(1만4500t) 구축함이 단연 앞선다. 크기가 길이 180m에 폭이 24.6m로 축구장 절반의 넓이인데 스텔스 기능으로 레이더에는 500t짜리 작은 어선 크기로 보인다. 적이 발견해도 구축함이 아닌 어선으로 착각하게 하여 대응할 생각조차 못 하게 하는 것이다. 현재 미 해군에 2척이 배치돼 있다. 중국 항모전투단을 와해할 핵심 수단이다.
 
스텔스 잠수함도 속속 나오고 있다. 엔진 소음을 최소화하고 수중음파 탐지기 소나가 보내는 음파를 난반사 시킨다. 수면에 떠올라도 레이더파에 포착이 잘 안 되도록 설계돼 있다. 미 해군은 버지니아급 핵추진 잠수함 사우스 다코다함(7800t)을 올해 안에 배치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개량된 킬로급 잠수함(프로젝트 877급)으로 대응하고 있다. NATO는 이를 ‘블랙홀’로 부르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스웨덴도 고틀란드급(1470t) 잠수함을 개발했다. 공기가 필요 없는(AIPS) 스털링엔진으로 2주 이상 잠수가 가능하다. 유체역학을 활용한 설계로 소음과 방열을 줄이고, 음파탐지기에도 덜 잡힌다.
 
스텔스 전차도 새로운 유행이다. 폴란드 PL-01 전차는 엔진 열(적외선)의 방출을 줄이는 데서 한 발 더 나갔다. 전차 표면을 주위와 같은 온도로 맞춘다. 전차에서 나오는 적외선의 형태를 변형해 탐지경에 다른 물체로 보이게 한다. 스웨덴도 전차에 육각형 구조의 재질로 된 강판을 씌웠다. 그런가 하면 캐나다는 투명망토를 개발했다. 이 투명망토를 덮으면 주변 환경과 같은 모습으로 변한다. 미국은 이를 육군에 지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국군도 전투복에 열저감 처리를 통해 적의 적외선 탐지경에 잘 포착되지 않게 하고 있다.
 
이제 스텔스 기술은 현실이다. 어디까지 갈 것인지는 상상력이다. 전략적인 용도로 가성비가 그만이다. 스텔스 장비를 전군에 지급할 수는 없지만 일부 특수목적에 사용하면 중요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고 상대방의 위협을 억제하는 수단으로도 효과적이다. 하지만 한국은 스텔스 기술에 적극적이지 않은 분위기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항공기 등에 사용할 스텔스 재료를 개발했지만 아직 실용화되지 않고 있다. 군의 소요도 없다. 국방부가 국산전투기(KFX)를 시작으로 특수부대와 무인기, 함정 등에 필요한 스텔스 기술 개발을 적극 고민할 때가 다가왔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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