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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에 순직한 해병대원, 생전 “헬기 너무 덜덜거려 안 탄다”

중앙일보 2018.07.19 19:29
19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앞에서 지난 17일 '마린온(MARINEON)' 2호기 추락사고로 숨진 박모(20) 상병 유가족이 기자들 질문에 답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왼쪽은 박 상병의 생전 모습. [연합뉴스·박 상병 유족 제공]

19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앞에서 지난 17일 '마린온(MARINEON)' 2호기 추락사고로 숨진 박모(20) 상병 유가족이 기자들 질문에 답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왼쪽은 박 상병의 생전 모습. [연합뉴스·박 상병 유족 제공]

지난 17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마린온’(MARINEON) 2호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해병대원 5명 가운데 유일한 병사인 박모(20) 상병 유족이 헬기 결함 가능성을 제기했다.
 
박 상병 고모는 19일 “지난달에 조카가 부대에 온 아버지에게 마린온 헬기를 가리키며 ‘너무 덜덜거려 타지 않아요’라고 말했다”며 “그런데도 군은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성능도 우수하다고 한다”며 흥분했다.  
 
그러면서 “너무나 건강했던 조카 몸이 사고로 심하게 훼손됐다. 숯덩이처럼 새까맣게 타버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다”며 흐느꼈다.  
 
박 상병 유족들은 “추락한 마린온 2호기는 평소에도 사고 위험성이 컸다”며 “타서는 안 되는 헬기에 사람을 태워 사고가 났다”고 주장했다. 또 “결국 이번 사고도 인재”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원인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동을 좋아해 서울 한 사립대 스포츠 학과에 다니던 박 상병은 지난해 4월 해병대에 자원입대했다. 평소 해병대원이라는 자부심이 컸던 그는 전역을 9개월 남겨 둔 상황에서 만 20살 꽃다운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박 상병의 부모는 자식을 잃은 슬픔에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박 상병 등 순직 해병대원 5명의 유족은 해병대 1사단 간부 숙소에서 임시로 지내고 있다. 군 당국은 해병대 1사단 안 김대식관에 합동분향소를 마련하고 유족들과 장례식 일정 등에 관한 협의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유족들은 사고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장례식을 치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4시 45분쯤 포항 비행장 활주로에서 상륙기동헬기 1대가 시험비행 중 10여m 상공에서 추락해 해병대원 5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해병대가 공개한 사고 당시 CCTV를 보면 사고 헬기는 이륙 후 4~5초 만에 회전날개가 분리되면서 동체가 추락했다. 회전날개를 고정하는 장치 부분 결함이나 정비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을 놓고 해병대와 해군 등이 조사하고 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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