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습하다 기절” 집단체조 부활시킨 北, ‘아동학대’ 논란은?

중앙일보 2018.07.19 15:56
지난 2013년 정전 60주년을 맞아 열린 북한 대규모 집단체조인 '아리랑' 공연(왼쪽)과 지난 4월 북한을 방문한 태권도 시범단 일행이 마난 만경대소년학생궁전의 체조 하는 북한 어린이들(오른쪽) [연합뉴스]

지난 2013년 정전 60주년을 맞아 열린 북한 대규모 집단체조인 '아리랑' 공연(왼쪽)과 지난 4월 북한을 방문한 태권도 시범단 일행이 마난 만경대소년학생궁전의 체조 하는 북한 어린이들(오른쪽) [연합뉴스]

북한이 5년 만에 체제선전용 집단체조 공연을 재개할 준비를 하는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북한 아동 학대 논란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지난 4월 미국의 소리(VOA) 방송 등에 따르면 북한은 오는 9월 9일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일을 맞이해 '빛나는 조국'이라는 제목의 공연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지난달 18일 중국에 있는 북한 전문 여행사 '고려투어'는 홈페이지에 오는 9월 9일~30일 사이 집단체조 공연 '빛나는 조국' 관람을 포함한 여행상품 11개를 출시했다.
 
하지만 북한의 집단체조 공연에는 항상 어린 학생들의 혹독한 연습이 잇따르는 것으로 알려져 이 공연에 동원되는 아동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앞서 북한은 지난 2002년 4월부터 2013년까지 김일성 탄생 90주년을 맞아 집단체조 공연 '아리랑'을 매해 선보인 바 있다. 다만 홍수 피해가 심각했던 2006년에는 공연을 하지 않았다.
 
북한 주민 10만명이 참가하는 이 공연은 체조와 춤, 카드 섹션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등 큰 규모와 화려함으로 유명하다.
 
북한은 공연을 정권 홍보와 체제 결속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하지만 공연 준비를 위해 어린 학생들에게 강도가 높은 훈련을 강요하고, 몇 달 동안 학교도 가지 못하게 한다는 사실을 알려지며 국제 사회로부터 '아동 학대' 비판을 받아왔다. 
 
2014년 발간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에 따르면 한 탈북자는 "집단체조 연습을 10시간씩 6개월 동안 연습했다"며 "여름에는 뜨거운 햇볕 아래,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 연습했기 때문에 기절하는 일이 흔했다"고 증언했다.
 
또 "급성 맹장의 고통을 참아가며 연습한 7, 8살 소년은 시의적절하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했다. 사망한 아이는 김정일이 지켜보기로 한 행사를 위해 생명을 바쳤기 때문에 영웅으로 추앙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COI는 긴 기간 동안 혹독한 환경에서 엄격한 연습의 반복을 거쳐 거행되는 집단 체조 어린이들의 건강과 행복에 위험한 일로, 아동권리협약 제31조와 제32조에 위반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4년부터 이 공연을 중단했다. 이와 관련해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를 통해 당시 공연 중단 결정이 북한 주민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북한이 김정은 집권 후 부드러운 이미지를 위해 집단체조를 중단했지만, 올해 9·9절 70주년을 자축하는 동시에 외화벌이 등을 위해 공연을 재개한 것으로 분석한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