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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집에 가는 태국 동굴 소년들, "볶음밥 제일 먹고 싶어"

중앙일보 2018.07.19 08:07
18일 치앙라이 동굴에서 구조된 소년들과 코치가 의료진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8일 치앙라이 동굴에서 구조된 소년들과 코치가 의료진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저도 네이비실 대원이 되어 사람들을 돕고 싶어요."

치앙라이 동굴에서 구조된 축구팀 소년들, 퇴원
"돌아가며 동굴벽 팠다..엄마한테 혼날까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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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치앙라이 탐 루앙 동굴에 보름 이상 갇혔다가 기적적으로 구출된 13명의 축구팀 소년들과 코치가 18일(이하 현지시간) 처음으로 대중 앞에 섰다. 더 네이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병원 치료를 마친 기념으로 기자회견을 연 이들은 자신들을 찾아준 구조대에 감사하며 “우리도 누군가를 돕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소년 12명과 코치는 이날 팀의 상징인 붉은색 멧돼지가 인쇄된 유니폼을 입고 기자회견장에 등장해 축구 시범 등을 보인 후 밝은 얼굴로 당시 상황을 털어놓았다. 엑까뽄 찬따웡(25) 코치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3일 한 시간만 머물다 나올 생각으로 동굴에 들어갔으나 갑자기 통로에 물이 차오르면서 나갈 길이 막혔다. 한 소년은 “동굴에 갇혔을 때 우선 집에 가서 엄마에게 꾸중을 들을까 봐 겁났다”고 했다.
소년들이 기자회견에 앞서 축구 연습을 하며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PA=연합뉴스]

소년들이 기자회견에 앞서 축구 연습을 하며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PA=연합뉴스]

동굴 안에서는 열흘 가까이 물로만 배를 채웠으며 순서를 정해 땅을 팠다. 땅을 판 것은 탈출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무언가 할 일이 필요해서’였다고 코치는 밝혔다. 이들은 고립된 지 열흘 만에 영국 잠수전문가들에게 발견됐다. 구조대와 영어로 대화를 해 주목 받았던 미얀마 출신 난민 아둔 삼온(14)은 “영국에서 온 사람이 우리를 구하러 왔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기적 같았다”고 말했다.
 
언론에 잘못 알려진 사실들도 바로잡았다. 엑까뽄 코치는 “보도된 것과 다르게 우리 팀 대부분의 아이들은 수영을 할 줄 안다. 처음 물이 차올랐을 때도 수영을 해 둔덕으로 올라갔다”고 전했다. 그는 또 “첫 구조 작전 때 모두가 건강한 편이었으며, 먼저 나가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말하라고 했으나 아무도 손들지 않았다”고 답했다.
구조작업 중 사망한 사만 쿠난 이야기를 하다 눈물을 터뜨린 소년. [AP=연합뉴스]

구조작업 중 사망한 사만 쿠난 이야기를 하다 눈물을 터뜨린 소년. [AP=연합뉴스]

소년들은 이날 회견에서 자신들을 구하려다 사망한 태국 전직 네이비실 잠수부 사만 쿠난에 대해 애도를 표했다. 이들은 그의 고귀한 희생에 감사하는 뜻에서 일정 기간 승려로 지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불교 국가인 태국에서는 자발적으로 단기간 승려 생활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다.
 
장래희망을 묻자 축구팀 멤버들답게 여럿이 “프로축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지만, 일부 소년들은 “네이비실 대원이 되겠다”는 새로운 꿈을 밝히기도 했다. 
 
동굴 안과 병원에서 볶음밥이 가장 먹고 싶었다는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갔다. 의료진은 “치료 기간 아이들의 몸무게가 3㎏가량 늘었고 혈액 검사 결과도 좋다”며 “앞으로도 아이들의 건강을 추적 관찰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년들은 곧바로 일상생활로 돌아가며, 이후 인터뷰는 하지 않는다. 치앙라이주 정부는 아이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 향후 아이들은 물론 가족도 일절 언론 인터뷰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생환자와 가족의 생활을 방해할 경우 아동보호법에 따라 기소될 수 있다고 언론에 경고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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