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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북한, 소말리아 해적에 잠수정 수출 시도…대북제재 벗어나기 안간힘

중앙일보 2018.07.19 06:00
북한이 2007년 연어급을 개량해 수출했다고 추정되는 이란 가디르급 잠수정 [사진 밀리터리엣지]

북한이 2007년 연어급을 개량해 수출했다고 추정되는 이란 가디르급 잠수정 [사진 밀리터리엣지]

 
북한이 대북제재로 무기 수출길이 막히자 해적에 접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보 관계자는 18일 “북한이 외화벌이 목적으로 소말리아 해적에 잠수정 수출을 추진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 정보기관은 지난 2015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지금도 이와 관련된 북한의 동태를 감시하고 있다. 북한이 수출을 시도했던 잠수정은 북한에서 생산한 제품이다. 여기엔 독일제 엔진(MTU-1800)을 탑재했다. 이에 따라 독일 정보기관도 바쁘게 움직였다고 한다. 독일에서 생산한 금수품목이 대북제재를 뚫고 북한에 들어갔다는 정황 때문이다. 여기에다 독일 엔진을 장착한 북한 잠수정이 해적에 판매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오자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강력한 대북제재 효과 곳곳에서 보여
독일 엔진 잠수정 해적에 수출 시도
中, 비료 공급 줄이자 북한 식량 줄어
석탄 수출길 막히자 수출용 탄광 폐쇄

 
관계 기관은 고위급 탈북자를 통해 입수한 정보를 분석했다. 북한 전략은 매우 치밀했다고 한다. 북한은 중국인을 내세워 홍콩이나 싱가포르를 통해 독일 엔진을 수입했다. 이들 동남아 국가들에는 유명 관광지가 많아 관광용 잠수정 제작에 사용한다는 명분으로 엔진을 들여올 수 있었다. 또한, 북한은 잠수정을 관광용으로 사용을 마치면서 엔진도 폐기했다는 가짜 서류를 만든 뒤 엔진을 밀수했다고 한다. 북한은 이런 방법으로 확보한 독일산 엔진으로 잠수정을 만들어 1척 당 2700만 유로(355억원)를 받고 해외에 판매한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판로 개척에도 중국인을 내세워 북한 개입 사실을 감추려 했다. 북한 군부에 정통한 소식통은 “중국인이 개입해 거래를 중계하다 보니 해적과 거래관계를 만드는 게 어렵다”며 “잠수정 수출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생산하는 130t 연어급 소형 잠수정, 북한이 해적에 수출을 노린 잠수정은 크기가 조금더 크다. [중앙포토]

북한에서 생산하는 130t 연어급 소형 잠수정, 북한이 해적에 수출을 노린 잠수정은 크기가 조금더 크다. [중앙포토]

 
대북제재로 인한 북한 경제 악화는 잠수정 수출 외에도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최근엔 외화벌이 수단인 석탄 수출도 막혔다.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이 지난달 내놓은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 석탄이 인천과 포항으로 유입됐다. 북한은 석탄을 러시아 항구로 먼저 보낸 뒤 러시아산 석탄으로 둔갑시켜 ‘국적세탁’을 시도했다. 이렇게 지난해 10월과 올해 2월 국내로 반입된 북한 석탄을 한국을 거쳐 다시 제3국으로 나갔다.
 
북한에서 수출업무에 종사했던 탈북자는 “북한 석탄 탄광은 수출용과 내수용으로 구분된다”며 “중국 요구 기준에 맞춘 수출용 석탄은 북한 내수용보다 품질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당에서 정한 방침에 따라 중국에는 고열량 석탄(5800kcal/㎏ 이상)을 수출하고 저열량 석탄은 내수용으로 쓴다"고 말했다. 고열량 석탄의 생산지도 밝혀졌다. 개천ㆍ구장ㆍ순천ㆍ안주ㆍ북창 등의 탄광이다.  
 
중국 소유 카이샹호가 지난해 8월 북한 항구에서 석탄을 선적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말 유엔이 이 사진을 제출하고 해당 선박을 블랙리스트에 포함하라고 요구했지만 중국 반대로 제재 대상에서 제외됐다. [사진 WSJ]

중국 소유 카이샹호가 지난해 8월 북한 항구에서 석탄을 선적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말 유엔이 이 사진을 제출하고 해당 선박을 블랙리스트에 포함하라고 요구했지만 중국 반대로 제재 대상에서 제외됐다. [사진 WSJ]

 
그러나 대북 소식통은 "북한 현지 사정을 알아보니 북한 당국이 지난해부터 고열량 석탄 생산을 전면 중단했다"고 귀띔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해 9월 대북제재 결의안 2375호를 통해 석탄 수출입을 전면 금지하면서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제한적,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석탄 유통은 완전히 막혔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수출길이 막혔다고 질 좋은 석탄을 주민들에게 공급하지 않았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지난해 유엔 결의안 2375호가 나온 뒤 국제사회가 (북한의 석탄 수출 등을) 엄격하게 감시하고 있다”며 “지난해 연말 일부 밀수 시도가 있었지만, 이제는 현실적으로 석탄을 불법적으로 비밀리에 수출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김정은이 지난 3월 25일부터 28일까지 부인 리설주와 함께 중국을 방문했다. [사진 연합뉴스]

김정은이 지난 3월 25일부터 28일까지 부인 리설주와 함께 중국을 방문했다. [사진 연합뉴스]

 
이와 함께 식량 수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 3월 중순 북·중 접경지역을 다녀온 대북소식통은 “김정은이 3월 26일 중국을 방문했던 이유는 대북제재 해제 때문”이라며 “중국 시진핑 주석에게 비료 공급을 재촉했다”고 말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지난 10일 공개한 ‘세계정보 조기경보(GIEWS)’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 비료 공급량은 61만200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나 감소했다. 김정은이 발 빠르게 움직인 이유다. 올해도 비료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북한의 식량 생산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
 
지난 2006년 여수 낙포항 부두에서 대북지원 비료를 선적하고 있다.[사진 중앙포토]

지난 2006년 여수 낙포항 부두에서 대북지원 비료를 선적하고 있다.[사진 중앙포토]

 
북한이 90년대 식량난을 겪었던 이유 중 하나도 비료 공급 부족에 있다. 북한은 이후 ‘2.8 비날론 연합기업소’·‘흥남 비료 연합기업소’·'남흥 청년화학연합기업소' 등에서 비료를 생산했고 부족분은 중국에서 지원한 물자로 충당했다. 북한은 90년대 이후 줄곧 한국 정부에 비료 지원을 요구했지만, 비료 공급에 여유가 생긴 이후엔 비료 지원을 거부하며 다른 물품 지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이 대북제재 강화 차원에서 비료 공급을 중단하자 지난해부터 피해가 다시 나타났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북한 토양은 황폐해진 상태라 비료 공급이 줄면 식량 생산량이 많이 감소한다”며 “비료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 내년 봄 극심한 식량난을 겪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최영림 내각 총리가 지난 2011년 8월 함흥 흥남비료연합기업소를 시찰하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연합뉴스]

북한 최영림 내각 총리가 지난 2011년 8월 함흥 흥남비료연합기업소를 시찰하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연합뉴스]

  
더구나 북한의 식량 생산량은 이미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FAO 보고서에 따르면 2018 양곡 연도(2017년 11월~2018년 10월) 북한 곡물 생산량은 도정 전 기준으로 548만t으로 전년도 생산량보다 5% 감소했다. 지난해 가을 추수한 쌀과 옥수수 등 주요 작물과 올해 6월 추수한 밀ㆍ보리ㆍ감자 등 이모작 작물이 포함된다. 실제 소비되는 식량은 도정 후 440만t 정도인데 100만t 이상 부족하다. 북한 인구를 고려하면 약 560만~650만t 식량이 필요하다. 경제난이 극심했던 ‘고난의행군’ 시기 식량 생산량은 280만t 수준이었다. 그러나 김정은 방중 이후 중국이 북한 요청을 수락해 비료를 공급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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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현지 지도에서 간부들을 공개적으로 질책하는 모습이 여러차례 포착됐다. 현지 지도에 나서면 성과를 확인하고 포상을 내리던 김 위원장의 이전 모습과는 달라졌다는 것이다. 정보 관계자는 “최근 대북제재 강화로 경제 성과가 눈에 띄게 줄면서 김정은이 현장에서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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