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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참패후 개헌으로 급선회한 한국당...민주당은 "개헌은 블랙홀"

중앙일보 2018.07.19 06:00
잠잠해진 개헌론이 후반기 국회 시작과 함께 되살아나고 있다. 17일 문희상 국회의장이 “올해 연말까지 여야가 합의된 개헌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국회의장으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헌 논의는 블랙홀”이라며 논의를 피하는 있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민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4당 원내대표단과 회동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장병완,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문 의장,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문희상 국회의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4당 원내대표단과 회동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장병완,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문 의장,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은 18일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을 이루는 가장 큰 장애가 바로 민주당”이라며 “지금 민주당의 태도는, 민주주의 근본원칙을 지켜내라는 촛불 시민혁명의 뜻을 배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이라고 말했다. 신보라 한국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민주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과 문 의장까지 나서 연내개헌을 요구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개헌에 일말의 진정성이 있다면 바로 지금이 개헌논의에 나설 때“라고 강조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반면 민주당은 미지근하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전날 “개헌 논의는 해야 하겠다”면서도 “작년부터 국회가 합의도 이뤄내지 못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것도 제대로 법적 절차도 지키지 않고 폐기한 지 얼마 안 되기 때문에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병원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8일 “경제와 민생에 대한 입법들이 굉장히 중요해지고 있는 시기에 개헌 문제는 경제민생 입법들을 외면하는 하나의 블랙홀로 작용할 수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 전까지는 개헌을 놓고 한국당을 압박했다.
 
여야의 공수가 바뀐 건 개헌과 패키지로 논의되고 있는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이 깊다. 문 의장도 18일 “선거제도 개편이 따르지 않는 개헌의 의미가 없다”며 “득표수에 비례하는 원칙(연동형 비례대표제)에 국민이 동의한다”고 밝혔다. 당초 한국당은 선거제도 개편에 소극적이었다. 각 지역구에서 1위 득표자만 당선되는 현행 소선구제를 유지하는 게 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가진 한국당에 불리할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런데 지방선거 후 이같은 셈법에 변화가 생겼다. 서울시의회(전체 의석 110석)만 놓고 봐도 그렇다. 민주당은 50.9%의 표를 얻었지만 102석을 확보해 전체 의석의 90%를 차지했다. 반면 한국당은 25.2%의 표를 받았지만 6석(5.5%)의 의석만 건졌다. 한국당의 거점이었던 부산시의회에서도 한국당은 36.7%의 득표를 얻었지만, 의석은 6석(12.8%)만 얻었다. 바른미래당ㆍ민주평화당ㆍ정의당 등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 때문에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18일 라디오에서 “지방선거를 통해서도 왜 선거구제가 꼭 개편돼야 하는지를 여실하게 보여줬다”며 “민주당이 전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기는 했지만, 전체 지지율의 50%를 얻고 시도의회의 90%의 의석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흐름이 2020년 총선까지 이어진다면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성적표는 더 절망적이다. 중앙선데이가 지난 23일 지방선거 득표율을 기준으로 총선에 적용한 결과 300석 중 더불어민주당(228석), 한국당(50석), 정의당(5석), 바른미래당(4석), 민주평화당(3석), 무소속(10석) 등이었다.  한국당은 지난 총선 때 얻은 122석에 비해 의석이 72석이나 줄어든다. 바른미래당(30석)도 비례대표로만 4석을 간신히 건지고 지역구 의원 당선자는 전무하다. 
 
야당 입장에서는 각 정당의 전체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나눠 갖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을 원할 수밖에 없다. 반면 민주당은 현행 소선구제를 유지하는 게 유리한 상황이다. 바른미래당 한 의원은 “현재 기준으로 하면 야권은 미래가 없지만, 선거제도 개편이 이뤄지면 어느 정도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개헌ㆍ선거제도 개편을 위해 야권이 얼마만큼 뭉칠지는 미지수다. 당장 지난 7월 초 김성태 원내대표가 주도했던 개헌 연대는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으로 퇴짜를 맞았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던 바른미래당도 ‘개헌연대’, ‘개혁입법연대’ 등에 대해 ‘편가르기’라며 거리를 두고 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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