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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멋낸 티 안나게 옷 골라줘"…삼성물산 'AI 패션' 실험

중앙일보 2018.07.19 05:00
국내 1위 패션기업 삼성물산이 인공지능(AI) 기반의 패션 스타트업에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삼성물산과 벤처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2016년 말 국내 AI 스타트업 '알리나'(Alina)에 30억 원을 투자했다. 이건희 회장의 둘째 딸인 이서현 사장이 이끄는 삼성물산 패션 부문이 AI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삼성물산이 AI를 패션 산업에 접목하는 실험에 나선 것이다. 이 회사는 이전에도 YG엔터테인먼트 등과 합작한 브랜드 노나곤의 ‘네추럴나인’과 서울언니가 추천하는 옷 컨셉의 여성 쇼핑몰(서울스토어)를 운영하는 ‘디유닛’ 등 다른 패션 스타트업에 투자한 적은 있지만 AI 기업에 대한 투자는 이번이 처음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개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추천해주는 서비스 '어나더클럽'이 사용자에게 보내는 상품 추천 예시. 어나더클럽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알리나'는 삼성물산으로부터 30억원을 투자받았다. [사진 알리나]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개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추천해주는 서비스 '어나더클럽'이 사용자에게 보내는 상품 추천 예시. 어나더클럽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알리나'는 삼성물산으로부터 30억원을 투자받았다. [사진 알리나]

 
알리나는 벤처업계에서 연쇄 창업가로 유명한 노정석 씨가 구글 재직 시절 검색엔진팀 동료였던 김형욱 대표와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알리나의 이사회 의장을 맡은 노 씨는 자신이 창업한 기술 스타트업 2곳(태터앤컴퍼니ㆍ파이브락스)을 구글ㆍ탭조이 등 미국 기업들에 성공적으로 매각한 연쇄 창업자다. 삼성물산은 유명 연쇄 창업자와 우수한 컴퓨터 엔지니어들이 모인 알리나가 마케팅 기법이 아닌 AI 기술로 패션 상거래를 혁신하겠다는 기술 기업이라는 점에서 투자 매력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알리나는 사용자들에게 AI를 활용해 최적의 옷차림을 추천해주는 개인화된 패션 스타일링 서비스 ‘어나더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시작은 자칭 ‘패알못(패션을 알지 못하는 사람)’인 김형욱 대표였다. 그는 “검색엔진으로 최적의 검색 결과를 찾는 기술을 개발해왔는데, ‘내 옷도 누군가 최적의 결과를 찾아 추천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창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인공지능 선구자로 꼽히는 영국의 수학자 ‘알렌 튜링’에게 패션 스타일리스트 여동생이 있었다면 이름이 ‘알리나 튜링’이었을 것"이라며 회사 이름을 ‘알리나’로 지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개인의 취향과 신체사이즈, 상황 등에 맞는 최적의 옷을 추천해 배송해주는 알리나의 '어나더클럽'.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개인의 취향과 신체사이즈, 상황 등에 맞는 최적의 옷을 추천해 배송해주는 알리나의 '어나더클럽'.

 
현재 알리나는 인간 스타일리스트가 소비자들의 요청에 따라 옷을 골라주는 과정에 AI를 반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소개팅 나갈 때 입을, 너무 멋 낸 티가 나지 않는 옷 좀 골라 주세요’ 같은 요청이 오면 인간 스타일리스트는 해당 사용자의 취향이 담긴 설문 결과와 구매내용 등을 고려해 5개를 추천해 보낸다. 이때 다양한 AI 알고리즘으로 사용자의 신체 치수나 취향에 최적화된 옷을 추천하는 게 핵심이다. 선물처럼 잘 포장된 제품을 배송받은 사용자는 마음에 드는 물건만 골라 결제하고, 나머지는 반품 버튼을 누르면 택배기사가 방문해 수거해 간다. 알리나는 현재 남성복 브랜드 500종을 판매 중이다. 주 사용자는 30~40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져 매월 150%씩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곧 여성복도 판매할 예정이다. 
 
알리나의 어나더클럽은 미국의 유명 AI 큐레이션 서비스인 '스티치픽스'와 유사하다. 뉴욕에서 2011년 설립된 스티치픽스는 AI가 사용자의 취향과 상황에 맞게 옷을 골라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지난해 10월 나스닥에도 상장했다. 상장 전인 2016년 영업이익만 7억7000만 달러(약 8800억원)를 기록했다. 개인화 커머스의 대표주자인 아마존도 유료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옷이나 액세서리를 무료로 배송받아 먼저 입어본 후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프라임 워드로브)를 지난해 6월 시작했다. 아마존이 여기에 개인 취향에 맞는 옷 추천 서비스를 시도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40조원 규모의 국내 패션시장도 온라인으로 성장 축이 이동하고 있어 AI 기술 엔지니어들이 패션산업에도 눈을 돌리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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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창업자이자 엔젤투자자인 노정석 알리나 이사회 의장.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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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나 측은 앞으로 AI를 고도화해 소비자 반품률을 낮추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김형욱 대표는 "반품시 남긴 피드백이나 짧은 한 마디 같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천 성공률을 높이겠다"며 "이런 데이터와 기술이 누적되면, 인간 스타일리스보다 AI가 추천하는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정석 의장은 "논리보다는 감성, 기술보단 마케팅의 영역이라고 불린 패션산업도 AI를 통해 완전히 다른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며 "AI가 (문자가 아닌) 이미지ㆍ비디오ㆍ오디오도 검색할 만큼 진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AI가 추천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내 옷을 디자인해주는 기술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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