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현경 사회팀 기자
“전관(前官) 변호사였으면 좋겠어.”
어디서 전관 타령이냐며 일축해버렸지만, 친구의 이야기는 곱씹을수록 썼다. 지난해 9월 김명수 대법원장이 “전관예우의 현실을 인정한다”고 말했던 인사청문회를 보면서도, 올해 3월 차한성 전 대법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변호를 맡았다 물러났을 때도 그의 말이 떠올랐다.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 대법관이라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 사람들이 변호사가 되면 재판이나 수사에서 알게 모르게 특혜를 받을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고 해도, 그들의 변호사 개업을 막을 순 없다. 대한변협은 이번에 대법관으로 임명 제청된 김선수 변호사에게 ‘대법관이 된다면 전관예우 철폐를 위해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는 서명을 받아냈다. 이는 거꾸로 이런 각서식 약속이 아니라면 전관의 변호사 개업을 금지할 방법이 없음을 보여준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7/19/d80fc0c0-8148-4694-8aa2-c3697a9fe0d6.jpg)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많은 전직 대법관들이 변호사로 개업한다. 기대수명 82세 시대에 대법관으로 퇴임했다고 해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경제활동을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래도 대법관 출신들의 개업 소식만큼은 허탈감을 준다.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대법관이 있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그 위에 한 칸 더,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지난 1월 퇴임한 박보영 전 대법관이 ‘시·군 판사’에 지원했다. 작은 건물에서 서민 사건을 살피는 자리로 5년째 새로 임용되는 사람이 없을 만큼 인기 없는 자리다. 대형 로펌에서 높은 수임료를 받으며 일하는 길 대신, 번화하지 않아 정식 법원이 없는 시골 판사를 택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다만 전에도 퇴임 후 새로운 시도를 한 대법관이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리 오래 가지 못 했다. 부디 박 전 대법관은 시·군 판사로서 오랫동안 소임을 다했으면 한다. 그리고 이런 선택이 더는 뉴스거리가 되지 않는 그런 날이 오길 바란다.
문현경 사회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