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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고래들의 무역전쟁에 등 안 터지려면

중앙일보 2018.07.19 01:45 종합 30면 지면보기
박현영 글로벌경제팀장

박현영 글로벌경제팀장

#1. 미국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는 이달부터 중국에서 가격을 올렸다. 관세 인상분을 반영해 대표 차종인 모델S는 1억2000만원에서 1억4000만원이 됐다. 차는 같은데 가격만 올랐으니 고객 발길이 뜸해졌다. 미국산 차를 중국으로 수출하는 BMW·다임러도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판매 급감을 피하면서 관세 인상분을 반영하는 마법 같은 가격을 찾고 있다.
 
#2. 미국 미주리주의 한 마을은 희비가 엇갈렸다. 망해 가던 알루미늄 공장은 미국이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고율 관세를 매기면서 웃음을 되찾았다. 사람을 새로 뽑고 공장을 돌릴 채비를 하고 있다. 반면 이웃의 콩 농가는 한숨짓고 있다. 중국이 미국산 콩에 고율 관세를 매기자 수출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의 수출 상품에 고율 관세를 매기는 무역전쟁이 현실이 됐다. 이번과 같은 포괄적 무역 전쟁은 1930년 미국이 2만여 개 수입품목에 평균 59%의 관세를 매긴 이후 88년 만이다. 두 나라의 전쟁이지만 웬만한 무역 국가는 영향권 안에 있다. 글로벌 공급망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기 때문이다. 원료와 중간재가 수출·수입을 반복하며 완제품이 되고, 농산물·식품도 국경을 넘나들며 가공 과정을 거친다.
 
세계 1, 2위 경제 대국 미국과 중국의 싸움이기에 파급력은 더 크다. 고래 싸움에는 수많은 새우가 끼어 있다. 한국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 중국이고, 그중 중간재가 79%를 차지한다. 미국이 지난 10일 2차 관세 부과 발표로 전선을 넓히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이 전쟁이 자국 산업과 경제에 미칠 영향과 대책을 논의하느라 각국 정부가 분주하다. 베트남 등은 국책 연구기관이 상황 분석 보고서를 내놨다.
 
하지만 국내 기업은 정부나 책임 있는 기관으로부터 대책을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안에서 싸우느라 밖에서 번지고 있는 큰불을 보지 못하는 건 아닌가 걱정된다.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시행으로 인한 혼란을 끄는 데 행정력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산 차가 중국에서 덜 팔리면 한국차는 반사이익을 얻을까. 중국 수출길이 막힌 미국산 쇠고기, 미국 수출길이 막힌 중국산 농산물이 국내로 쏟아져 들어오진 않을까. 미국에 맞서기 위해 우호 세력을 모으는 중국이 한국은 누구 편이냐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할까. 
 
이번 싸움은 관세만의 문제도 아니다. 미·중 갈등의 바탕에는 중국의 첨단기술 양성 정책인 ‘중국제조 2025’가 자리하고 있다. 중국의 기술 굴기에 대해 한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국민의 궁금증에 정부가 답해야 한다. 무역 의존도가 64%인 한국의 포용적 성장 전략은 무역을 빼놓고 얘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현영 글로벌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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