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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거기 어디?] '말'이 필요 없다…앱으로 시키면 로봇이 커피 만드는 카페

중앙일보 2018.07.19 00:00
잠실 롯데월드몰의 로봇카페 '비트'에서 커피로봇 '로빈'이 만들어 준 아이스초코.

잠실 롯데월드몰의 로봇카페 '비트'에서 커피로봇 '로빈'이 만들어 준 아이스초코.

더위를 피해 찾아온 쇼핑족들로 붐비는 잠실 롯데월드몰. 매장을 여기 저기 둘러보다 목이 말라진다. 스마트폰을 꺼내 앱으로 커피를 주문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키자 제조 시작 시간과 픽업 시간이 뜬다. 약 15분이 걸린다. 골라둔 옷을 마저 피팅한 뒤 시간에 맞춰 커피를 찾으러 간다.
 
카페엔 아무도 없다. 완성된 아메리카노가 유리창 안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주문할 때 받은 PIN 넘버를 입력하자 유리창 안의 기계가 커피잔을 들어 픽업 창구 앞에 놓는다. 창구가 열리고, 금방 완성해 얼음이 녹지 않은 시원한 커피가 손에 쥐어진다. 달콤커피에서 운영하는 로봇카페 ‘비트(b;eat)’에서 커피를 마시는 과정이다.  
 
커피 머신을 이용해 커피를 제조하고 주문자에게 서빙까지 하는 커피로봇 '로빈'. 영문 이름 'ROBEAN'이 옆면에 쓰여 있다.

커피 머신을 이용해 커피를 제조하고 주문자에게 서빙까지 하는 커피로봇 '로빈'. 영문 이름 'ROBEAN'이 옆면에 쓰여 있다.

최근 인스타그램(이하 인스타) 등 SNS에는 흰색의 거대한 로봇이 커피를 만드는 영상이 자주 올라온다. 해시태그 ‘#로봇카페’가 달린 게시물이 1200개에 달한다. 분주하게 움직이며 일회용 컵에 커피를 담아 내놓는 로봇의 생김새는 어깨와 팔꿈치에서 관절이 두 번 꺾이는 사람 팔을 연상시킨다. 팔 끝에는 컵을 안정적으로 들어 옮길 수 있도록 컵 홀더 모양의 손이 달렸다. ‘로봇 바리스타’라고 부르기엔 역할이 너무 작지만, 단순한 커피 자판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달콤커피의 로봇카페 ‘비트’는 현재 16개 장소에서 운영되고 있다. 인천공항 제2터미널, 잠실 롯데월드몰, 영등포 CGV, 동탄 카림애비뉴 등이다. 각 지점을 ‘매장’이라고 부르긴 하지만, 커피숍이라기 보다는 로봇이 운영하는 무인 부스에 가깝다. 테이블과 의자가 따로 없어 테이크아웃만 가능하다. 대부분의 매장이 대형 복합쇼핑몰 안에 자리잡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롯데월드몰 3층에 위치한 비트. 쇼핑객들이 흥미를 보이며 구경하고 있다.

롯데월드몰 3층에 위치한 비트. 쇼핑객들이 흥미를 보이며 구경하고 있다.

지난 17일, 로봇이 만들어주는 커피를 맛보기 위해 16개의 비트 중 롯데월드몰점을 찾았다. 3층 롯데리아 바로 옆에 있다. 유리창 안에 다소곳이 손님을 기다리는 로봇이 보였다. 각 지점의 로봇에게는 이름이 있는데, 롯데월드점의 커피로봇은 ‘로빈’이다. 롯데월드의 ‘로’와 커피콩을 뜻하는 ‘빈(bean)’을 합친 이름이다. 로빈이 이 곳에서 커피를 팔기 시작한 건 지난 5월 24일부터다. 지난 1월 말에 만들어진 인천공항 두 지점의 1·2호 로봇은 각각 오빌과 윌버다. 비행기를 발명한 라이트 형제의 이름이다.
 
로빈 옆에는 여느 카페처럼 시럽, 컵 뚜껑, 휴지 등이 놓인 셀프 바가 있었다. 그 옆에는 주문용 키오스크가 있다. 평일 낮이라 그런지 로봇카페에는 사람이 없었다. 비트 앱을 사용하면 사전 주문이 가능하지만, 줄을 설 필요도 없으니 현장에서 바로 주문을 해보기로 했다.
로빈 옆에 위치한 셀프바와 주문용 키오스크. 현재 비트커피 앱에 가입하면 음료 값을 1000원 할인해주는 이벤트 중이다.

로빈 옆에 위치한 셀프바와 주문용 키오스크. 현재 비트커피 앱에 가입하면 음료 값을 1000원 할인해주는 이벤트 중이다.

 
키오스크 사용법은 은행 ATM 기기를 써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커피 메뉴를 골라 장바구니에 담은 뒤, 신용카드나 삼성페이 등 결제수단을 선택하고 계산하면 끝. 메뉴는 로빈의 제조 능력을 고려해 간단한 커피들로 구성됐다. 모두 달콤커피의 원재료를 그대로 사용한다. 아메리카노 2000원, 카페라떼 2500원, 바닐라라떼 2800원으로 음료 가격은 3000원을 넘지 않는다.
 
키오스크에서 아이스초코를 주문하는 모습.

키오스크에서 아이스초코를 주문하는 모습.

아이스초코를 한 잔 주문하고 결제했다. 주문 완료와 동시에 영수증이 출력된다. 주의할 점은, 일반 카페에서처럼 이 영수증을 구겨서 버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커피를 찾을 때 쓰는 PIN 번호가 적혀 있기 때문에, 네 자리 번호라도 확인한 후에 버려야 한다.
 
키오스크에서 영수증을 뽑기도 전에 성격 급한 로빈이 커피를 만들기 시작했다. 로빈이 일회용 컵을 하나 집어들고 왼편의 정수기에서 얼음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는 얼음이 든 컵을 반대편 커피머신으로 옮겨 자리에 내려놓는다. 빈 손으로 터치패드의 버튼을 누르자 자리에 놓인 컵 안으로 초코와 우유가 동시에 쏟아진다. 완성된 아이스초코는 로빈에 의해 출고 대기 자리에 놓였다.
 
차가운 음료를 주문 받은 로빈이 일회용 컵에 얼음을 가득 채우고 있다.

차가운 음료를 주문 받은 로빈이 일회용 컵에 얼음을 가득 채우고 있다.

얼음잔을 커피 머신에 내려놓고 메뉴를 세팅하는 로빈.

얼음잔을 커피 머신에 내려놓고 메뉴를 세팅하는 로빈.

로빈이 완성된 아이스초코를 집어 들고 있다.

로빈이 완성된 아이스초코를 집어 들고 있다.

바닥에 둥근 모양으로 패인 홈이 완성된 음료를 보관하는 자리다. 이 자리에서 보관하다, 손님이 픽업 암호를 입력하면 해당 음료를 창구에 내놓는다.

바닥에 둥근 모양으로 패인 홈이 완성된 음료를 보관하는 자리다. 이 자리에서 보관하다, 손님이 픽업 암호를 입력하면 해당 음료를 창구에 내놓는다.

영수증에 적힌 픽업용 비밀번호.

영수증에 적힌 픽업용 비밀번호.

로빈이 보관 중인 아이스초코를 찾기 위해 핀 넘버를 입력하고 있다.

로빈이 보관 중인 아이스초코를 찾기 위해 핀 넘버를 입력하고 있다.

픽업창구를 통해 밖으로 나온 아이스초코. 창구가 닫힐 때 손을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픽업창구를 통해 밖으로 나온 아이스초코. 창구가 닫힐 때 손을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픽업 창구 바로 위 화면에 PIN 번호 네 자리를 입력했다. 그러자 로빈이 기다렸다는 듯 아이스초코 잔을 들어 픽업대에 올려둔다. 이내 픽업 창구가 열리고 주문한 음료가 기계 안에서부터 밀려 나온다. 음료를 주문하고 마시기까지 3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키오스크가 아닌 연동 앱으로 주문하고 픽업 시점에 맞춰 비트를 찾는다면 3분도 기다릴 필요가 없다.
 
 달콤커피의 최효진 팀장은 “완성된 음료는 온도에 따라 히팅시스템과 쿨링시스템에서 따로 보관하기 때문에 픽업 시점에 최상의 음료 맛을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쇼핑에 지친 상태로 카페에서 장시간 대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비트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최 팀장은 “롯데월드몰 ‘비트’에서만 평일 300잔, 주말 400잔 내외가 팔린다”며 “편리하고 신기하다는 반응이 가장 많다”고 말했다.
 
매일 오후 12시부터 8시까지는 관리자가 매장을 지킨다. 손님들의 이용에 직접 관여하진 않지만 종종 문의에 응대하고 비트카페 내부에 저장된 원재료를 관리한다.

매일 오후 12시부터 8시까지는 관리자가 매장을 지킨다. 손님들의 이용에 직접 관여하진 않지만 종종 문의에 응대하고 비트카페 내부에 저장된 원재료를 관리한다.

무인 로봇카페이긴 하지만,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를 대비해 비트바이저(b;eatvisor, 비트 관리자)가 하루 1회, 또는 수시로 방문한다. 처음 보는 형태의 카페에 낯설어하는 손님들에게 이용 방법을 설명하고 원재료 물량을 관리하는 역할이다.
 
달콤커피 측은 “로봇카페 비트는 단순히 커피를 제조해 판매하는 커피 로봇이 아니라, 비트 앱을 사용하는 고객의 경험과 가치를 토대로 플랫폼 사업을 전개하기 위한 달콤커피의 미래 전략사업”이라며 “현재 16곳에 설치 운영 중인 비트 카페가 올해 안에 100곳으로 늘어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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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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