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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쓰면 파워업…프로야구 '안경 선배' 전성시대

중앙일보 2018.07.18 00:09 경제 6면 지면보기
격렬하게 뛰는 스포츠 선수에게 안경은 어울리지 않는다. 부딪히면 부상을 입을 수도 있어서다. 그런데 국내 프로야구에는 유독 안경을 낀 선수들이 많은 편이다. 
 

야구와 시력, 안경 쓰는 선수들
한화 이성열 안경 쓰고 최고 활약
박세웅 롯데 ‘안경 에이스’ 계보 이어
“장시간 경기, 렌즈보다는 안경을”

[포토]이성열,선제 투런포 꽝

[포토]이성열,선제 투런포 꽝

 
한화 지명타자 이성열(34)이 대표적이다. 그는 올해부터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 이성열은 올 초부터 눈에 피로감을 느꼈다. 난시가 심해지면서 공이 날아올 때, 휘어 보이거나 겹쳐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타격할 때 어려움을 겪을 정도였다. 이성열은 눈 검사를 받은 뒤 올 시즌부터 안경을 쓰고 그라운드에 나섰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타격이 좋아졌다. 이성열은 프로 생활 16년을 통틀어 올해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전반기 타율 0.314에 18홈런·57타점을 기록하면서 한화를 2위로 이끌었다.  
 
이성열은 “안경을 써본 적이 거의 없었다. 불편할까 봐 걱정도 많이 했다”면서 “그런데 막상 안경을 쓰니까 눈의 피로가 줄었다. 타석에서 공도 잘 보인다. 앞으로도 계속 안경을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프로야구 LG 트윈스-NC 다이노스 전이 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박용택이 경기전 kbo리그 개인통산 최다안타 신기록 기념식 중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잠실=양광삼 기자

프로야구 LG 트윈스-NC 다이노스 전이 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박용택이 경기전 kbo리그 개인통산 최다안타 신기록 기념식 중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잠실=양광삼 기자

 
이성열이 안경을 쓰게 된 건 ‘원조 안경 선수’로 유명한 LG 박용택(39)의 권유 덕분이었다. 박용택은 지난 2001년 라식 수술로 시력 교정을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공이 예전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2011년부터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안경을 쓴 이후 매년 3할 타율을 기록할 정도로 꾸준한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다. 박용택은 이제 소장하고 있는 안경만 수십 개에 달할 정도로 안경 사랑이 극진하다. 이 밖에도 KBO리그에서 안경을 쓰는 타자로는 박정권(SK), 정성훈(KIA), 채은성(LG) 등을 꼽을 수 있다.
 
프로 야구 선수 최동원.

프로 야구 선수 최동원.

염종석. [중앙포토]

염종석. [중앙포토]

kt wiz-롯데 자이언츠 전이 21일 수원에서 열렸다. 롯데 선발 박세웅이 역투하고 있다. 수원=양광삼 기자

kt wiz-롯데 자이언츠 전이 21일 수원에서 열렸다. 롯데 선발 박세웅이 역투하고 있다. 수원=양광삼 기자

 
안경을 쓰는 투수들도 적지 않다. 특히 롯데에는 고(故) 최동원-염종석(45·은퇴)-박세웅(23)으로 이어지는 ‘안경 에이스’ 계보가 있다. 최동원은 어렸을 때부터 시력이 0.7로 좋지 않았다. 그래서 경남중 2학년 때부터 안경을 썼다. 1992년 혜성같이 등장한 염종석도 금테 안경을 쓰고 강속구를 뿌렸다. 대구 경운초 2학년 때부터 안경을 쓴 박세웅은 금테 안경이 아닌 스포츠 고글을 쓰고 마운드에 오른다.
 
kt wiz-KIA 타이거즈 전이 7일 수원에서 열렸다. KIA 선발 양현종이 역투하고 있다.수원=양광삼 기자

kt wiz-KIA 타이거즈 전이 7일 수원에서 열렸다. KIA 선발 양현종이 역투하고 있다.수원=양광삼 기자

 
KIA의 에이스 양현종(30)도 빼놓을 수 없다. 광주 학강초 2학년 때부터 안경을 쓴 양현종은 지난 2013년 라식 수술을 받아 시력을 1.5까지 회복했다. 그래도 여전히 도수가 없는 스포츠 고글을 쓰고 공을 던진다. 앙현종은 “안경을 벗으면 벌거벗은 기분”이라고 말할 정도다. 그래서 평소에도 도수가 없는 안경을 쓰고 다닌다. 지난해 그는 “우승한다면 안경을 벗고 마운드에 오르겠다”고 공약을 했다. 그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올 시즌 개막전 시범경기에 안경을 벗고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그 이후엔 다시 안경을 썼다. 양현종은 “안경을 벗으니 무척 긴장돼 집중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양현종에게 안경은 일종의 ‘심리 안정제’ 같은 물건인 셈이다.
 
마스크를 써야 하는 포수들은 거의 안경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은퇴한 조인성과 신경현 등은 타석에는 안경을 쓰고 나오기도 했다. 류정묵 건양대 안경광학과 교수는 “야구는 시속 140㎞를 넘나드는 공을 잘 보고 때려내야 하는 스포츠다. 정교한 눈 작업이 필요하기에 안경을 쓰는 선수가 많다”면서 “장시간 이어지는 야외 스포츠인 데다 야간 경기도 많아서 시력이 좋지 않은 선수는 콘택트렌즈보다 안경을 쓰는 게 낫다. 콘택트렌즈의 경우 라이트를 보면 번짐 현상이 심하고, 각막을 계속 눌러 장시간 착용하면 피곤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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