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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시험지 빼돌린 행정실장…자녀에 ‘족보’라 전달한 학부모

중앙일보 2018.07.17 17:13
고등학교 3학년 시험지 사본 [연합뉴스]

고등학교 3학년 시험지 사본 [연합뉴스]

광주광역시 모 고등학교 시험지 유출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피의자인 학교 행정실장이 학교운영위원장인 학부모와 밀담을 나눈 뒤 하루 만에 행동에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17일 광주 서부경찰서는 이 학교 행정실장 A씨(58)와 학부모 B씨(52)가 지난 1일 오후 5시 광주 남구 노대동의 한 카페에서 30분가량 만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두 사람이 이날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카페에서 만남과 시험지 유출 요구는 B씨가 A씨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학교운영위원장인 B씨의 영향력과 부모로서 딱한 처지를 생각해 요구에 응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의사인 B씨는 아들을 의대에 보내기를 원했지만, 성적이 좋지 않아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은 A씨의 진술이 상식적이지 않다고 판단, 금품이 오간 정황을 파악하고 있다.
 
카페에서 만남이 이뤄지는 동안 A씨는B씨에 작은 크기의 쪽지를 전한 것으로 경찰은 CCTV 분석을 통해 확인했다.
 
현재까지 쪽지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A씨는B씨와 만남 하루 뒤인 2일 오후 5시 30분 학교 행정실 맞은편 ‘등사실’에 보관된 3학년 이과 기말고사 시험지 9과목 전부를 빼돌렸다.  
 
A씨는 시험지를 행정실로 가져와 복사기로 인쇄했다. 등사실 열쇠는 행정실이 관리했고, 다른 직원들이 퇴근한 시간대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험지 복사본은 2일 오후 6시 30분께 노대동 카페 근처 도로에서 차를 세워두고 B씨에게 전달됐다.
 
경찰은 중간고사 시험지도 이와 똑같은 방법으로 유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험지를 건네받은 B씨는 시험지 복사본을 집에서 컴퓨터 문서로 재가공했고, 수험생인 아들에게는 ‘족보’라면서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시험지 원안을 복사할 때 협력했거나 복사본을 재가공하는 작업에 도움을 준 외부인이 있는지도 파악하고 있다.
 
행정실장인 A씨가 시험지 유출 요구에 응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학교 관계자가 있는지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A씨와 B씨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으며 등사실 직원, 학교장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또 A씨가 운영위원장을 지내며 올해 4월 학교에 발전기금 300만원을 전달한 정황 등을 토대로 시험지 유출이 구조적으로 이뤄졌는지를 수사하고 있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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