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족 위험해” 세월호 유족에 억대 굿값 챙긴 무속인 2심도 무죄

중앙일보 2018.07.17 17:02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중앙포토]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중앙포토]

 
세월호 참사 유족에게 “굿을 하지 않으면 다른 가족도 위험하다”며 억대의 굿 비용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무속인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17일 수원지법 형사5부(김동규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원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세월호 참사로 남편을 잃은 B씨에게 2015년 5월 내림굿을 받게 하고 굿 비용으로 1억원을 받았다.
 
당시 A씨는 B씨에게 “신 기운이 있어서 남편이 사망했다”, “신내림을 받지 않으면 남동생도 위험하다”는 말을 했다.
 
B씨는 굿을 받은 뒤 사기를 당했다는 생각에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하자 A씨를 고소했다.  
 
검찰은 A씨가 B씨의 불행을 예고해 불안함을 느끼게 한 뒤 이를 이용해 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보고 지난해 5월 A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1심은 “A씨의 행위가 종교 행위로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며 올해 2월 무죄를 선고했고, 2심 역시 같은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굿을 받지 않으면 피해자의 남동생이 죽을 수 있다는 취지로 말을 한 적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무속인이 가족에게 불행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한 사실만으로 허용될 수 없는 무속 행위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이 피해자가 유족 보상금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선 통상 4000만원 이내인 굿값보다 다소 높은 금액을 요구했지만, 무속 행위의 합리적인 대가를 산정하기 어렵다”라며 “피해자는 처음부터 피고인이 말한 규모의 굿을 받기를 원해 통상적인 경우보다 큰 비용이 지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이와 비슷한 사건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불행을 고지하거나 길흉화복에 관한 어떠한 결과를 약속하고 기도비 등의 명목으로 대가를 받은 경우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전통적인 관습 또는 종교 행위로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