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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던 드루킹 증거물들, 가지런히 보관돼 있었다

중앙일보 2018.07.17 10:50

 “기대없이 갔는데 증거물이 가지런히 보관돼 있어 놀랐습니다.”(허익범 특별검사팀 A씨)

 
17일 허익범 특별검사팀 내부에선 전날 파주 창고에서 확보한 증거물이 화제였다.

쓰레기더미 속 휴대전화, 컨테이너까지 잇따라 발견
법조계 "이례적" 평가에 ‘드루킹 역습’설도 나와
경찰 부실 수사 논란도…"경찰 초동 수사 문제 있어"

컴퓨터 8대와 노트북 5대, 각종 서류까지 중요 물증이 될 만한 증거물들이 고스란히 보관돼 있었기 때문이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드루킹 댓글조사 사건'과 관련 16일 압수수색한 경기도 파주의 컨테이너 창고. [허익범 특별검사팀]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드루킹 댓글조사 사건'과 관련 16일 압수수색한 경기도 파주의 컨테이너 창고. [허익범 특별검사팀]

 
법조계에서도 이를 주목한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17일 “통상 사건이 터지면 컴퓨터, 휴대전화 같은 증거물을 파기하거나 디가우징(파일 영구삭제)하기 마련”이라며 “하지만 이번에는 정반대로 범행장소 주변에서 증거물이 통째로 발견되고 있고 심지어 잘 관리된 상태”라고 말했다.  
 
특검팀도 흔치 않은 일이라는 것은 인정한다. 지난 10일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일명 ‘산채’)를 현장 검증 나간 특검팀은 건물 1층에 쌓아둔 쓰레기 더미에서 휴대전화 21개와 다수의 유심칩을 발견했다. 경공모 회원들이 쓴 것들이었다.
이어 16일에는 파주시의 한 창고 컨테이너에서 ‘드루킹’ 김동원(49ㆍ구속)씨 일당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컴퓨터 본체 등을 다수 확보했다.  
 
드루킹 특검팀이 확보한 휴대전화 21대. [연합뉴스]

드루킹 특검팀이 확보한 휴대전화 21대. [연합뉴스]

이번 사건은 경찰에서 지난 2월부터 수사했다. 이 때문에 그동안 확보하지 못했던 증거물이 이제서야 쏟아지는 이유에 대해 수사 경험이 있는 법조계 인사들은 의아해하고 있다. 
 
느릅나무 출판사 건물주는 “누가 쓰레기 더미 속에 휴대전화를 두었는지 모르겠다”고 했고, 박상융 특검보는 “우연히 발견했다”고 말했다. 드루킹 김씨 등이 ‘산채(산적 소굴)’라고 부르며 댓글 조작을 한 곳에서 이들이 쓴 휴대전화가 나왔는데 누가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드루킹 컨테이너 창고’에 대해선 “수사 도중 관련자의 진술을 확보해 현장을 특정하게 됐다”는 게 특검팀의 일관된 설명이다. 창고 관리자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120만원을 내는 조건으로 지난달부터 관리했다. 계약 당사자가 누군지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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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각에서는 드루킹 일당이 댓글 조작 등에 대한 모든 혐의가 집중되자 이를 최소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도움을 줌으로써 향후 수사나 재판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점을 얻으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일부에선 ‘드루킹 역습’설도 제기된다.
 
앞서 드루킹 김씨는 지난 4월 폐쇄했던 블로그 ‘드루킹의 자료창고’를 측근을 통해 갑자기 일부 공개로 전환해 눈길을 끈 바 있다. 당시에도 “내가 아는 것이 많다”는 것을 누군가에게 알리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법조계 일부에선 경찰의 부실 수사를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압수수색을 비롯해 충분한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것이다.
 
 특검팀은 수사 착수 이틀 만인 지난 달 28일 경공모 회원인 도모 변호사와 윤모 변호사 등 2명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피의자로 입건했다. 당시 특검팀에선 “사건 기록만 봐도 입건해야 할 이들을 왜 그냥 뒀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왔다.
 
 또 경찰이 2차례나 압수수색했던 '산채'에서 특검팀이 휴대전화를 무더기로 발견한데 이어 파주 근방에서 드루킹 은닉 창고까지 찾아내면서 경찰의 부실 수사 논란은 한층 가열되고 있는 상황이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범행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핵심 피의자를 입건조차 하지 않는 데다,  
범행 장소 및 그 주변에서 중요 증거물들이 계속 나오는 것은 경찰의 초동 수사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현일훈 기자, 파주=정진호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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