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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 성폭행 수사 後 무고 수사"…헌법소원 각하

중앙일보 2018.07.17 09:35
비공개 사진촬영에서 성추행 등 성범죄를 당했다고 스튜디오 실장을 고소한 유튜버 양예원. [사진 유튜브 캠쳐]

비공개 사진촬영에서 성추행 등 성범죄를 당했다고 스튜디오 실장을 고소한 유튜버 양예원. [사진 유튜브 캠쳐]

성범죄 피해자가 무고 혐의로 역(逆) 고소되더라도 성범죄 수사가 끝날 때까지 무고 혐의를 수사하지 않는 검찰 수사매뉴얼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가 각하됐다. 헌재는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머니투데이는 17일 헌법재판소가 해당 검찰 수사매뉴얼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를 각하했다고 보도했다.  
 
올 5월 '성범죄 먼저, 무고죄 나중' 검찰 매뉴얼 개정
앞서 법무부가 올해 5월 11일 개정해 28일부터 시행한 성폭력 수사매뉴얼이 대상이다. 이 매뉴얼에는 성범죄 피해자가 성범죄를 고발한 경우 해당 수사가 끝나기 전까지 피해자에 대한 무고죄는 수사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성범죄 가해자가 무고·명예훼손을 내세워 피해자를 압박할 수 없게 하겠다는 취지다.
 
'양예원 사건' 혐의자가 헌법소원 내
유튜버 양예원씨 사진 유출 사건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던 스튜디오 실장 정모씨가 9일 북한강에 투신해 숨졌다. [사진 하남소방서]

유튜버 양예원씨 사진 유출 사건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던 스튜디오 실장 정모씨가 9일 북한강에 투신해 숨졌다. [사진 하남소방서]

이 매뉴얼은 유튜버 양예원(24)씨를 성추행하고 강제 촬영을 한 혐의로 고소당한 스튜디오 실장 정모(42)씨가 헌법소원을 내며 도마에 올랐다. 정씨 법률대리인인 법률사무소 소울 이상목·이한수·조우현·채한승 변호사는 5월 31일 "매뉴얼이 헌법 제27조 4항의 무죄추정 원칙, 제11조 1항 평등권, 제27조 5항 형사피해자 재판절차진술권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성범죄 무고 피해자를 다른 무고 피해자들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이 평등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당시 "성범죄는 다른 일반 범죄에 비해 객관적 증거보다 피해자 진술 의존도가 커 무고 가능성이 높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헌재 "검찰 매뉴얼은 헌법소원심판 대상 아냐"
헌법재판소. [연합뉴스]

헌법재판소. [연합뉴스]

이에 대해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이 사안이 헌법소원심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봤다. 헌재는 "법무부령이나 어떠한 법령 형태를 띠지 않은 성폭력 사건 수사에 관한 검찰청 내부 업무처리지침 내지 사무처리준칙에 불과하다"며 "법규적 효력을 가진 것이라 볼 수 없어 헌법소원심판 대상이 될 수 있는 공권력 행사로 볼 수 없다"며 지난달 26일 각하 처분을 내렸다. 재판관 3명의 의견이 전원 일치했다.
 
헌재는 또한 결정문에서 "검찰 수사매뉴얼 규정 자체가 정씨가 주장하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수사매뉴얼이 아닌, 수사매뉴얼에 따른 수사기관의 수사중단행위가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 요건은 충족되지 않아 헌법소원심판 청구가 부적법하다고 봤다. 이 헌법소원을 낸 정씨 측 법률대리인은 "(수사매뉴얼) 지침은 기준에 불과해 각하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긴 했다"고 말했다.  
 
"성범죄 피해자 압박 막아야" VS "무고 피해자도 존중해야"
헌법소원심판 대상은 아니지만 여전히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찬성 측은 무고 남발로 성범죄 피해자를 압박하는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이 같은 수사매뉴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반대 측은 무고 피해자에 대한 고려를 전혀 하지 않은 지나친 처사라고 반박한다. 지난달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검찰청 수사매뉴얼 개정안은 위헌"이라며 이를 중단해달라는 청원이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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