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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연애·혼전임신 이유로 해고 부당…法 "내밀한 자유영역"

중앙일보 2018.07.17 04:00
임신 관련 이미지. [ 게티이미지 ]

임신 관련 이미지. [ 게티이미지 ]

 
사내연애 상대방이 혼전임신에 이르게 됐다는 이유로 회사가 당사자를 해고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A씨는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23년째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당했다. 같은 사무소 여직원 B씨와 '부적절한 사생활'로 인해 'B씨가 임신 9개월째'에 이른 것이 문제가 됐다. 사실을 알게 된 회사는 "대외 영업활동을 하는 회사의 명예 저하는 물론, 직원으로서의 위신과 체면을 손상시켰다"며 품위유지 의무 위반·사생활 문란·풍기문란·내부질서 위반으로 A씨를 징계해고했다.
 
['POLICING PREGNANCY: WHO SHOULD BE A MOTHER?' 컨퍼런스 포스터 이미지.]

['POLICING PREGNANCY: WHO SHOULD BE A MOTHER?' 컨퍼런스 포스터 이미지.]

 
당시 회사 인사위원회는 "이전 행위로 인해 더욱 행동에 유념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A씨는 거듭되는 위신과 체면 손상행위를 하고 내부질서를 어지럽혔다"고 봤다. A씨는 입사 첫해인 1995년에도 다른 여직원인 C씨와 사내연애를 하던 중 C씨가 혼전에 임신을 하는 일이 있었다.
 
A씨는 전 부인과의 일까지 꺼내어 징계하는 건 너무하다고 맞섰다. 1995년 당시 A씨와 C씨 모두 미혼이었고, 두 사람이 연애하던 중 C씨가 임신하는 일이 있었지만, 이후 두 사람은 결혼했고 자녀를 낳아 기르며 10년 넘는 혼인생활을 유지했다. 
 
A씨는 또 해고의 직접적 계기가 된 B씨의 혼전임신에 대해서는 "이혼 후, 같은 직장에서 만난 B씨가 혼전임신을 한 사실은 있지만 이는 사회적 비행이 아닌, 사내연애 중 일어난 사생활"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울산지방법원. [연합뉴스]

울산지방법원.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울산지법 민사11부(부장 장래아)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회사가 A씨를 해고한 것은 무효이고, 회사가 A씨를 복직시킬 것과 더불어 부당해고를 한 날로부터 복직하는 날까지의 월급도 주라고 했다.
 
재판 과정에서 회사는 "상대방 여성들 모두 A씨가 상급자이고 여성들은 하급자 내지 비정규직이라는 점, A씨가 우리 회사의 업무를 하면서 비롯된 것인 점 등에 비춰 결코 순수한 개인적인 사생활로 볼 수가 없다"며 해고처분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울산지방법원 청사. [사진 울산지방법원 캡처]

울산지방법원 청사. [사진 울산지방법원 캡처]

 
하지만 재판부는 "B씨와 C씨의 각 혼전임신 때 A씨는 혼인상태가 아니었고, 남녀 간의 자유로운 교제가 허용되는 현실에서 교제 중이던 여자친구와 성관계를 맺는 것은 그의 내밀한 자유 영역에 속하는 것일 뿐, 그 결과로 혼전임신을 했다고 해서 이를 '사생활이 문란한 것'이라 치부할 수 없다"고 봤다.
 
회사 측은 또 "C씨의 임신사실을 C씨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고 방치한 것은 스스로 정당하지 않은 행위임을 인정한 것"이라는 주장도 했지만, 재판부는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임신사실 등이 회사나 직원들, 가족들에게 알려지는 과정에 다소 잡음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이는 단순히 A씨만의 문제가 아니고 B씨의 신변과도 문제되는 것으로 보이므로 이를 두고 A씨에게 책임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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